규제 완화 VS 규제 강화, 배양육 두고 국가별 온도차 '뚜렷'
규제 완화 VS 규제 강화, 배양육 두고 국가별 온도차 '뚜렷'
  • 김도연 기자
  • 승인 2024.01.25 13: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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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양육은 식량안보 핵심...규제 푸는 이스라엘·영국·호주·뉴질랜드
배양육 규제 강화...거꾸로 가는 프랑스·이탈리아·루마니아·오스트리아
중앙 정부-주 정부 따로 노는 美

[데일리원헬스=김도연 기자] 배양육 산업이 상업화 및 대중화를 위한 진전을 이루면서 배양육 산업 육성과 판매에 대해 국가별로 다른 반응이 나오고 있다. 규제를 풀면서 배양육 산업을 육성 의지를 보이는 국가가 있는가 하면, 배양육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 통과로 오히려 규제를 더 강화하는 국가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경우 중앙 정부는 배양육 산업 육성과 판매를 지지하고 있지만 주 정부들이 반대 행보를 보이며 혼란을 빚고 있다.

 

이스라엘의 배양육 스타트업 알레프팜스가 개발한 소고기 배양육 스테이크(이미지 출처 : 알레프팜스)

◆배양육은 식량안보 핵심...규제 푸는 이스라엘·영국·호주·뉴질랜드

이스라엘은 지난달 자국의 소고기 배양육 스타트업 알레프팜스(Aleph Farms)에 대해 배양육 판매를 허가했다. 소고기 배양육 판매를 승인한 첫 사례로, 이스라엘은 싱가포르와 미국에 이어 배양육 상업 판매를 허용한 3번째 국가로 이름을 올렸다. 

이스라엘은 식량안보 강화 차원에서 대체 단백질 산업 육성 의지를 보여왔다. 배양육 판매 허용도 이 같은 기조 아래 이뤄졌다. 이스라엘 배양육 기업들의 성과도 우수하다. 대체 단백질 비영리기구 굿푸드인스티튜드(GFI)에 따르면 전 세계 배양육 상위 8개 기업 중 3개가 이스라엘 기업이다. 배양육 산업에 투자된 전 세계 자금 중 15%를 이스라엘 기업이 유치했다.

디디에 투비아 알레프팜스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배양육 분야의 글로벌 리더십을 바탕으로 이스라엘이 지역 통합과 경제 협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라며 "이 같은 노력이 지역의 식량안보 강화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은 식품 관련 규제와 관련해 브렉시트 이전의 엄격한 유럽연합(EU) 규정을 유지하고 있지만 배양육 산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 2022년 기준 영국의 배양육 기업들이 유치한 투자액은 총 6,100만 파운드(약 1,035억 원)로 다른 유럽 국가들이 유치한 총 투자금 4,500만 파운드(약 764억 원)보다 많았다.

영국 정부는 식량안보 강화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배양육 상업 판매 승인을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앞서 배양육 판매를 승인한 이스라엘과 협력하고 있다. 영국 식품표준청은 최근 배양육 기업들을 대상으로 제품 승인 신청 시기와 어떤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지를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호주와 뉴질랜드도 배양육 판매 승인에 속도를 내고 있다. 두 나라 공동 규제기관은 지난달 호주의 배양육 스타트어 '바우 푸드(Vow Food)'의 메추라기에 대해 '먹어도 안전하다'라는 판단을 내렸다. 공동 규제기관은 오는 5월까지 식품 안전에 관한 최종 승인을 완료할 계획이다.

 

◆배양육 규제 강화...거꾸로 가는 프랑스·이탈리아·루마니아·오스트리아

영국을 제외한 유럽 국가들은 배양육 규제를 강화하는 모양새다. 이들 국가에선 극우 정치인들이 배양육 규제 강화를 주도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지난해 11월에 세계 최초로 배양육 생산과 판매를 전면 금지한 국가가 됐다. 프란체스코 롤로브리지다 농업부 장관이 주도하고 이탈리아 최대 농업협회 중 하나인 콜디레티가 진행한 '합성 생산 식품 금지' 청원에 약 50만 명이 서명했다. 이 청원을 바탕으로 이탈리아 상원은 60%의 찬성으로 배양육 금지 법안을 승인했다. 

프란체스코 롤로브리지다 이탈리아 농업부 장관

롤로브리지다 장관은 "이탈리아의 국가 유산과 음식 문화에 대한 위협, 건강에 대한 우려 등이 배양육을 금지해야 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루마니아 역시 이탈리아와 비슷한 시기에 배양육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이 상원에서 채택됐다. 법안에 따르면 위반 시 4만 유로(약 5,813만 원)에서 6만 유로(약 8,720만 원)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상원을 통과한 이 법안은 하원 표결에 따라 최종 승인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프랑스의 중도우파인 공화당(Les Républicains)은 인간과 동물의 건강, 환경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배양육의 생산과 판매를 금지하자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공화당은 법안에서 "배양육이 프랑스 전통에 반하고 축산업에 피해를 준다"라며 "정크 푸드를 새로운 정크 푸드로 대체하는 것은 진보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밖에 오스트리아 역시 자체적인 배양육 생산 금지 법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열린 EU 농수산위원회 회의에선 이탈리아, 프랑스와 함께 배양육 생산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미국 스타트업 업사이드푸드가 개발한 닭고기 배양육

◆중앙 정부-주 정부 따로 노는 美

미 농무부(USDA)는 지난해 굿미트(Good Meat)와 업사이드푸드(Upside Foods)에 대해 잇달아 라벨 승인을 완료하며 배양육 판매의 길을 열어줬다. 지난 11일 현지에서 열린 세포 농업 혁신의 날 행사에 참여한 사라 베이그 USDA 연구, 교육 및 경제 담당 차관은 "배양육을 포함한 세포 농업이 식품의 미래와 농업 시스템에 대한 USDA의 비전과 일치한다"라며 "식량 시스템 혁신과 기후 목표 달성을 위해서 세포 농업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이렇게 중앙 정부의 배양육 산업 육성과 대중화 의지는 확고하지만 개별 주 정부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오면서 정책 일관성이 훼손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공화당 의원이자 플로리다 주 하원의원인 타일러 시로이스는 플로리다에서 배양육의 생산과 판매, 유통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표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올해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위반자는 2급 경범죄로 최대 1,000달러(약 134만 원)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규정을 위반한 식당 등은 면허가 중지되며, 주 당국이 즉시 판매 중지 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

텍사스는 배양육을 포함해 식물성 대체육, 해산물, 계란 제품에 대한 명확한 라벨링을 요구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네브래스카에서는 대체 단백질에 '모조'라는 단어를 의무화하는 '리얼 미트(Real MEAT)' 법안이 입법 예고돼 있다.

애리조나에서는 배양육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 2건이 발의된 상태다. 베트남계 공화당 하원의원 쾅 응우옌은 배양육을 포함한 대체육 제품에 '고기(Meat)'라고 표현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법안 HB 2244를 발의했다. 또 다른 공화당 하원의원인 데이비드 마샬은 한 발 더 나가 배양육 생산과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 HB 2121을 발의했다.

HB 2121 법안의 경우 위반 시 최대 2만 5,000달러(약 3,320만 원)의 벌금에 처한다. 배양육 판매로 사업에 악영향를 받는 사람은 누구나 최대 10만 달러(약 1억 3,284만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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