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부화 전에 죽이는 일"...美 배양육 업계, 플로리다 배양육 금지 움직임에 반발
"닭 부화 전에 죽이는 일"...美 배양육 업계, 플로리다 배양육 금지 움직임에 반발
  • 김도연 기자
  • 승인 2024.03.12 1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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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주 상하원, 배양육 금지 법안 통과...론 드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서명만 남겨
업사이드푸즈, 주지사 서명 반대 캠페인 전개...육류 업계도 법안 통과 반대
배양육 금지 법안 서명이 유력한 론 드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데일리원헬스=김도연 기자] 미국 플로리다주의 배양육 금지 법안 최종 통과가 유력한 가운데 이를 막기 위한 배양육 기업들의 여론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플로리다주 하원은 지난주 배양육 금지 법안(SB1084)을 통과시켰다.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 의원들이 중심이 돼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상원 역시 통과해 론 드산티스 주지사의 최종 서명만을 앞두고 있다. SB1084의 핵심 내용은 배양육의 생산과 판매, 보유 또는 유통을 금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 면허 정지 및 판매 중지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것이다. 평소 기후위기를 인정하지 않고 배양육 금지를 찬성해 온 드산티스 주지사의 성향을 고려하면 법안 최종 통과가 매우 유력한 상황이다.

업사이드푸즈(UPSIDE Foods)가 진행 중인 'Give a Cluck' 캠페인(이미지 출처 : 업사이드푸즈 링크드인)

플로리다주의 배양육 금지 움직임에 맞서 관련 업계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미국에서 배양육 판매 승인를 받은 두 기업 중 하나인 업사이드푸즈(UPSIDE Foods)는 드산티스 주지사에게 전화와 메일로 서명 반대 의사를 전하는 'Give a Cluck' 캠페인을 시작했다.

업사이드푸즈는 성명에서 "배양육 금지 법안은 소비자들이 육류를 선택할 권리를 금지하는 것"이라며 "기업의 혁신과 자유 시장, 미국의 생명공학 리더십도 위협하고 있다"라고 성토했다. 이어 "배양육의 잠재적 이점에 대해 제대로 체감하기도 전에 법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라며 "이는 닭이 부화하기도 전에 죽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배양육 및 대체 단백질 기업에 투자한 38개 벤처캐피털(VC) 역시 SB1084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생명공학과 바이오 제조 산업에서 도태될 것이며, 플로리다주는 대체 단백질 연구에 대한 투자 유치가 불가능해진다는 이유에서다. 

균사체 단백질을 생산하는 더 배러 미트(The Better Meat)의 최고경영자(CEO) 폴 샤피로는 언론 기고를 통해 "배양육 생산을 금지하려는 플로리다주의 시도는 매우 어리석은 일"이라며 "자유 시장에서 기업의 혁신과 경쟁력을 제한하는 것이 과연 주 정부가 해야할 일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성토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SB1084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기존 육류업계에서도 나온다는 점이다. 미국 육류 생산량의 95%를 차지하는 북미육류협회는 디산티스 주지사에게 보낸 서한에서 배양육 금지 법안을 '나쁜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북미육류협회는 "배양육 생산과 유통을 법으로 금지하는 것은 여론에 따라 특정 산업을 규제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기는 것으로 매우 좋지 않다"라며 "이 법안이 기후위기를 근거로 기존 육류의 생산과 유통을 제한하려는 다른 주들의 근거가 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배양육에 대한 최종 선택권은 소비자에게 있다"라며 "무엇을 소비할 것인가에 대한 결정은 시장과 소비자에게 맡겨야 하며, 법률이 기업의 발전과 경쟁을 저해해서는 안 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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