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큰 선거 앞둔 美 '배양육 규제' 핵심 이슈 부상...공화당 배양육 규제 나서
올해 큰 선거 앞둔 美 '배양육 규제' 핵심 이슈 부상...공화당 배양육 규제 나서
  • 김도연 기자
  • 승인 2024.02.22 13: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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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라배마주 상원, 배양육 제조 및 판매 금지 법안 상원 통과...플로리다·텍사스 등도 비슷한 규제 나서
배양육 규제로 농민 표심 자극...육류 산업 정계 로비도 배경  
배양육 규제 법안을 통과시킨 앨라배마주 상원(이미지 출처 : 잭 윌리엄스 공화당 상원의원 페이스북)

[데일리원헬스=김도연 기자] 올해 대선과 상하원, 주지사 선거를 치루는 미국에서 배양육 규제가 핵심 쟁점이 되고 있다. 보수적 성향의 공화당을 중심으로 농업 비중이 높은 지역에서 배양육 생산과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앨라배마주 상원은 최근 배양육 제조 및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SB23)을 통과시켰다. 잭 윌리엄스 공화당 상원의원이 발의한 SB23은 앨라배마주에서 배양육을 제조, 판매 또는 유통하는 것을 C급 중범죄로 규정했다. 식당에서 고객에게 배양육 요리를 판매하면 유죄 판결을 받을 수 있으며, 해당 식당의 식품 안전 허가가 정지되거나 취소된다. SB23은 상원의원 35명 중 32명의 찬성으로 통과돼 주 하원으로 넘어갔다. 반대는 한 명도 없었다. 하원에서도 통과되면 법안이 실행된다. 

법안을 발의한 윌리엄스 의원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화성에 있다면 먹을 것을 재배해야 하지만 우리 주에는 이미 소와 닭이 있어 먹을 것이 충분하다"라며 "앨라배마 주민들이 인위적인 음식을 먹을 이유가 없다"라고 밝혔다.

그는 "배양육에 대한 연구가 아직 충분하지 않으며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미국 다른 주에서 배양육을 만들어 판매하는 기업들이 있지만 앨라배마는 이들의 제품을 원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배양육 판매 허용은 생명공학 분야에서 미국의 리더십과 앨라배마의 공급망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며 "오는 2050년까지 두 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글로벌 육류 수요에 대응해야 하는 우리 농업의 경쟁력을 갉아 먹을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앨라배마주만이 배양육 산업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다. 다가오는 상하원 선거를 맞아 보수적 성향의 농촌 유권자 표심을 잡기 위해 미국 전역에서 배양육 규제가 이슈가 되고 있다.

플로리다주 역시 배양육의 생산, 판매, 보유, 유통을 금지하는 2개의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규정을 위반하는 사람에게 2급 경범죄와 최대 1,000달러(약 133만 원)의 벌금, 면허 정지 또는 판매 중지 명령 등 형사 처벌을 내리는 내용이 담겼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배양육, 대체육, 대체 해산물, 식물성 계란 제품에 대한 명확한 표시를 요구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네브라스주는 이른바 '리얼 미트(Real MEAT)' 법안이 발의됐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대체 단백질에 '모조(Fake)'라는 단어를 의무적으로 표시해야 한다. 테네시주와 애리조나주도 배양육의 생산과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돼 상원에서 논의 중이다.

대다수 배양육 억제 법안이 공화당 의원을 중심으로 발의되고 있지만 민주당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존 테스터 민주당 상원의원은 마이크 라운즈 공화당 상원의원과 함께 학교 급식에 배양육을 포함한 대체 단백질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는 연방 법안을 발의했다. 연방법은 주법과 달리 미국 전역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통과 시 큰 파장이 예상된다.

당을 막론하고 미국 정치인들이 배양육 규제에 나서는 이유는 식물성 단백질을 대신할 새로운 공격 대상이 필요해서라는 분석이다. 농업 비중이 높은 지역에서 농민 표를 얻기 위해 새로운 단백질 출현을 막아야 하지만 식물성 단백질은 환경와 건강, 식품 안전성에서 논란이 없고, 이미 대중화에 진입한 만큼 뒤늦게 규제에 나설 명분을 찾기 힘들다. 반면, 배양육은 아직 대중 판매가 시작되지 않았고 식품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이 존재하는 만큼 배양육 규제로 농민 표를 얻겠다는 계산이다.

육류 산업의 강력한 로비도 배경으로 꼽힌다. 육류 산업은 대체 단백질 산업보다 정계 로비에 190배 많은 돈을 지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육류 산업이 정부에서 받는 지원금은 대체 단백질 산업에 800배에 이른다.

대체 단백질 비영리기구 굿푸드인스티튜드는 "정치적인 이익이나 논리로 정치인들이 미래 식량 시스템의 핵심이 될 배양육 산업을 규제하는 것이 옳지 않다"라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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