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단백질, '초가공식품' 분류로 성장 방해...초가공식품 건강 악영향 우려 높아
대체 단백질, '초가공식품' 분류로 성장 방해...초가공식품 건강 악영향 우려 높아
  • 김도연 기자
  • 승인 2024.02.23 12: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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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인 65% "초가공식품 건강에 나빠".... 54% "초가공식품인 대체 단백질 안 먹어"
시중에 판매 중인 대체육 제품들

[데일리원헬스=김도연 기자] '초가공식품(UPF:Ultra-Processed Foods)'으로의 분류가 식물성 대체 단백질 시장 성장에 방해가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혁신기술연구소(EIT)가 최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럽인의 65% 초가공식품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으며, 절반 이상인 54%는 초가공식품으로 분류되는 식물성 대체 단백질 섭취를 기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는 유럽 17개국에서 9,787병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초가공식품은 가정에서 요리할 때 사용하지 않는 성분, 예를 들어, 착색제, 감미료, 방부제 등을 포함해 여러 단계의 산업적 가공을 거친 식품이다. 우리가 흔히 먹는 탄산음료, 과자, 빵, 초콜릿은 물론 전자레인지 등으로 간단하게 데워서 먹을 수 있는 간편식이 해당된다. 

UPF는 심장병과 뇌졸중, 비만, 제2형 당뇨병, 유방암, 대장암, 고혈압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식물성 대체 단백질의 경우, 식물 원료를 바탕으로 다양한 공정을 한다. 원료 자체로는 식물성 대체 단백질로서 기능할 수 없어 여러 공정이 필수다. 예를 들어, 대체육이라면 고기의 식감과 육질, 맛을 구현하기 위해 다양한 첨가제가 사용되며 장기 보존과 유통을 위해 간편식 형태로 제공된다. 이 같은 생산 과정상 대체 단백질은 초가공식품으로 분류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식물성 대체 단백질이 초가공식품으로 분류되고, 실제 소비자 상당수가 초가공식품에 대한 건강 우려로 대체 단백질 소비를 꺼리면서 업계 성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육류 대신 대체 단백질을 먹는 게 심장병과 혈압, 비만 등에 좋다는 연구 결과가 무수히 많지만 대중은 이런 근거보다 초가공식품 자체를 경계하고 있는 상황이다.

초가공식품이 환경에도 좋지 않다는 인식이 큰 것도 문제다. 설문 응답자 60%가 초가공식품이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기존 육류 단백질에 비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적다는 것이 대체 단백질 업계가 내세우는 장점인데, 실제 대중은 다르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가공식품이 건강과 환경 모두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우려하는 사람이 많을 수록 대체 단백질 산업의 성장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대체 단백질을 초가공식품으로 분류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있다.

영국 비영리재단 처칠 펠로우십의 제니 채프먼 연구원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초가공식품이 정확히 무엇인지 합의된 정의가 없으며 단순히 가공 유무와 정도에 따라 식품을 분류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에선 식물성 대체 단백질을 '초가공'이라는 용어와 의도적으로 연결 짓는 행태도 있다"라며 "초가공식품이라는 용어가 무조건 건강에 해롭다는 것은 아니며, 식물성 대체 단백질의 경우 일반적으로 섬유질이 풍부하고 포화지방과 설탕, 칼로리가 낮으며 환경적으로 더 지속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EIT는 보고서에서 "식품 당국과 과학자들이 초가공식품을 보다 명확히 정의하고, 건강에 미치는 장단기 영향에 대해 좀 더 분명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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