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양육 대중화 멀어지나...美 애리조나, 배양육 라벨링 제한하고 판매 금지 나서
배양육 대중화 멀어지나...美 애리조나, 배양육 라벨링 제한하고 판매 금지 나서
  • 김도연 기자
  • 승인 2024.01.16 1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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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리조나 주, 배양육 라벨링 제한 움직임...배양육 생산 및 판매 금지 법안도 발의
美 대체 단백질 제한 움직임 확산...배양육 산업 악영향 우려

[데일리원헬스=김도연 기자] 미국 애리조나 주에서 배양육 전면 금지 법안이 발의됐다. 배양육 개발 및 상용화를 이끄는 미국에서의 보수적인 규제 움직임 확산이 배양육 산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원헬스 전문매체 '그린퀸'의 15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애리조나 주 하원의원들이 배양육 관련 표시를 제한하고 생산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베트남계 공화당 하원의원 쾅 응우옌은 배양육을 포함한 대체육 제품에 '고기(Meat)'라고 표현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법안 HB 2244를 발의했다. 또 다른 공화당 하원의원인 데이비드 마샬은 한 발 더 나가 배양육 생산과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 HB 2121을 발의했다.

응우옌 의원이 발의한 HB 2244 법안은 대체 단백질 식품 전반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라벨링 문제다. 전 세계 축산업계는 대체육에 '고기', 낙농업계는 대체 우유에 '우유(Milk)'라는 단어 사용은 명백한 허위 표시로 이를 불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HB 2244 법안은 '가축이나 가금류에서 추출하지 않은 식품을 가금류 또는 육류 제품으로 표시할 수 없다'라고 명시했다. 또, 대체 단백질 제품들이 소비자 오해를 부를 수 있는 라벨을 부착하거나, 역사적으로 육류와 관련된 용어를 사용해서는 안 되며, '세포배양 식품' 혹은 '합성 제품' 등으로 표기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법안에 따르면 애리조나 주 보건부는 대체 단백질 라벨링 관련 위반 사항을 조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위반을 억제하고 예방하기 위해 금지 명령을 내릴 수 있다. 라벨링 위반은 날마다 별도의 위반으로 처리되며, 위반 건당 최대 10만 달러(약 1억 3,284만 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응우옌 의원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법안은 실험실 고기의 판매를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실험실에서 만든 고기라면 실험실 고기라고 표기하는 것이 옳다"라고 말했다. '실험실 고기'는 축산업계가 대체육을 비하하기 위해 사용하는 표현이다.

마샬 의원이 발의한 HB 2121 법안은 아예 배양육 생산과 판매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는 법안 발의문에서 "배양육은 애리조나 주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축산업을 위협하며 이는 주 정부 재정과 공중보건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라며 "애니조나 주의 이익과 역사, 경제, 식량 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배양육 생산 및 판매 금지 조치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HB 2121 법안을 위반하면 최대 2만 5,000달러(약 3,320만 원)의 벌금에 처한다. 더 주목할 만한 건 배양육 판매로 사업에 악영향를 받는 사람은 누구나 최대 10만 달러(약 1억 3,284만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상 축산업계 종사자 모두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하는 셈이다.

애리조나 주의 이런 움직임은 배양육 판매를 정식 허가한 미국 농부무(USDA) 정책과 반대되는 것이다. USDA는 지난해 6월, 배양육 기업 업사이드푸드와 잇저스트의 배양육 닭고기 생산 및 판매를 허가하며 미국이 싱가포르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배양육 판매를 허용한 국가가 됐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배양육 기업이 가장 많은 국가로, 전 세계 배양육 분야 펀딩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분위기상 애니조나 주에서 발의된 2건의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미 텍사스에선 대체 단백질 제품에 축산 및 낙농업계가 요구하는 엄격한 라벨링을 적용하고 있다. 그렉 애보트 텍사스 주지사 서명으로 확정된 법안에 따라 배양육 및 식물성 해산물, 식물성 계란 등에 대한 '고기', '계란(Egg)' 등의 단어 사용이 금지됐다. 네브래스카 주는 대체 단백질에 '모조'라는 단어를 의무화하는 '리얼 미트(Real MEAT)' 법안을 입법 예고했다. 플로리다 주에서도 두 달 전 배양육의 생산과 판매, 보유, 유통을 금지하고 위반자에게 형사 처벌을 부과하는 법안을 발의됐다.

이와 관련해 대체 단백질 비영리기구 굿푸드인스티튜드는 "소비자의 요구와 과학에 기반한 식품 안전 요건이 주 정부의 자의적인 해석으로 위협받는 것은 옳지 않다"라며 "정치인들이 애리조나에서 생산되고 판매되는 배양육을 규제해서는 안 된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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