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소비생활]⑥소가죽 말고 이렇게 많은 대체 가죽이 있었다고?!
[지속 가능한 소비생활]⑥소가죽 말고 이렇게 많은 대체 가죽이 있었다고?!
  • 김도연 기자
  • 승인 2023.06.23 1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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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 산업 지속 성장...오는 2028년 318조 규모 전망
가죽 생산, 동물복지 관점에서 반발 거세...환경에 미치는 악영향도 커
환경 부담 적은 대체 가죽 다양...파인애플·망고·사과 등 다양한 소재 대체 가죽 인기

[편집자 주] 기후변화와 동물복지 강화로 모든 생활 반경에서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특히 소비가 기후변화와 동물복지에 미치는 영향을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다행인 것은 생각보다 많은 영역에서 충분히 훌륭한 대체재를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지구와 동물을 위한 소비를 할 수 있다. 데일리원헬스가 지구와 동물, 독자를 위해 지속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는 기업과 제품을 소개한다. 

[데일리원헬스=김도연 기자] 가죽 제품은 패션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아이템이다. 의류는 물론 핸드백과 벨트, 구두 등 다양한 제품에 가죽이 사용된다. 자동차 산업에서도 시트로 사용되며 가구 산업도 쇼파 등 제품 제작에 가죽을 사용한다. 가죽 산업 규모는 지속 성장해 오는 2028년 6240억 달러(약 812조 5,104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거란 의미다.

하지만 가죽 산업에 대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무엇보다 동물복지 관점에서 가죽 제품 생산과 사용의 중단을 촉구하는 움직임이 거세다. 여기에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기존의 가죽 생산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속가능한 의류 연합(Sustainable Apparel Coalition)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가죽은 의류 산업에서 실크와 울에 이어 공정 과정에서 3번째로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물질이다. 가죽을 태우고, 염색하는 후가공 과정에서 막대한 탄소발자국이 발생한다. 가죽 생산 시 1제곱미터(m2)당 17kg의 탄소가 배출된다. 

플라스틱 및 석유를 활용한 인조 가죽 역시 환경에 부담이 되기는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어떤 가죽 제품을 사용해야 동물을 희생하지 않고 환경에도 나쁜 영향을 주지 않을까? 생각보다 많은 대안이 있다. 이미 다양한 대체 가죽 제품이 존재한다. 파인애플 가죽, 망고 가죽, 버섯 가죽 등 그 원료도 다양하다. 

 

자라와 협력해 만든 파인애플 가죽 샌들(이미지 출처 - 아나내즈-애넘 인스타그램)

◆파인애플 가죽

피냐텍스(Piñatex)는 일명 '파인애플 가죽' 제품을 만드는 영국 기업 애나내즈-애넘(Ananas Anam)의 식물성 가죽 브랜드다. 파인애플 잎에서 추출한 셀룰로오스 섬유를 이용해 가죽과 유사한 질감을 구현했다. 기존 가죽보다 가볍고 부드러우며 통기성이 뛰어난 장점을 가졌다. 

무엇보다 기존에 태워서 버려지던 파인애플 잎을 사용해 탄소발자국을 줄였다. 애나내즈-애넘에 따르면 매년 약 825톤의 파인애플 잎을 소각하는 과정에서 264톤의 탄소가 발생한다. 생산 과정에서 기존 플라스틱 원료 인조 가죽 대비 탄소발자국을 크게 줄였지만 폴리락틱산과 석유 기반 수지가 혼합돼 있어 생분해는 되지 않는다. 자라, H&M, 푸마, 휴고 보스 등이 피냐텍스를 이용해 의류 제품을 만들고 있으며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는 시트 가죽으로 사용하고 있다.

 

 

망고 가죽으로 만든 지갑(이미지 출처 - 푸르트레더 로테르담 홈페이지)

◆망고 가죽

네덜란드 스타트업 '푸르트레더 로테르담(Fruitleather Rotterdam)'은 슈퍼마켓에서 남은 망고로 비건 소재 망고 가죽을 만든다. 망고를 으깨고 삶아 박테리아를 제거한 후 다양한 천연 첨가제와 섞어, 으깬 페이스트를 시트에 펴서 건조하는 방식으로 원단을 만든다. 버려지는 망고 폐기물을 사용해 가죽을 만들어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데 기여한다. 단, 석유 기반 플라스틱에서 추출한 폴리에스테르 백킹을 사용해 완벽하게 석유 화확 물질 사용을 없애지는 못했다. 가방과 지갑은 물론 신발, 의류, 가구 등 다양한 분야의 제조 브랜드가 푸르트레더 로테르담의 망고 가죽을 사용해 제품을 만들고 있다.

 

◆버섯 가죽

버섯 가죽은 가장 유명한 비건 가죽 소재다. 외관상 소가죽과 가장 비슷해 기존 소가죽 제품의 대체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상황버섯의 윗부분을 자연적으로 무두질하는 방식으로 제작하며 생분해가 가능해 기존 소가죽에 비해 탄소발자국이 훨씬 적다. 볼트 스레드(Bolt Threads), 마이코 웍스(Myco Works), 에코베이티브(Ecovative) 등이 버섯 가죽 산업의 선두 기업으로 꼽힌다. 이중 마이코 웍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를 비롯한 여러 브랜드와 협력해 버섯 가죽 제품을 선보였다. 지난해 1월 1억 2,500만 달러(약 1,627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하며 성장성을 인정 받았다.  볼트 스레디의 버섯 가죽은 최근 메스세데스-벤츠 콘셉트 전기차 시트에 사용되기도 했다.

 

사마라가 판매 중인 사과 가죽 지갑(이미지 출처 - 사마라 홈페이지)

◆사과 가죽

사과 가죽은 사과 껍질 섬유질에서 추출한 순수 펄프를 직조하는 방식으로 만들어 진다. 여기에 천연 염료를 사용해 색을 낸다. 사과 껍질 펄프는 극세사나 폴리우레탄(PU)와 혼합한 플라스틱 기반이지만 기존 PU 가죽에 비해 훨씬 적은 합성 섬유를 사용한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 사마라(Samara)는 사과 주스 제조과정에서 나오는 사과 껍질을 이용해 사과 가죽 제품을 만들고 있다. 크로스백과 토트백, 지갑, 파우치 등을 판매하고 있으며 일부 제품은 상시 품절일 정도로 인기가 높다.

 

베지아의 포도 가죽이 사용된 벤틀리 100주년 기념 차량 내부 모습(이미지 출처 - 베지아 트위터)

◆포도 가죽

매년 전 세계에서 약 270억 리터의 와인이 생산된다. 이 과정에서 버려지는 포도 찌꺼기가 70억 리터에 이른다. 이탈리아 바이오 소재 스타트업 '베지아(Vegea)'는 와인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포도의 껍질과 줄기, 씨를 이용해 포도 가죽을 만든다. 포도 찌꺼기를 압축해 붙이고 섬유질과 기름을 추출한다. 포도 찌꺼기에 수분이 풍부해 제조 과정에서 별도의 물 사용이 없다.

이 '와인 폐기물'을 이용해 현재 글로벌 패스트 패션 기업 H&M이 신발과 핸드백을 만드는 것을 비롯해 타미 힐피거와 디아도라, 르꼬끄, 켈린클라인 등이 제품을 만들고 있다. 자동차 제조업체 벤틀리 역시 100주년 기념 차량 내부 가죽 시트로 사용했다. 

 

데세레토의 선인장 가죽으로 만든 핸드백(이미지 출처 - 데세레토 홈페이지)
데세르토의 선인장 가죽으로 만든 핸드백(이미지 출처 - 데세르토 홈페이지)

◆선인장 가죽

멕시코 기업가 아드리안 로페즈와 마르테 카사레즈는 물이 거의 필요 없고 다양한 기후에서 생존하는 선인장 종인 '가시배'를 이용해 선인장 가죽을 만들었다. 이들이 선인장 가죽 브랜드 '데세르토(Desserto)'를 만들었고, 그래서 선인장 가죽은 일명 '데세르토 가죽(Desserto Leather)'이라고도 불린다. 이 선인장 가죽은 자연적으로 무두질돼 기존 가죽과 비슷한 질감을 표현한다. 선인장 가죽은 내구성이 강해 잘 마모되지 물에 젖어도 상하지 않는다. 선인장 재배에는 빗물을 사용하며 채취한 잎은 햇볕에 말려 사용한다.

데세레토의 선인장 가죽은 아디다스와 H&M, 지방시 등 패션 업계는 물론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등 자동차 업계에서 두루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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