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양육 10년, '미래 고기'에서 '레스토랑 메뉴' 됐다
배양육 10년, '미래 고기'에서 '레스토랑 메뉴' 됐다
  • 김도연 기자
  • 승인 2023.08.16 0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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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8월 최초의 배양육 공개...대체 단백질 핵심 부상하며 산업 성장 본 궤도
그동안 투자된 자금 27.8억 달러...전 세계 정부 배양육 본격 지원 나서
배양육 명칭 두고 혼란 지속...FBS·가격 동등성 확보 등도 과제
2013년 세계 최초로 공개된 배양육 소고기 패티의 모습(이미지 출처 - 모사 미트 유튜브 채널)
2013년 세계 최초로 공개된 배양육 소고기 패티의 모습(이미지 출처 - 모사 미트 유튜브 채널)

[데일리원헬스=김도연 기자] 2013년 8월, 마크 포스트 박사가 이끄는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 대학 연구팀이 영국 런던에서 열린 시식회에서 세계 최초의 배양육을 선보인지 10년이 지났다. 수년 간의 연구를 통해 선보인 이 최초의 배양육에 대해 음식 평론가들은 "고기에 가깝지만 육즙이 부족하다"라는 평가를 내렸다.

이로부터 10년이 지난 현재, 배양육 산업에는 어느 때보다 많은 자금이 투입되고 있으며 싱가포르와 미국에선 배양육 소비자 판매가 진행되고 있다. 기후변화 위기 속 기존 육류 산업을 탈피하기 위해 세계 각국 정부의 지원도 이어지면서 배양육 산업은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올랐다. 세계 최초 배양육 등장에서 현재까지, 배양육 산업의 현황과 성과, 향후 과제를 정리했다.

 

◆현황

1. 배양육 스타트업 투자금 30억 달러 육박
대체 단백질 관련 비영리 싱크탱크 '굿푸드 인스티튜트(GFI)'는 최근 보고서에서 배양육 스타트업에 대한 글로벌 투자 금액이 지난 2016년 이후 총 27억 8,000만 달러(약 3조 7,126억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지난해 투자금은 8억 9,600만 달러(약 1조 1,966억 원)로 여전히 많은 자금이 배양육 산업으로 향하고 있다. 지난해 가장 많은 투자금이 몰린 지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나타났으며 배양육 스타트업에 투자한 벤처캐피털(VC)은 전년 대비 19% 증가한 679개로 집계됐다.

 

2. 각국 정부의 배양육 산업 지원 증가

기후 위기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식량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각국 정부들의 배양육 산업 지원이 늘고 있다. 네덜란드는 배양육을 포함한 세포농업 진흥을 위해 6,000만 유로(약 877억 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스페인은 배양육 상업화를 타진 중인 기업들에게 75만 유로(약 11억 원)의 보조금을 지금하고 있다. 영국은 배양육을 포함한 대체 단백질 개발에 2,000만 파운드(약 345억 원)를 투자했다. 세계 최초로 배양육 상업 판매를 허가한 싱가포르는 오는 2030년까지 배양육을 포함한 대체 단백질을 식량안보 강화의 핵심으로 삼고 필요한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3. 전 세계에서 배양육 상업 판매가 가능한 두 나라

싱가포르는 지난 2020년 '굿미트'의 모기업인 '잇 저스트'에 배양육 상업 판매를 허용하면서 세계 최초로 배양육 판매를 승인한 국가가 됐다. 싱가포르는 올해 초, 무혈청 배지를 배양육 생산에 사용하는 것에 대한 규제도 가장 먼저 풀었다. 이런 과감한 조치로 싱가포르는 배양육 산업의 글로벌 메카로 떠올랐다.

다음으로 세계 최대 시장 미국이 배양육 상업 판매 가능국이 됐다. 미국은 지난 6월 굿미트와 업사이드푸드가 닭고기 배양육에 대한 시판 전 규제 점검을 통과하면서 배양육 판매를 승인한 두 번째 국가가 됐다.

스위스에 배양육 판매 승인을 신청한 알레프 팜스의 배양육 스테이크(이미지 출처 - 알레프 팜스)

여기에 최근 '알레프 팜스'가 유럽 최초로 배양육 판매를 위한 승인 신청서를 스위스에 제출한 상황으로 배양육 상업 판매를 승인하는 기업이 점차 증가할 전망이다.

 
4. 유제품·초콜릿·커피도 배양해서 먹는다

배양육의 등장이 많은 기업들에게 영감을 주면서 지난 10년간 다양한 배양 제품들이 등장했다. 이스라엘 스타트업 '윌크'는 배양 유지방으로 요거트를 만든다. 호주의 스타트업 '미앤'은 배양 모유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셀레스테 바이오'는 배양 초콜릿 시장을 선도하고 있으며 핀란드의 VTT 기술 연구 센터는 프랑스 스타트업 '스템'과 함께 원두를 대체할 수 있는 세포 기반 커피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 연구 중인 배양 관련 제품은 계란, 캐비어, 콜라겐, 팜유, 동물 모피 및 가죽, 반려견용 닭고기 육수 등으로 앞으로 더 다양한 제품이 배양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성과

1. 전 세계에서 150개 이상의 배양육 기업이 활동 중

현재 전 세계에서 배양육을 연구하는 기업은 150여 개 이상으로 추산된다. 대체 단백질 관련 비영리 싱크탱크 '굿푸드 인스티튜트'(GFI)가 발표한 '2022 대체 단백질 산업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배양육 기업 수는 지난 2021년 107개에서 지난해 156개로 늘었다.

이들은 전 세계 26개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70개 이상의 브랜드가 론칭한 상태다. 아직 초기 단계로 집계에 포함되지 않은 스타트업을 포함하면 전 세계 배양육 기업 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10년 전 배양육 연구 기업이 단 한 곳도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의 저변은 의미 있는 성과다.

 

2. 생선부터 푸아그라까지 배양육 종류만 수십 가지

2013년 세상에 첫 선을 보인 배양육은 소고기 패티였지만 현재는 수많은 종류의 배양제품이 개발되고 있다. 배양육 대표 기업이자 10년 전 최초의 배양육를 선보인  마크 포스트 박사가 이끄는 '모사 미트' 등이 소고기 배양육에 집중하고 있다면 '굿미트', '업사이드푸드' 등은 닭고기 배양육을 중점 개발하고 있다. '미테이블', '조스 퓨처 푸드' 등은 아시아에서 인기 있는 돼지고기 배양육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생연어, 새우, 게 등 세포 배양 해산물도 다양하다. 싱가포르 스타트업 '우아미 미츠' 등이 세포 배양 해산물 개발을 이끌고 있으며, 프랑스 스타트업 '구르메이'가 재배 푸아그라를 만들고 있다. 호주 스타트업 '바우'는 캥거루, 얼룩말, 거북이, 야크 고기를 연구 중이다.

 

3. 레스토랑에서 배양육을 맛보는 시대

싱가포르와 미국이 배양육 상업 판매를 승인하면서 해당 지역 레스토랑들이 하나, 둘 배양육을 사용한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싱가포르 JW메리어트 호텔의 마담 팬 레스토랑은 2021년부터 모든 메뉴에 들어가는 닭고기를 굿미트의 닭고기 배양육으로 바꿨다.

샌프란시스코 바 '크렌'이 선보인 업사이드푸드 닭고기 배양육 요리(이미지 출처 - 업사이드푸드)

샌프란시스코의 바 '크렌'은 미국 최초로 업사이드푸드의 닭고기 배양육을 제공하고 있으며 워싱턴 DC 레스토랑 '차이나 칠카노'도 굿미트의 닭고기 배양육을 판매하고 있다.

 

◆과제

1. 배양육, 뭐라고 부를까? 명칭 논란은 진행 중

업계는 '배양육(Cell-cultivated)'이라는 명칭을 선호하지만 '합성육', '실험실 재배육(Lab-grown)' 등 여러 용어가 함께 사용되고 있다. 이는 비단 배양육 만의 문제가 아닌 대체 단백질 업계 전체의 문제다. 대체육은 '고기', 대체 우유는 '우유'라는 단어의 사용을 두고 기존 육류 및 낙농업계과 갈등을 빚고 있다.

GFI가 2021년 배양육 업계 최고경영자(CEO) 4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75%가 'Cell-cultivated'를 선호했다. 하지만 전 세계 많은 언론이 'Lab-grown'을 더 빈번하게 쓰고 있다. 이에 지난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배양육 관계자들은 관련 용어를 영어로 'Cell-cultivated'로 통일해 표기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2. FBS를 제거하는 것이 산업 지속 성장의 열쇠

배양육과 관련한 가장 큰 논란 중 하나는 소에서 추출한 성장 배지인 태아 소혈청(FBS) 사용이다. 소 태아 혈액에서 분리되는 혈청이라 이를 사용하면 동물성 식품으로 볼 수 있다. 또 태어나지도 않은 송아지의 혈청을 추출하는 행위에 대한 동물복지 논란도 크다. 무엇보다 태아 소혈청의 비싼 가격은 배양육의 생산원가를 낮추는 장애물이 돼 왔다.

셀미트가 개발한 무혈청 세포 배양액(이미지 출처 - 셀미트)

이 때문에 모사 미트 등 많은 배양육 기업들이 혈청을 사용하지 않는 생산방식을 연구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 '셀미트'가 무혈청 세포 배양 배지를 만들어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FBS를 사용하지 않고 제품을 개발하는 방법을 적용하고 있지만 관련한 논란은 여전히 식지 않고 있다.

 

3. 기존 육류와 가격 동등성 확보

규제와 함께 배양육 업계가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생산비용을 낮추는 일이다. 10년 전 소고기 패티 2장을 만드는데 30만 달러(약 4억 원)가 들었다면 지금은 기술 발전과 생산규모 확대 등으로 배양육 생산비용은 평균 파운드당 약 100달러(약 13만 원) 수준까지 내려왔다.

하지만 이 같은 수준으로 아직 일반 육류와 대등하기 경쟁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GFI는 오는 2030년에 배양육이 일반 육류와 동등한 가격 경쟁력을 갗출 것으로 전방한 바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희망 섞인 바람이라는 지적도 있다.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해서는 규모 확장이 필요한데 상당수 스타트업은 이런 역량을 갖출 수 없으며 배양육을 만드는 배지 가격이 여전히 비싸다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이에 따라 배양육이 단기간에 마트에서 일반 육류와 비슷한 가격으로 판매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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