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중대의 펫과 함께]⑧반려동물 의료분쟁 해결의 출발점이 될 2023년
[권중대의 펫과 함께]⑧반려동물 의료분쟁 해결의 출발점이 될 2023년
  • 오피니언
  • 승인 2022.12.28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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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반려동물 의료사고에도 피해 구제 받을 법적 제도 전무...수의사 처벌도 미미
반려 인구 급증세...반려동물 의료분쟁 조정할 기관 마련 시급
농식품부, 반려동물 의료분쟁 해결 위해 다양한 정책 마련...질병명·진료행위 항목 표준 개발
새해 달라지는 반려동물 의료정책 정착 위해 동물 병원 관련 조직 업무협조 필요
권중대 한국동물복지협회 대표
권중대 한국동물복지협회 대표

#1

평소 아끼고 사랑하는 이웃의 반려견이 치아가 좋지 않아 가까운 동물 병원에서 치료했는데 보호자 동의 없이 이빨 9개가 뽑힌 후 급격한 체중 감소와 건강 악화로 시름시름 앓다가 이틀 만에 죽게 됐다.

 

#2

건너편 이웃집 반려견인 만 9세 포메라니안은 서울 강남 유명 동물 병원을 찾아 건강검진을 위해 마취 전 프로포폴 약물을 주입해 수면 유도를 하던 중 약물 주입 후 30초 만에 죽었다.

 

위 두 사례는 최근 우리 주변에서 실제 일어난 사건이다. 공통점은 병원 측에서 시술이나 검사가 위험하다는 말과 치료방법에 대한 조언을 하지 않았고, 법적 처벌이나 보상은 둘째치고 제대로 된 사과조차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는 반려동물 의료사고는 아직 피해 구제를 받을 수 있는 법적 정의나 제도가 전무하고 처벌이나 보상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 반려동물 관련 의료분쟁 발생 시 현재는 한국소비자원에 신고하는 정도로 반려동물 의료분쟁과 관련해 국가에서 전문적인 상담을 해 줄 만한 창구가 없는 열악한 상황이다.

지난 2017년부터 2020년 상반기까지 동물 병원 관련 피해 신고 988건 중 수의사 의료 행위로 인한 부작용은 242건으로 전체의 24.5%를 차지했다. 오진은 108건으로 10.4%에 달했다. 하지만 2015년 이후 수의사 면허정지 건수는 고작 33건에 불과해 신고 건수를 고려하면 수의사가 의료 과실로 면허정지를 받은 건수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사람에 대한 의료사고 조정은 ‘한국의료분쟁 조정중재원’에서 맡고 있다. 지난 2012년 100억 원 이상의 예산으로 설립돼 현재는 연간 예산이 220억 원에 이른다. 급증하는 반려 인구를 감안하면 반려동물과 동물보호자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동물 병원의 안정적 진료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라도 사람과 유사한 제도와 기관 도입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선 시급한 의료분쟁 조정 창구, 가령 반려동물의료분쟁 조정원 같은 기관 마련이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

동물 의료사고 전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도 최근 반려동물의 의료분쟁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당장 내년부터는 동물 병원 진찰료, 입원비 등 주요 진료 비용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세를 추진해 비용 부담을 줄인다. 동물 병원은 엑스레이 검사 등 주요 진료비를 게시해야 하고 수술 예상 비용은 보호자에게 사전에 의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동물 병원 비용의 부가세 면세를 위해선 전국 동물 병원의 진료항목 표준화가 선행돼야 한다. 같은 질병이라도 동물 병원마다 명칭이나 진료 절차 등이 달라 진료비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진료항목 표준이 개발된 항목도 부가세를 면제할 계획이다. 우선 올해 안에 외이염, 아토피성 피부염 등의 진료항목을 표준화하고, 오는 2024년까지 100개 항목의 표준을 마련할 예정이다.

동물 병원 진료항목이 표준화되면 반려동물 의료사고, 분쟁 발생 시 보호자가 진료기록부를 확인하기 쉬워지며 의료사고 분쟁 시 어떤 처치를 받았는지 확인할 수 있어 신속한 대처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수의사법 개정에 따라 동물 수술 등 중대 진료를 하는 경우, 동물 보호자에게 진단명, 수술 등 중대 진료의 필요성, 방법 및 내용, 전형적으로 발생이 예상되는 후유증 또는 부작용, 동물 소유자 등의 준수 사항 등을 설명하고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를 수의사가 위반할 경우, 1차 30만 원, 2차 60만 원, 3차 9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 2023년 상반기까지 전국 4,900여 개 동물 병원의 진료비 현황조사를 공개하고, 2024년까지 동물 병원에서 사용하는 질병명과 진료행위 항목 100개에 대한 표준을 개발해 보급할 계획도 포함돼 있다.

내년부터 실시되는 동물의료 서비스 개선책이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대한수의사회를 비롯한 기존 동물 병원 관련 조직 간의 유기적이고 원만한 업무협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동물 의료 분쟁은 민감한 사안이므로 자칫 현재의 모든 동물 의료사고의 실책을 동물 병원 탓으로만 돌리는 책임 전가식의 논의는 더욱 불란을 만들 수 있다. 사람의 공공 의료체계와는 다르게 동물의료는 그동안에 민간의 영역에서 공적인 지원이나 투자 없이 숭고하게 계승 발전돼 왔기에 그간의 헌신과 노력을 존중해 주고 인정해 주는 점도 중요하다.

동물 의료는 정부 주무 부처의 정책, 동물 병원 수의사, 동물 보호자로 이루어진 3자가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고 이루어지는 복합적인 서비스인만큼 변화에 대한 필요성과 지원책이 어느 한쪽으로 편중되지 않도록 공평하게 잘 조율되어야 한다. 내년부터 달라지는 반려동물 의료정책이 기존 업계와의 원만한 절충을 통해 무탈하게 잘 정착해 다가오는 새해가 우리 주변 반려동물 가족이 의료분쟁에 대한 고민과 부담을 조금이나마 더는 새로운 출발점이 되길 기대해 본다.

권중대 한국동물복지협회 대표 localhq@naver.com

[필자 소개] 권중대 대표는 대학에서 사회복지학 전공 후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 취득했다. 인간복지 실현을 위한 동물복지 실천이 중요함을 알게 돼 한국동물복지협회를 만들어 운영 중이다. 육군 장교(ROTC) 출신으로 퇴역군견과 특수견이 임무수행 후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명예동물양로원사업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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