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중대의 펫과 함께]⑩튀르키예 구조견 '토백이'의 은퇴 후 삶은 구조받을 수 있을까?
[권중대의 펫과 함께]⑩튀르키예 구조견 '토백이'의 은퇴 후 삶은 구조받을 수 있을까?
  • 오피니언
  • 승인 2023.03.09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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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구조 활동으로 인명구조견 관심...소방청 인명구조견 짧은 역사에도 큰 성과 거둬
인명구조견, 현장 투입 후 8년 지나면 은퇴...은퇴 후 일반 가정에 입양돼 반려견 삶 살아
현재는 은퇴 후 아파도 의료 지원 못 받아...입양 가정이 의료비 모두 떠안아야
인명구조견 평생 국민 위해 헌신...은퇴 후 의료비 지원책 마련해야
권중대 한국동물복지협회 대표
권중대 한국동물복지협회 대표

얼마 전 튀르키예 대지진 구조 현장에서 부상투혼 활약을 펼친 대한민국 긴급 구호대(KDRT) 특수 인명구조견 '토백이'가 스타덤에 올랐다. 

사람도 걷기 힘든 위험한 각종 붕괴 잔해들 속에서 임무를 수행하면 다치기 십상이다. 구조해야 할 사람과 시신이 너무나 많아 참사 현장에서 복귀한 구조견들은 매일 쓰러질 정도로 극심한 체력 고갈을 겪었다고 한다. 구조 과정에 발을 다쳐 붕대를 감고 수색을 이어가는 토백이의 모습에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응원을 보냈다. 토백이는 지난 2020년, 중앙 119구조본부에서 열린 제10회 소방청장배 전국 119인명구조견 경진대회에서 최우수 인명구조견(탑독:Top Dog)에 선정될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가졌다. 토백이와 함께 파견된 인명구조견 티나와 해태도 구조활동에 큰 도움을 줬다.

구조 활동 중 다친 발의 구조를 푼 토백이의 모습(이미지 출처 - '구조견 토백이' 유튜브 채널)
구조 활동 중 다친 발의 붕대를 푼 '토백이'와 구조대원 모습(이미지 출처 - '구조견 토백이' 유튜브 채널)

인명구조견은 각종 재난, 사고로 위급 상황에 빠진 사람을 구조하도록 훈련받은 강아지로 재난구조견, 산악구조견, 수난탐지견, 사채탐지견, 화재탐지견 등이 있다. 사람보다 50배 이상 뛰어난 청각과 최소 1만 배 이상 발달한 후각을 가진 구조견 한 마리는 수색 대원 30명 이상의 몫을 해낸다. 

소방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는 구조견은 독일산 셰퍼드, 래브라도 레트리버, 보더콜리, 벨기에산 멀리 노이즈, 잉글리시 스프링거 스파니엘 등 다섯 품종이다. 국내 지형과 날씨 등 환경적 요인에 잘 맞는 체형인 데다 좋은 성품 개체가 많이 번식되고 있어서다.

현재 중앙119구조본부에서 18마리의 훈련견과 22명의 예비 핸들러가 교육을 받고 있으며 오는 2028년까지 현재 35두인 구조견을 51마리까지 늘릴 계획이다. 모든 훈련이 끝난 개에겐 인명구조견 공인인증평가 응시 자격이 주어진다. 산악, 재난 수색 능력과 종합 전술(복종, 장애물) 등을 평가해 70점 이상이면 합격이다. 공식 인명구조견이 되면 현지 적응 훈련을 거쳐 각 시, 도에 보급된다.

소방청 구조견은 군견(1950년 6·25 전쟁)과 경찰견(1986년 아시안게임), 관세청 탐지견(1987년 국제공항·항만 폭발물 테러 대비) 등 국내 다른 정부 기관에서 운용하는 특수 목적견에 비해 역사가 짧다.

지난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이후 1998년 한 민간 기업이 사회공헌 차원에서 구조견 2마리를 강원 원주소방서에 기증한 게 시초다. 이후 2011년 4월, 정부 주도로 중앙119구조본부에 구조견 교육대가 문을 열면서 본격적인 구조견 양성과 교육 체계가 구축됐다. 짧은 역사에 비해 1998년 1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모두 7910차례 출동해 548명(생존자 232명·사망자 316명)을 구조하는 큰 성과를 거뒀다.

이렇게 구조 현장에서 큰 공을 세운 구조견은 현장 투입 후 보통 8년이 지나면 은퇴한다. 사람으로 치면 60세에 정년퇴직을 하는 셈이다. 은퇴 후에는 일반 가정에 보내 반려견으로 안락한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평생 국민을 위해 헌신한 공로에 대한 보답이자 소방 동료로서 당연히 지켜야 할 도리'라는 것이 소방청의 입장이다.

인명구조견 활동 후 은퇴한 '소백이'. 소백이는 은퇴 후 12일 만에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국가를 위해 헌신한 구조견의 은퇴 후 삶은 우리 국격에 비해 열악한 실정이다. 사료비 부담은 다행히도 민간단체에서 사망할 때까지 무상으로 지원해 주고 있다. 

문제는 의료비용이다. 노후에 병이 나거나 다쳤을 때 모든 비용을 입양 가정이 부담해야 한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노쇠하고 면역력이 약한 은퇴 구조견에게 의료 서비스가 필요한 경우 현재로선 입양 가정의 의료비 부담 능력이 없으면 속수무책이다.

국가를 위해 헌신한 구조견들이 입양됐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책임을 입양 가정에게 돌리고 최소한의 의료 지원도 하지 않는 것은 분명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질병에 걸리거나 다쳤을 때 치료받을 수 있는 지정병원 지원 제도나 실비 보험 적용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구조견을 위한 특별 보험 제도 신설이 필요하다. 토박이의 활약이 이슈가 된 지금이 인명구조견의 은퇴 후 삶을 국가가 책임지는 논의의 시작점이 되길 바란다.

권중대 한국동물복지협회 대표 localhq@naver.com

[필자 소개] 권중대 대표는 대학에서 사회복지학 전공 후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 취득했다. 인간복지 실현을 위한 동물복지 실천이 중요함을 알게 돼 한국동물복지협회를 만들어 운영 중이다. 육군 장교(ROTC) 출신으로 퇴역군견과 특수견이 임무수행 후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명예동물양로원사업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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