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균의 토지기반 탄소중립]⑦기초지자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산림재난 관리
[이우균의 토지기반 탄소중립]⑦기초지자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산림재난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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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2.20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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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로 산불 대형화·장기화 추세...우리나라도 영향 받아
우리나라 산불 발생 이유 봄철 가뭄·바람...사람에 의한 발생도 많아
산불 발생하면 숲이 저장한 이산화탄소 일시 배출 돼...배출량, 흡수량의 10배
지자체 탄소중립 달성 위해 산불 예방이 최선...산림 관리 지번 중심에서 유역 중심으로 변경해야
이우균 고려대학교 환경생태공학과 교수
이우균 고려대학교 환경생태공학과 교수

온실가스 배출과 흡수의 균형을 맞추는 것, 즉 배출과 흡수의 차이를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배출을 줄이는 것 못지않게 흡수원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산불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폭탄이라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산림의 경우, 산불이 나면 흡수한 량의 10배에 해당하는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즉, 10년간 흡수한 양이 한순간에 배출로 이어지는 것이다.

기후변화에 의해 전 세계적으로 산불이 대형화되고 오래 지속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19년 9월부터 2020년 2월까지, 6개월간 남한 면적의 2배에 가까운 산림을 태운 호주 산불, 서울의 24배를 태운 최근의 캘리포니아 산불 등 미국, 캐나다, 포르투갈, 그리스, 러시아, 인도네시아, 칠레, 호주 등 세계 곳곳에서 해마다 대형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는 계절에 작은 불씨가 강풍을 타고 급속도로 번지는 것이 공통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기후변화에 의한 이상기후가 산불 발생과 규모에 영향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 산불은 대부분 봄철에 발생하는데, 그 이유는 우선 봄철 ‘가뭄’이다. 우리나라 강수량의 대부분은 6~7월 장마철에 집중된다. 겨울에서 봄으로 이어지는 계절에는 가뭄이 심해 식물이 말라 있어 잘 타는 연료 역할을 한다.

또 하나의 원인은 봄철의 강한 ‘바람’이다. 우리나라 대형 산불은 주로 강원 동해안 지역에서 3∼4월에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봄철에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지형적 특성에 따른 양간지풍(襄杆之風)이라 불리는 방향의 변화가 심한 강풍이 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사람’이다. 우리나라 산불은 거의 사람에 의한 것이다. 봄철에 농사, 나들이 등의 활동이 늘어나면서 입산자의 실화(34%), 논두렁·밭두렁 소각(15%), 쓰레기 소각(14%) 등 사람의 부주의가 주된 원인이다. 건조, 바람 등의 날씨는 어쩔 수 없다 해도 산림 내 연료 관리와 사람 활동으로 인한 산불 발생을 줄일 수 있다는 것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발생

원인

입산자

실화

논·밭두렁

소각

쓰레기

소각

담뱃불

실화

성묘객

실화

어린이

불장난

건축물

화재

기타

건수

/ 비중 

159건/34% 72건/15% 65건/14% 24건/5% 15건/3% 2건/1% 25건/5% 112건/23%

우리나라 2011~2020년 산불 발생 원인(자료 출처 - 산림청)

 

산불은 지역 재난은 물론, 수십 년 된 산림자원의 손실로도 이어진다. 산림은 공급, 지원, 조절, 문화 등의 생태계 서비스를 제공한다. 1차적으로 목재 재원의 손실과 송이와 같은 부산물 생산기지가 없어지는 공급 서비스의 피해가 있다. 지난해 울진 산불로 약 3백만 입방미터(㎥)의 임목 자원이 소실됐다. 마땅한 보상책이 없는 상황에서 손실을 산주와 지역 주민이 떠안는 현실이 안타깝다.

또, 물 공급에 차질을 줌은 물론, 하천이 오염돼 지원 서비스가 약화된다. 산불이 난 지역에서 자라던 다양한 수종과 동식물 등 생물 다양성이 크게 훼손되는 것도 큰 문제다. 우수한 경관이 사라지면서 지역 및 국가 차원의 문화적 기능 또한 손상된다.

기후변화와 관련해선 숲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저장하고 있던 것이 일시에 배출된다. 조절 서비스가 훼손되는 것이다. 지난해 울진 산불로는 약 150만 톤의 이산화탄소가 일시 배출된 것으로 추산된다. 이렇게 흡수의 10배를 배출하는 산불이 나면 해당 기초지자체의 탄소중립 달성은 요원해진다.

지역의 안전, 생태계 서비스 유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산불 발생을 억제하는 ‘예방’이 최선이다. 좀 더 과학적인 산불 예방대책이 필요하다. 산불 위험 예보는 보통 기상인자를 기반으로 한 예측 모형(prognostic model)을 통해 이뤄지는데, 이는 넓은 면적에 대해 위험 수준을 예측하는 것이다. 그러나 산불은 그 넓은 곳 중 특정 장소와 시간에 발생한다. 이를 찾아내야 한다. ‘연료’와 ‘사람 활동’ 측면에서 어디가 더 위험한지를 위성 및 ICT 기술로 찾아내는 진단 모형(diagnostic model)을 적용하는 것이다. 기술은 이미 충분히 존재한다. 다만 행정적 이행체계가 미흡한 것이 문제다.

진단모형(diagnostic model)의 사람 활동에 의한 산불 발생 위험지도(적색일수록 위험)
진단모형(diagnostic model)의 사람 활동에 의한 산불 발생 위험지도. 적색일수록 위험하다.(이미지 출처 - 고려대학교 환경GIS/RS연구실)

산불이 대형화되는 것을 고려하면 지역 차원의 산불 예방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본래 산림 관리는 넓은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최소 유역(강이 물을 모으고 있는 범위) 단위는 돼야 한다. 그래야 규모의 경제를 갖춘 산림경영이 가능하며, 환경생태적으로 건강하고, 온실가스 흡수 및 저장도 잘하고, 산불·산사태 등의 재해로부터도 안전한 산림을 유지할 수 있다. 국토의 균형적 발전 측면의 토지 이용이다.

현재 우리나라 산림의 67%을 차지하는 사유림 관리는 지적‧지번에 기반해 파편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하나의 유역에 있는 산림은 수백 또는 수천 개의 지번으로 쪼개져 있으며, 그 소유가 분산, 파편화됐고, 면적도 소규모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좋은 산림정책이더라도 현장에서는 그에 부합되는 산림 관리를 할 수 없게 된다.

우리나라는 산림복구에 성공한 나라로 인식되고 있다. 배경에는 지번을 넘는 지역 단위의 복구 정책이 있었다. 반세기의 복구 성공으로 성숙해진 우리의 산림 관리도 지번 중심이 아닌 유역 또는 지역 중심으로 옮겨질 때다. 그래야 토지 기반 임업을 통한 기초지자체의 탄소중립을 달성이 가능해지고, 산림 관리로 지역주민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우균 고려대학교 환경생태공학과 교수·오정리질리언스연구원장 leewk@korea.ac.kr

[필자 소개] 이우균 교수는 독일 괴팅겐 대학에서 산림계획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1996년부터 고려대에서 교수로 재직하면서 기후변화와 산림환경생태와의 연관성, 특히 탄소흡수원관리에 대한 연구와 교육을 진행해 오고 있다. 최근에는 고려대 부설연구소인 오정리질리언스연구원의 원장으로서 환경 및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생태계물질순환 기초 과학과 기후환경회복탄력성 연구를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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