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성 고기'는 '고기'일까?...EU, 대체 단백질 식품 표기 논란
'식물성 고기'는 '고기'일까?...EU, 대체 단백질 식품 표기 논란
  • 노광연 기자
  • 승인 2019.08.13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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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의회 개정안 통해 대체 단백질 식품 '고기' 등 기존 용어 사용 막아
EU 에너지 및 환경 분과위원회 "대체 단백질 식품, 기존 용어 사용 문제없다"

[데일리원헬스=노광연 기자] 대체 단백질 식품의 표기에 대한 논란이 유럽에서 이어지고 있다고 축산전문매체 '더피그사이트'가 13일 보도했다.

유럽연합(EU) 에너지 및 환경 분과위원회는 최근 성명을 통해 대체 단백질 식품에 '고기', '버거', '소시지' 등의 용어 사용을 금지한 EU 개정안에 우려를 나타냈다.

EU 의회는 대체 단백질 식품 업계가 사용해온 '식물성 고기', '콩으로 만든 버거', '콩으로 만든 소시지' 등의 표현을 금지했다. 한 마디로 '고기'와 '버거', '소시지' 등 전통적인 육류를 연상시키는 단어를 쓰지 말라는 것이다. 유럽재판소도 지난 2017년 기존 유제품의 명칭을 보호하는 취지로 '식물성 우유' 같은 표현을 금지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EU 의회와 축산·낙농 업계는 소비자 혼동을 막기 위해 전통 육류·유제품과 대체 단백질 식품의 용어를 분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식물성 고기'는 엄밀하게 말해 고기 맛을 내는 음식이지 소비자가 생각하는 전통적인 고기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식물성 고기'라는 표현을 쓰면 소비자가 돼지고기나 소고기 등 전통적인 육류에 포함된 영양소를 얻을 수 있다고 기대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지적이다. 소비자의 오해를 막고 기존 축산·낙농 업계의 피해를 막기 위해 대체 단백질 식품 업계가 기존의 용어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체 단백질 식품 업체 '저스트 미트'가 생산 판매 중인 닭고기 상품
대체 단백질 식품 업체 '저스트 미트'가 생산 판매 중인 닭고기 상품

EU 에너지 및 환경 분과위원회는 3가지 이유를 들어 이런 입장을 반박했다.

▲용어 분리가 오히려 소비자 혼란을 가중시키고 ▲급성장하는 대체 단백질 시장 성장을 막으며 ▲건강을 위해 지나친 육류 소비를 막아야 하는 보건정책 기조와 반대되는 결정이라는 점을 들었다.

분과위원회는 소비자가 용어를 오해해 잘못된 소비를 한다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자체 설문 결과 4% 미만의 소수의 사람만이 의도치 않게 기존 육류 대신 대체 단백질 식품을 구입했다.

또 설문 참여자 모두가 '식물성 고기', '식물성 버거' 같은 현재의 표현이 오히려 제품의 특성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분과위원회는 "소비자를 호도하는 특정 상업 행위를 금지하는 개정안의 내용을 대체 단백질 식품에 적용하는 것은 정당성이 충분하지 않다"며 "개정안이 동물 사육으로 인한 환경 오염을 막고 육류 소비 감소로 인한 건강 증진이라는 EU의 목표를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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