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성 고기에 '고기'라는 표현 써도 될까? 유럽서 '논쟁'
식물성 고기에 '고기'라는 표현 써도 될까? 유럽서 '논쟁'
  • 송신욱 기자
  • 승인 2019.07.29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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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농업생산자단체 "식물성 고기는 전통적인 고기 아니다...새 명칭 써야"
美, 식물성 고기에 별도 설명 표기해야
비욘드미트가 생산, 판매하는 식물성 고기 제품. 유럽에서 식물성 고기의 '고기' 표기가 이슈가 되고 있다.
비욘드미트가 생산, 판매하는 식물성 고기 제품. 유럽에서 식물성 고기의 '고기' 표기가 이슈가 되고 있다.

[데일리원헬스=김태평 기자] 식물성 고기에 '고기(Meat)'라는 표현을 쓸 수 있을까. 유럽에서 식물성 고기 포장에 '고기'라는 표현를 쓰는 것에 대한 논쟁이 한창이다.

유럽연합(EU) 농업생산자단체 '코파-코게카(Copa-Cogeca)'는 "소비자와 농업인 모두를 존중하는 공정하고 일관성 있는 유통 과정을 원한다"며 "식물성 고기 포장에 '고기'라고 표기하거나 식물성 우유 포장에 '우유'(Milk)라고 표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라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과 함께 코파-코게카는 세 가지 근거를 제시했다. 먼저 '올바른 정보 전달'이다. 식물성 제품이 소비자에게 잘못된 정보와 인식을 심어준다는 주장이다. 식물성 우유를 마신다고 해서 원유(原乳)와 같은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코파-코게카는 '프랑스 국민의 절반가량이 식물성 우유를 통해 원유와 같은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라는 통계 자료를 근거로 식물성 우유에 '우유'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두 번째는 '문화적 도용 방지'다. 코파-코게카는 고기와 우유는 EU의 문화적 유산에서 비롯된 명칭임에도 불구하고 식물성 식품을 생산, 유통하는 업체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이를 도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코파-코게카는 "소비자에게 고기와 우유를 팔 때 '이게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없다"며 "카르파치오, 찹스, 살라미도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EU의 전통적인 이름으로 지리적 표시제와 원산지 표시제로 지역의 유산을 보호하는 것처럼 고기와 우유라는 명칭 역시 보호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은 '창조성과 공정성'이다. 코파-코게카는 "최근 유럽재판소의 판결과 EU 의회의 법 개정은 식물성 식품의 등장을 위협하려는 게 아니라 새 명칭을 제시할 기회를 제공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럽재판소는 2017년 기존 유제품의 명칭을 보호하는 취지로 법을 해석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또 EU 의회는 고기 관련 용어와 명칭을 '전적으로 동물의 식용 가능한 부위에 한정한다'는 내용의 법을 채택했다.

코파-코게카는 이를 바탕으로 "질감이나 맛이 유사하다고 해도 식물성 고기와 우유는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식품"이라며 "고기나 우유가 아닌 새 용어와 개념을 개발하는 것은 식물성 식품이 지닌 근본적인 모순을 해결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논쟁이 있었다. 미주리주는 2018년 8월부터 식품회사들이 가축, 가금류를 도축해 생산하지 않은 고기에 '고기'라는 표현을 금지하는 육류광고법을 시행했다. 고기대체식품은 포장에 '식물 기반', '실험실에서 키운' 등의 문구를 명시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미국에서는 "소비자 혼란이 줄어든다", "새 산업의 성장과 발전을 저해한다" 등 팽팽한 의견 대립이 일어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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