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색한 '파리 기후협약'...2015년 이후에도 육류·유제품 기업에 막대한 자금 몰려
무색한 '파리 기후협약'...2015년 이후에도 육류·유제품 기업에 막대한 자금 몰려
  • 김도연 기자
  • 승인 2024.03.22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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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투자 기업, 2015년 이후 동물성 단백질 기업에 819조 자금 제공
자체 환경 정책 가지고 있지만 소용 없어...'그린워싱' 행위 심각
 피드백 글로벌이 발표한 '여전히 도살당하고 있는 지구(Still Butchering the Planet)' 보고서 표지(이미지 출처 : 피드백 글로벌 홈페이지)

[데일리원헬스=김도연 기자] 파리 기후협약이 체결된 2015년 이후로도 글로벌 금융 및 투자 기업들이 동물성 단백질 생산기업에 막대한 자금을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금융 및 투자 기업 상당수가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기업에는 자금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자체 규정을 가지고 있어, 앞뒤가 다른 그린워싱(Greenwashing)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농식품 캠페인 단체 피드백 글로벌(Feedback Global)이 최근 발표한 '여전히 도살당하고 있는 지구(Still Butchering the Planet)'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 사회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지구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상승에서 억제하는 파리 기후협약을 체결한 2015년 이후에도 글로벌 금융 기업은 JBS, 타이슨, 마프리그 등 55개 육류 및 유제품 생산 기업에 2022년까지 6,150억 달러(약 819조 원)를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지원한 자금은 연평균 769억 달러에 달하며, 자금을 지원을 받은 기업들은 매일 닭 4,400만 마리, 소 약 20만 마리, 돼지 64만 마리를 도축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이러한 자금 지원은 증가 추세에 있어, 지난 2015~2018년과 비교해 2019~2022년 15% 증가했다.

피드백 글로벌은 성명에서 "글로벌 금융 기업들이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동물성 단백질 소비를 줄이는 것이 시급하다는 과학적 증거가 명백함에도 막대한 자금 지원으로 동물성 단백질 기업의 확장을 촉진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실제 금융 기업의 막대한 자금 지원 속에 2015~2021년 동물성 단백질 생산량도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같은 기간 전 세계 육류 생산량은 9%, 유제품 생산량은 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금융 기업 중 동물성 단백질 기업에 가장 많은 자금을 지원한 기업은 뱅크 오브 아메리카와 바클레이스로 이들은 2015년부터 2022년까지 대출과 투자 등의 행태로 각각 280억 달러(약 37조 2,729억 원)를 동물성 단백질 기업에 제공했다. 보고서는 이들 기업을 '최악의 범죄자'라고 표현했다.

바클레이즈는 육류 대기업 JBS의 최대 글로벌 채권자로, 2015년부터 67억 달러(약 8조 9,204억 원)의 신용을 제공했다. 모건 스탠리는 타이슨 푸드의 최대 글로벌 채권자다. 카길의 상위 5대 채권자로는 JP 모건체이스, 뱅크 오브 아메리카, 씨티그룹이 있으며, 이들은 2015년 이후 카길에 총 110억 달러(약 14조 6,454억 원)를 제공했다.

투자사들 역시 동물성 단백질 기업에 엄청난 자금을 투자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총 378억 달러(약 50조 3,458억 원)를 투자했다. 같은 기간, 뱅가드와 캐피탈그룹 역시 200억 달러(약 26조 6,380억 원)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동물성 단백질 기업에 투자한 글로벌 금융 및 투자 기업들이 자체 환경 정책을 위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HSBC 소 농장을 포함해 '삼림 벌채에 직접 관여하거나 관련 업체와 거래하는 고위험 고객'에게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HSBC는 2015년부터 2022년까지 남미 최대 소고기 회사인 마르프릭과 미네르바에 총 20억 달러(약 2조 6,664억 원) 이상을 지원했다. 두 회사 모두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수천 헥타르의 삼림 벌채와 관련이 있다.

보고서는 "상당수 금융 기관이 자체 환경 정책을 제대로 지키고 있지 있음이 확인됐다"라며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그린워싱이 심각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산업적 축산업과 지구의 지속 가능한 미래는 양립할 수 없다"라며 "금융 및 투자 기업들이 동물성 단백질 기업의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자금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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