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NOW] 기후변화로 실종된 꿀벌 대신해 꽃에 수분하는 꿀벌 로봇
[TECH NOW] 기후변화로 실종된 꿀벌 대신해 꽃에 수분하는 꿀벌 로봇
  • 송신욱 기자
  • 승인 2024.03.20 1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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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루가 AI 파밍, 인공수분 로봇 개발...로봇 3.5대로 3,025평 수분
꿀벌 바이러스 확산 방지...인건비 줄이고 수확량 10% 높여

[데일리원헬스=송신욱 기자] 수박, 딸기, 참외, 토마토 등 꽃이 열매로 변하는 과일은 꿀벌의 수정이 필요하다. 꿀벌이 수꽃에서 암꽃으로 옮긴 꽃가루에 의해 수꽃과 암꽃이 수정되면 열매가 열린다. 

지난 2020년 국립농업과학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27개 작물이 수정벌에 의존한다. 수정벌 의존 비율은 딸기는 100%, 참외는 93.1%, 수박은 92.7%로 수분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그러나 기후변화와 꿀벌 전염병 등으로 꿀벌 개체 수가 줄어들면서 과일 재배 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꿀벌 부족 현상에 대응해 이스라엘 스타트업 아루가 AI 파밍(Arugga AI Farming)은 토마토 재배 온실에서 인공수분을 하는 로봇을 개발했다. 로봇이 꿀벌을 대신해 수분 작업을 하기 때문에 꿀벌 없이도 토마토를 재배할 수 있다.

아루가의 인공수분 로봇 폴리(Polly)는 온실을 자율적으로 오가며 AI 기술을 활용해 수분 준비가 된 꽃을 탐색한다. 로봇에 장착된 카메라로 수분할 꽃을 감지한 후 벌의 수분 행위를 모방해 최대 3.96미터 높이에서 꽃가루를 떨어뜨린다. 벌이 가슴 근육과 날개를 빠르게 진동시켜 몸의 털뭉치에 묻힌 꽃가루를 떨어뜨려 수분을 하는 것처럼 폴리는 공기 펄스를 방출해 꽃을 진동시킨다.

아루가 AI 파밍의 인공수분 로봇 'Polly'(이미지 출처 : 아루가 AI 파밍)
아루가 AI 파밍의 인공수분 로봇 'Polly'(이미지 출처 : 아루가 AI 파밍)

1헥타르(3,025평) 규모를 수분하는 데는 약 3.5대의 폴리가 필요하다. 아루가는 알고리즘을 개선해 1헥타르 수분에 필요한 폴리를 2.5대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로봇 1대가 1헥타르의 작업을 수행하는 날도 머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아루가에 따르면, 로봇을 활용해 수분을 하면 벌의 수분으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문제를 방지할 수 있다. 폴리는 꿀벌에 의한 바이러스 확산을 방지하는 비접촉 솔루션으로 바이러스 발생률을 낮추고 살충제 사용도 줄여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적다.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도 장점이다. 벌은 극심한 더위에 취약해 활동에 제약을 받을 수 있지만 폴리는 온도 제약 없이 작동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특히, 온실의 온도와 습도가 모두 최적의 상태일 때 작동해 수분 성공률을 높인다. 수분 성과를 모니터링하기에도 용이해 개선이 필요한 사항을 파악해 조치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부족한 노동력도 보완할 수 있다. 

현재 호주, 미국, 핀란드 등에 진출한 폴리는 재배자들이 헥타르 당 월 사용료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임대해 이용할 수 있다. 핀란드의 한 온실 재배 기업에서는 폴리를 적용한 결과 꿀벌 수분에 의존했을 때보다 수확량이 1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루가는 수분 작업 외에도 작물 재배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추가 기능을 개발하고 있다. 온실 작물 재배에서 노동력이 가장 많이 필요한 가지치기 작업을 사람 손길 없이 비접촉식으로 할 수 있는 기술, 수확량 예측 및 수집 데이터 분석, 작물 수확 기술을 통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생산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목표다.

지난해에는 카메라 비전 기술을 이용해 온실 작물의 해충과 질병 등을 감지하는 솔루션도 개발했다. 알부터 성충까지 여러 성장 단계에 있는 해충을 작물 잎에서 감지하고 해충이 존재하는 특정한 위치를 이미지로 보여준다. 아루가는 해당 솔루션과 폴리 등 기술로 재배자의 생산성을 향상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루가 AI 파밍의 작물 해충 감지 솔루션 'Viewnetic' 화면(이미지 출처 : 아루가 AI 파밍)
아루가 AI 파밍의 작물 해충 감지 솔루션 'Viewnetic' 화면(이미지 출처 : 아루가 AI 파밍)

이도 겔트너 아루가 최고경영자(CEO)는 "노동집약적인 온실 작물 재배에 폴리가 투입돼 인건비를 줄이고 수확량을 늘릴 수 있다"라며 "꽃에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효과적으로 수분을 하는 로봇 기술은 온실 재배 산업에 큰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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