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NOW] 번개 맞은 버섯이 쑥쑥 자란다? 번개로작물 수확량 높이는 스타트업
[TECH NOW] 번개 맞은 버섯이 쑥쑥 자란다? 번개로작물 수확량 높이는 스타트업
  • 송신욱 기자
  • 승인 2024.01.30 1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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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스틱, 저전압을 5만 볼트로 변환해 식물에 조사...버섯 수확량 15% 증가
비료·살충제 등 화학 물질 사용 없이 종자 발아율 높여...곰팡이 발생 방지 및 영양분 흡수 도움

[데일리원헬스=송신욱 기자] 농업에 기술을 결합해 생산성을 높이려는 시도가 전 세계에서 계속되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로 식량 부족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면서 농작업의 편리성과 효율성,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새로운 농업 기술들이 각광받고 있다. 이 가운데 전통적인 농업 방식을 활용해 기술을 개발한 애그테크 스타트업이 눈길을 끌고 있다.

호주 애그테크 스타트업 레인스틱(Rainstick)은 1700년대부터 연구돼 온 전기를 활용한 농업 방식에 주목했다. 작물이 번개에 노출되면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기존의 많은 연구 결과, 그 중에서도 특히 번개 같은 전류에 버섯을 노출해 버섯 수확량을 높일 수 있다는 한 논문에 집중했다. 연구진은 번개와 같은 강도의 인위적 전기 충격으로 표고버섯 등 특정 종류의 버섯 성장을 자극해 수확량을 두 배 이상 높일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레인스틱은 호주 퀸즐랜드 주의 원주민 마이아왈리 족이 비가 오기를 바라면서 치르는 의식에서 금속 산화물을 바른 막대기를 사용했다는 사실을 접했다. 여기에서 영감을 받아 더 간편하게 번개를 생성하는 장치를 개발하고 '레인스틱'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번개 생성기 '레인스틱'은 상자 형태로 개발됐다. 내부에 초고압 전기장을 만드는 장치가 든 상자에서 버섯 등 작물을 넣어 기른다. 이 장치는 태양 전지판에서 생성되는 에너지를 받아 작동하며 낮은 전압을 1초 만에 5만 볼트로 변환해 공기 중에서 음이온을 생성한 후 식물에 조사한다. 작물의 종류와 목표 수확량 등에 따라 전기 주파수, 파형 및 지속 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

레인스틱의 번개 생성기에 표고버섯을 넣은 모습(이미지 출처 : 레인스틱)
레인스틱의 번개 생성기에 표고버섯을 넣은 모습(이미지 출처 : 레인스틱)

레인스틱에 따르면, 전기는 버섯, 효모 및 기타 미생물의 성장에 도움을 준다. 식물 내에는 전기장에 민감한 생물학적 요소가 있어 식물이 성장하고 환경에 적응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레인스틱 기술의 장점은 비료나 살충제 등 화학 물질 사용이나 유전자 편집 등이 아닌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종자 발아율을 높인다는 것이다. 전기장으로 발아율을 높여 작물 수확량을 향상해 발아에 필요한 종자 수를 줄인다. 이를 통해 작물 수확 과정을 단순화하고 보다 일관된 품질의 작물을 수확할 수 있다. 또, 식물이 영양분을 흡수하고 해충과 박테리아에 저항할 수 있는 능력을 높인다.

레인스틱이 버섯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 결과 수확량은 15% 증가하고 버섯에 녹색 곰팡이가 피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를 얻었다. 최근 진행한 오이, 멜론, 밀, 보리 등 다양한 작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밀 수확량이 10%, 잎 크기는 3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연구하고 있는 고추 같은 고부가가치 작물의 경우, 수확량 증가에 조금이라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6월 호주 정부의 과학 연구 기관인 CSIRO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되며 기술력을 인정받은 레인스틱은 프리 시드라운드 투자 유치를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누적 투자금은 29만 9천 달러(약 3억 8,675만 원)다.

레인스틱은 투자 유치를 바탕으로 더 고도화된 서비스를 출시하기 위해 호주 내 상업용 버섯농장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곧 싱가포르에서도 임상시험을 시작한 후 내년에는 싱가포르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레인스틱 공동창업자 마이크 블랙(오른쪽)과 대릴 라이언스(이미지 출처 : 레인스틱)

마이크 블랙 레인스틱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레인스틱 기술은 종자의 성장 특성 자체를 개선하기 때문에 농장 내 시스템을 따로 변경할 필요가 없어 적용이 용이하다"라며 "전기를 활용해 종자 발아율을 높이는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전 세계 농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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