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일 어스폼 대표 “스티로폼 대신 버섯 균사체로 만든 ‘어스폼’으로 환경 지켜요“
정성일 어스폼 대표 “스티로폼 대신 버섯 균사체로 만든 ‘어스폼’으로 환경 지켜요“
  • 김도연 기자
  • 승인 2023.11.15 12: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스폼, 농∙어업 부산물과 버섯 균사체 활용한 스티로폼 대체재 개발
재료 수급·생산·폐기 전 과정에서 탄소배출량 줄여...토양에서 최대 50일 이내 생분해

[데일리원헬스=김도연 기자] "택배 배달이 늘어나면서 스티로폼 발생량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자연 분해에 500년 이상이 걸리는 등 처치하기 어려운 스티로폼 대신 대체재를 사용하면 재료 수급, 생산, 폐기 과정에서 탄소배출량을 대폭 줄일 수 있습니다. 스티로폼 대체 사용을 늘리려면 관련 정책이 점진적으로 도입됨과 동시에 스티로폼 사용에 대한 소비자 인식 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정성일 어스폼 대표(이미지 제공 : 어스폼)

정성일 어스폼 대표는 창업 전 예술가, 건축가, 스타트업 등이 의뢰한 작품을 만들어 주는 제작소를 운영했다. 작품 제작 과정에서 수북이 쌓이는 폐기물을 마주하면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지난 2021년 어스폼을 창업했다. 

어스폼은 톱밥, 맥주 찌꺼기, 굴껍데기 등 농∙어업 부산물을 활용해 스티로폼 대체재를 만든다. 우수한 기술력을 인정받아 중소벤기업부 초기창업패키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GRaND-K 창업학교 대상 등 여러 유망 스타트업 발굴 및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되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환경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국내 스티로폼 발생량은 약 7만 5,000톤(t)에 이른다. 이는 전년보다 약 1만 6,200톤 증가한 수치로, 매년 스티로폼 사용량이 늘어나는 만큼 어스폼은 스티로폼 대체재를 찾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어스폼이 스티로폼 대체재를 만드는 기술은 크게 성형틀(몰드)을 만드는 기술과 균사체를 배양하는 기술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필요한 모양으로 성형틀을 만들고 그 안에 버섯을 기르는 재료인 배지에 균사체를 주입해 배양을 한다. 볏집, 커피 찌꺼기 등 다양한 농∙어업 부산물을 배지로 활용할 수 있다. 매년 수만 톤씩 발생하는 농∙어업 부산물은 폐기되는 대신 스티로폼 대체재 생산 재료로 재탄생한다. 

대체재를 만들 때 배지에 주입하는 균사체는 백색의 솜털 또는 실오라기처럼 보이는 곰팡이의 몸체를 의미한다. 버섯은 곰팡이의 일종으로 균사체를 기반으로 자란다. 균사체는 치밀한 그물망을 만들며 성장해 배지를 단단하게 연결하는 자연 접착제 역할을 한다. 균사체가 성형틀 안에서 충분히 자란 후 틀에서 꺼내 건조하면 단단한 친환경 포장재인 '어스폼'이 탄생한다.

버섯 균사체는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균류 중 하나로 성장 속도가 빨라 생산성이 높다는 것이 정 대표의 설명이다. 앞서 미국에서도 버섯 균사체를 활용해 스티로폼 대체재를 만든 사례가 있어 확신을 가지게 됐다.

어스폼이 버섯 균사체를 활용해 만든 스티로폼 대체재(이미지 제공 : 어스폼)

정 대표는 어스폼의 장점으로 지속가능성을 꼽으며 "스티로폼 대체재를 사용하면 재료 수급 과정에서 75%, 제품 생산 과정에서 80%, 폐기 과정에서 70%의 탄소배출량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자원 재활용과 친환경 재료 추출을 통한 원료화 과정은 고온 또는 고압 처리를 거쳐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며 탄소배출을 수반한다. 그러나 어스폼은 원료화 과정을 파쇄와 살균 두 가지로 압축해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생산할 수 있다. 

스티로폼과 달리 자연 분해가 가능해 분해 시 유해 물질이 남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스티로폼의 경우 자연 분해에 500년 이상이 걸리고 소각할 때는 염화수소(HCI), 시안화수소(HCN)와 같은 유독가스가 발생한다. 반면 어스폼은 일반 토양에서는 최대 50일, 해수 분해시 최대 150일 이내에 분해된다. 

정 대표는 "미국의 경우 지난 2019년부터 식당에서 스티로폼 용기 사용을 금지하는 법을 제정한 주(州)가 점차 늘어나는 등 해외에서는 스티로폼, 플라스틱 규제 정책이 매우 활발하게 도입∙실행되고 있다"라며 "국내에서도 부표나 건축자재에 스티로폼 사용을 제한하는 등 여러 정책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전 세계의 적극적인 움직임에 비하면 관련 정책 수립과 시행이 더딘 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스티로폼 대체재 개발과 도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정책과 소비자의 의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스티로폼은 우리 생활에 밀접하게 사용되고 있어 사회∙경제적인 부분까지 고려해 정책을 마련하고, 이를 점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동시에 스티로폼 사용으로 인한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소비자가 인식하고 스티로폼 사용을 줄이려는 노력도 뒷받침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어스폼은 현재 제품 포장재, 꽃꽂이용 스티로폼 대체품, 가구 상판, 인테리어 소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용되고 있다. 더욱 넓은 분야에서 어스폼이 상용화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연구와 개발을 통해 어스폼이 대체할 수 있는 영역을 점차 넓혀갈 계획이다.

정 대표는 "어스폼은 '스티로폼을 대체한다'는 목표를 넘어 다양한 소재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소재 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