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 오염이 지구온난화 억제...대기질 개선하면 단기간에 기온 급상승 우려
[데일리원헬스=송신욱 기자] 대기 오염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오히려 지구온난화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보고서에서 대기 오염에 관한 섹션 저자 또는 검토자로 활동한 4명을 포함하여 총 12명의 과학자를 대상으로 전 세계적으로 대기 오염을 제거하는 현상에 대해 논의했다. 중국이 지난 10년간 수행한 '대기 오염과의 전쟁'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매년 수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대기 오염이 사라지면 지구온난화가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중국은 지난 2012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베이징에 기록적인 스모그가 발생하는 등 대기 오염 피해가 극심해지자 정부 차원에서 '대기 오염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대대적인 대기질 정화 작업에 나섰다. 발전소와 제철소가 저유황 석탄 사용으로 전환했고, 전환이 불가능한 수백 개 공장이 문을 닫았다. 차량 연료 기준도 강화됐다. 이 같은 노력으로 중국의 아산화황(SO2) 배출량은 지난 2013년 2,040만 톤에서 2021년 270만 톤으로 급감했다.
덕분에 대기 오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크게 줄었지만, 태양 복사를 산란 및 감소하는 독성 보호막 제거는 온도 상승으로 이어졌다. 로이터통신이 중국 기상청의 연례 보고서를 기반으로 한 계산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이후 중국의 연평균 기온은 10.34℃로 지난 2001~2010년에 비해 0.7℃ 이상 상승했다.
이러한 기온 상승 원인은 온실가스 배출 증가와 엘니뇨 등 다양하다. 하지만 대기 오염 개선 지역의 기온 상승이 다른 지역보다 크다는 점은 분명하다.
에어로졸(대기 중에 부유하는 작은 고체 및 액체 입자)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텍사스 A&M 대학의 기후 과학자 양양 쉬에 따르면 충칭과 우한시 인근 지역 기온이 1℃ 가까이 상승하는 등 대기 오염이 개선된 지역의 온난화가 크게 악화됐다. 중국 전체적으로도 폭염 피해가 급증해 신장 북서부 지역은 지난 7월 52.2℃까지 치솟으며 역대 최고 기온을 경신했고, 베이징도 4주 이상 기온이 35℃를 웃도는 기록적인 폭염을 경험했다.
인도의 경우도 비슷해 코로나19 팬데믹 봉쇄로 대기 오염이 급감한 지난 2020년 인도의 평균 기온은 라니냐로 인한 냉각 효과에도 지난 1980~2010년 평균보다 0.29℃ 높아 역대 8번째로 더운 해로 기록됐다. 인도는 현재 중국과 같은 대기 정화를 목표로 오는 2026년까지 100개 이상의 도시에서 대기 오염 40%를 줄인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IPCC도 지난 2021년 보고서에서 SO2 감소와 온난화의 연관성에 대해 대기 오염으로 인한 보호막이 없었다면 지구 평균 기온은 이미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1.6℃ 상승했을 거라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의 대기 화학자인 패트리샤 퀸은 "지난 10년 동안 중국 일부 도시의 기온 상승은 온실가스 배출 증가보다 대기 오염 물질 제거가 더 큰 영향을 미쳤다"라며 "인도와 중동 같이 대기 오염이 심한 다른 지역도 SO2으로 형성되는 오염 에어로졸을 제거하면 비슷한 온난화를 겪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완료된 IPCC의 가장 최근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환경 물리학자 파울로 아르탁소는 "에어로졸은 지구온난화를 3분의 1 가량 경감시키고 있다"라며 "대기 오염을 줄이는 기술을 구현하면 단기간에 지구온난화가 크게 악화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