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원헬스=송신욱 기자] 전 세계에서 식용을 위해 사육하는 닭은 약 70억 마리로, 계란 생산을 위해 암탉만 사육되고 대부분의 수탉은 태어나자마자 도살된다. 미국 헬스케어 기업 휴민 컴퍼니(Huminn Company)에 따르면 암탉 한 마리당 수평아리 한 마리가 도살돼 매년 약 70억 마리의 수평아리가 도살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계란을 낳지 못해 경제적 가치가 없다는 이유로 대량 도살되는 수평아리에 대한 동물복지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가운데 세계 여러 국가가 수평아리 도살을 막기 위한 동물보호법 개정에 나서고 있다.

독일은 지난 2021년 수평아리 도살을 금지하는 동물보호법을 개정하고 산란계 농장이 부화 초기 단계에서 성별을 알아내 부화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 개발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프랑스 역시 연내 수평아리 도살을 관련 개정법을 시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분쇄기를 이용한 도살만 금지할 뿐 가스를 통한 질식사는 허용하고 있어 동물복지를 완전히 실현했다고 보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기업이 기술 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중 네덜란드 스타트업 인 오보(In Ovo)가 알이 부화하기 전 병아리 성별을 감별하는 기술을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인 오보는 닭이 알을 낳고 부화기에 들어간 지 9일 만에 병아리 성별을 식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인 오보가 개발한 기계 '엘라(Ella)'를 통해 계란 껍질에 작은 구멍을 내고 소량의 액체를 추출한 후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것으로 알려진 질량 분석기로 스캔해 4초 안에 성별과 관련된 화학적 지표인 바이오마커 분자를 분석하는 방식이다. 약 95%의 정확도로 배아가 암컷인지 수컷인지를 구분할 수 있으며 엘라는 모든 닭 품종에 적용 가능하다. 

성별 분석은 21일간의 부화기 중 배아가 의식이 없는 9일 차에 이뤄져 배아는 고통을 느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0.7mm 너비의 바늘을 사용해 배아를 둘러싸고 있는 막인 알란토스에 미세한 구멍을 내서 시료를 추출해 배아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인 오보에 따르면 엘라를 이용한 병아리 성별 사전 감별로 부화장의 에너지 소비를 최대 30%까지 줄일 수 있어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함과 동시에 병아리의 성별을 수동으로 감별하는 데 드는 인건비를 낮출 수 있다. 암컷임을 확인한 계란은 다시 부화에 들어가고 수컷인 경우 알을 부화하지 않아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엘라는 지난 2020년부터 네덜란드의 다수 부화장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벨기에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지난해 약 3,400만 유로(약 474억 7,400만 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한 인 오보는 북미 및 남미 등 세계 여러 국가에 엘라를 보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웰 스투터하임 인 오보의 창업자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가금류 산업에서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는 수컷 도태 관행을 종식할 수 있도록 최대한 많은 곳에 엘라를 적용하는 것이 인 오보의 최종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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