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따라다니는 지긋지긋한 광고, 기후위기에도 악영향
당신을 따라다니는 지긋지긋한 광고, 기후위기에도 악영향
  • 김도연 기자
  • 승인 2023.02.24 1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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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드테크 산업 성장으로 온라인 광고 게재 위한 탄소배출량↑
고객 정보 수집 및 맞춤 광고 노출하는 과정에서 탄소발자국 늘어나

[데일리원헬스=김도연 기자] #쇼핑몰 사이트에서 모 브랜드 운동화를 검색한 H군. 한참 고민하다 구매를 포기하고 쇼핑몰 사이트에서 나왔다. 그런데 H군이 방문하는 사이트마다 쇼핑몰에서 본 운동화 세일 광고가 나왔다. 마치 '너 이 운동화 사고 싶잖아? 고민하지 말고 그냥 사. 지금 사면 할인 쿠폰도 받을 수 있어'라고 말하는 듯한 광고에 넘어간 H군은 결국 운동화를 구매했다. 신발장 가득한 운동화를 보며 조금 후회가 됐지만 H군은 '어쩔 수 없었어. 운동화 광고가 계속 보이는 걸 어떻게 해? 이런 우연은 흔치 않아'라는 생각으로로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줬다.

H군과 같은 경험이 누구나 한번쯤은 있을 거다. H군은 운동화 광고를 계속 만난 게 우연이라고 여겼지만 사실은 아니다. 빅테크 기업이 H군의 온라인 정보를 수집해 맞춤형 광고를 지속적으로 H군에게 노출한 결과다. 고객의 온라인 활동으로 맞춤형 광고를 노출하는 것을 '애드테크(Ad Tech)'라고 부른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글로벌 SNS와 쇼핑 플랫폼 등은 모두 이 애드테크를 기반으로 개별 고객을 타깃팅한 광고를 진행한다.

이 애드테크가 빅테크 기업의 탄소발자국을 늘리는데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환경보호단체 '글로벌 액션 플랜'에 따르면 전 세계 에너지 소비량의 약 1%가 온라인 광고를 게재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글로벌 액션 플랜은 이 1%의 에너지가 광고를 게재하기 위한 복잡한 경매 시스템을 통해 거의 대부분이 낭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용자가 웹페이지를 클릭할 때마다 광고주들은 광고 게재를 위해 실시간 입찰에 참여한다. 광고주들이 사전에 설정한 예산 범위 안에서 자동으로 입찰 경쟁이 이뤄진다. 이 같은 실시간 입찰로 미국과 유럽에서만 한 해 178조 건의 트래픽이 발생한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전력 소모량은 200테라와트시(TWh)에 이른다. 1TWh로 1시간 동안 1조 와트의 전력을 출력할 수 있다. 200테라와트시는 웬만한 중형 국가의 전체 에너지 소비량을 초과하는 수준이다.

실시간 입찰에 참여해 낙찰받은 1개 기업 광고만이 소비자에게 노출된다. 입찰에 참여했지만 낙찰에 실패한 나머지 기업의 광고는 노출되지 않는다. 이들의 입찰 참여로 발생한 에너지가 그대로 낭비되는 셈이다. 낙찰 받은 기업은 평소 수집한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각 개인에게 타깃팅된 광고를 노출한다. 정보 수집과 데이터 선별, 개인맞춤형 광고 노출 과정에서 개인을 특정하지 않고 다수에게 동일한 광고를 노출하는 기존 광고보다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

글로벌 액션 플랜은 "실시간 입찰에 사용되는 전력의 99.99%가 광고 노출로 이어지지 않아 사실상 버려지는 셈"이라며 "봇 활동까지 고려하면 애드테크 산업의 탄소 배출량은 더욱 늘어난다"라고 지적했다.

또, 소비자를 따라다니는 맞춤형 광고가 불필요한 소비를 조장해 탄소발자국을 더 많이 남긴다고 주장했다. 광고 산업의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비영리기구 'Purpose Disruptors'에 따르면 지난해 온오프라인 광고로 영국 국민 1인당 탄소발자국이 32%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올리버 헤이즈 글로벌 액션 플랜 정책 및 캠페인 총괄은 "애드테크 기업들의 엄청난 수익은 탄소배출량을 직접적으로 늘리는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라며 "애드테크 기업들의 비즈니스 방식은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변화 위기를 막으려는 노력과 근본적으로 배치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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