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녹이는 자들이 돈을 낸다"...'스포츠워싱' 몰두하는 고탄소 배출 기업들
"눈을 녹이는 자들이 돈을 낸다"...'스포츠워싱' 몰두하는 고탄소 배출 기업들
  • 김도연 기자
  • 승인 2023.02.28 12: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동차 제조사 등 고탄소 배출 기업들, 겨울 스포츠 스폰서십 체결 늘려
겨울 스포츠 지원으로 이미지 세탁하는 '스포츠워싱' 논란
겨울 스포츠 산업, 지구온난화로 위기 놓여..."화석연료 기업 마케팅 규제해야"
지구온난화가 겨울 스포츠에 위협이 되고 있다. 사진은 눈이 녹은 알프스의 한 스키장 모습

[데일리원헬스=김도연 기자] 지구온난화에 책임이 큰 고탄소 배출 기업들이 겨울 스포츠 스폰서십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구온난화 유발로 눈을 녹이고 있는 기업들이 겨울 스포츠를 지원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기후변화 위기를 유발하는 화석 연료 기업들의 광고 활동 중단을 촉구하는 비영리기구 '배드버스팅(Badvertising)'이 최근 공개한 '눈 도둑들:고탄소 스폰서들은 어떻게 겨울 스포츠를 녹이는가' 보고서에 따르면 자동차 제조사와 항공사, 화석연료 생산 기업 등 이른바 '고탄소 배출 기업'들이 올 겨울 유럽 내 동계 스포츠 관련 이벤트와 행사장, 팀과 선수에 총 107건의 스폰서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제조사가 83건의 스폰서십을 체결했으며 화석연료 생산 기업이 12건, 항공사가 5건의 스폰서십을 진행했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지난 2018년 기준 스포츠 스폰서십에 12억 8,500만 달러(약 1조 6,950억 원)를 사용했다. 이는 스포츠 산업에 몰린 전체 스폰서 금액의 64%로 스폰서 금액은 매년 증가 추세다. 아우디가 총 54건의 스폰서십을 체결해 단일 기업으로 가장 많은 수를 기록했다.

오는 3월 5일(현지시간) 개최 예정인 세계 최대 규모의 크로스컨트리 대회인 '바살로펫(Vasaloppet)' 스폰서로는 스웨덴 자동차 제조사 볼보와 스웨덴 정유회사 프림(Preem)이 참여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두 스폰서사가 배출하는 탄소로 매년 12억 6,000만 톤의 빙하 혹은 210㎢의 눈이 사라진다. 이는 바살로펫 경기를 233회 개최할 수 있은 양이다.

배드버스팅이 발표한 '눈 도둑들:고탄소 스폰서들은 어떻게 겨울 스포츠를 녹이는가' 보고서 표지(이미지 출처 - 배드버스팅)

보고서는 "겨울 스포츠의 깨끗하고 건강하고 활동적인 이미지를 이용해 자신들의 이미지를 세탁하려는 이른바 '스포츠워싱'이 고탄소 배출 기업들의 스폰서십 체결의 이유"라고 지적했다.

지구온난화로 흰눈과 얼음으로 대표되는 겨울 스포츠는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북반구 중위도 지역의 겨울은 10년당 4.7일의 비율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며 21세기 말에는 겨울은 12월 18일부터 1월 18일까지 약 1달간만 지속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캐나다 워털루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동계 올림픽을 개최한 21개 도시 중 오는 2050년까지 9개 도시가 다시 동계 올림픽을 치를 수 없는 환경에 놓인다.

올해 전례없는 겨울 고온 현상으로 유럽 전역의 스키장이 눈이 녹아 문을 닫은 일이 속출했다. 프랑스와 안도라 국경에 인접한 스키 리조트 '악스3 도멘'은 올 겨울 완전히 폐장했고 스위스 알프스의 유명 스키장들도 2개만 빼고 모두 문을 닫았다. 세계 최대 스케이트장인 캐나다 오타와의 리도 운하 스케이트웨이도 평년보다 높은 기온으로 얼음이 충분히 얼지 않아 올해 한번도 문을 열지 못했다.

지구온난화는 이미 겨울 스포츠 산업에 큰 경제적 타격을 주고 있다. 유럽 스키 관광 시장은 겨울 온도가 평균 2°C 오르면서 시즌당 1,010만 박의 숙박 손실이 예상된다. 스키장의 리프트 티켓 판매 손실은 더 크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기업에서 돈을 받는 것은 겨울 스포츠가 스스로 자신의 사형집행 영장에 서명하는 것과 같다"라며 "각국 정부가 담배와 술처럼 화석 연료 관련 기업의 마케팅 활동을 규제해야 한다"라고 경고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