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스카이라인 야경 안녕'...런던, 고층 빌딩 야간 조명 사용 금지 나서
'반짝이는 스카이라인 야경 안녕'...런던, 고층 빌딩 야간 조명 사용 금지 나서
  • 김도연 기자
  • 승인 2023.02.14 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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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시, 에너지 낭비·빛 공해 이유로 고층 빌딩 야간 조명 금지 조례 마련
고층 빌딩이 밀집해 있는 런던 카나리 와프 지역. 고층 빌딩 대부분이 야간에도 환하게 조명을 켜고 있다.

[데일리원헬스=김도연 기자] 이제 더 이상 런던에서 불 켜진 고층 빌딩이 만드는 스카이라인 야경을 볼 수 없을 전망이다. 

유로뉴스의 13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런던시는 에너지 절약과 빛 공해를 줄이기 위해 고층 빌딩의 야간 조명 사용을 제한하는 조례를 마련했다. 조례가 시 의회를 통과하면 고층 건물이 밀집해 있는 지역의 건물들은 일몰 후 불필요한 조명을 모두 끄거나 어둡게 해야 한다. 신규 건설되는 건물들은 일몰 이후 불필요한 조명 사용이 기본적으로 금지되는 반면 기존 건물들에겐 의무가 아닌 권고 조치가 내려진다.

런던시는 구역 별로 다르게 야간 조명 사용 가능 시간과 허용 조도를 지정해 야간 빛 공해 발생을 억제할 방침이다. 주거 및 문화유산 지역에 위치한 업무 및 상업 시설은 오후 10시부터 소등을 해야 한다. 반면 관광 지역의  업무 및 상업 시설은 오후 11시까지, 상업 지역의 업무 및 상업 시설은 자정까지 조명을 켤 수 있다.

쉬라반 조시 런던시 교통 위원회 위원장은 "런던은 24시간 연중무휴로 운영되는 업무 지구와 복잡한 교통 중심지가 역사적인 건물과 주거 지역과 맞닿아 있는 독특한 도시"라며 "새로운 조례는 도시의 역사적 특성과 주민들의 편의를 보호하면서 안전하고 접근성 높은 조명 사용을 보장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런던시의 이 같은 조치는 우선 불필요한 에너지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전 세계 어디서나 많은 빌딩들이 업무가 끝난 시간에도 조명을 끄지 않는다. 늦은 밤에도 환하게 불켜진 빌딩은 그 자체로 기업의 마케팅이자 멋진 도시 야경을 만드는 반짝이는 스카인라인을 선물하지만 이에 대한 대가가 따른다. 

고층 건물은 저층 건물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다. 런던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1제곱미터(㎡)당 전기 사용량은 20층 이상의 고층 빌딩이 6층 이하의 저층 빌딩보다 2.5배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런던 금융의 중심지 역할을 하는 신도시 '카나리 와프(Canary Wharf)' 지역의 고층 빌딩이 야간에 사용하는 에너지는 연간 4,000가구 이상이 사용하는 전력과 맞먹는다. 에너지 위기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낭비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빛 공해가 에너지 낭비는 물론 생물 다양성과 인간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도 문제다.

맑고 어두운 밤에 인간은 수천 개의 별을 볼 수 있지만 빛 공해로 밤하늘 은하수를 선명하게 볼 수 있는 사람은 전 세계 인구의 30% 미만이다. 건물이 밀집돼 있는 대도시에선 조명이 발산하는 빛 공해가 밤하늘을 가리기 때문이다.

야생동물의 60%가 생존을 위해 어둠에 의지하는데 빛 공해로 생체 리듬이 교란되면서 이동과 번식, 수분 조절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빛 공해는 인간의 수면도 방해해 이로 인한 우울증 유발을 물론 심장 및 혈액 관련 건강 문제를 야기한다.

런던 뿐아니라 많은 국가와 도시들이 빛 공해를 줄이기 위해 불필요한 야간 조명 사용을 제한하는 추세다. 스페인은 일부 지역에서 일몰 후 상업 시설의 조명 사용을 금지했고 독일 베를린도 역사성 있는 건물 200곳의 야간 조명 사용을 막았다. 파리에서는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상업 시설의 야간 조명 사용 자제를 촉구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해 새벽 1~6시 사이 상업 시설의 간판 조명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연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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