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열 운하로 토지 확보 없이 태양열 발전 가능...물 증발 막아 물 부족 문제도 해결
인도 구자라트주 태양열 운하 운영 중...美 켈리포니아주 시범 사업 착수
[편집자 주] 지구 온난화로 세계 곳곳에서 이상 기후가 나타나고 있다. 짙어진 온실가스와 도시개발로 인한 서식지 파괴, 무분별한 벌목 등으로 훼손된 지구는 연일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다. 전 세계 국가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아직은 구호에 그치며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일수록 기대를 갖게 하는 건 기술이다.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고 지구를 건강하게 되돌릴 유망 기술들을 소개한다.
[데일리원헬스=김도연 기자] 기후 위기의 시대, 화석 연료에서 탈피해 재생 에너지 사용을 늘리는 것은 모든 국가의 최우선 순위다. 석탄과 석유, 가스 등 막대한 탄소를 배출하는 화석 연료 사용을 줄이고 태양광과 풍력, 수력 등 환경 부담이 적은 방식으로 에너지 생산 체계를 전환하는 것은 지구와 미래 세대를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일이 됐다.
이상 고온으로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면서 세계 곳곳에서 심화되고 있는 물 부족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유엔 환경계획(UNEP) 보고서에 따르는 오는 2025년 전 세계 국가 중 70%가량이 물 부족을 겪게 된다. 아프리카와 중동은 물론 아시아와 유럽 지역에서도 물 부족 현상이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돼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재생 에너지 생산으로 화석 연료를 대체하고 물 부족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기술이 있을까? 재생 에너지 생산과 물 부족 문제 해결이 언뜻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놀랍게도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기술이 존재한다. 태양광 패널로 운하(관개수로)를 덮는 '태양광 운하'가 그것이다.
태양광은 가장 대표적인 재생 에너지로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 많은 국가에서 사용 비중을 늘리고 있다. 하지만 태양광 발전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땅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태양열로 1기가와트(GW)의 전력을 생산하려면 화석 연료 발전소를 짓는 것보다 20배 더 많은 땅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같이 국토가 좁은 국가라면 어려움은 더 크다. 여기에 태양열 패널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생태계 파괴 문제도 어려움을 더하는 요소다.
태양광 운하는 이런 토지 확보 문제를 단번에 해결한다. 운하 위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면 돼 별도의 추가 부지가 필요없다. 물 부족 문제 해결과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운하를 덮은 태양광 패널이 물의 증발을 막아 용수 확보에 큰 도움이 된다. 운하를 태양열 패널로 덮는 것만으로 물 증발량을 최대 90%까지 줄일 수 있다.
캘리포니아 머세드 대학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의 6,437km 길이의 운하를 태양열 패널로 덮으면 640억 갤런의 물을 절약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매년 약 300만 명에 물을 공급하고 여의도의 70배 면적에 관개 용수로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이를 통해 생산할 수 있는 전력은 13GW로 이는 캘리포니아주 전체가 현재 사용하는 전력의 6분의 1에 해당한다. LA 시로 한정하면 시 전체가 10달 간 사용할 수 있는 앙이다.
태양광 패널의 이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태양광 패널 아래로 흐르는 물로 냉각 효과가 발생해 태양광 발전 효율이 25% 증가한다. 운하에 녹조나 부유물 등이 발생하는 것을 막아 수질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을 줄일 수도 있다.
실제 2010년 이후 심각한 물 부족을 겪고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미국에선 처음으로 2,000만 달러(약 256억 원)를 투입해 운하를 태양광 패널로 덮는 시범 사업을 곧 실시한다. 켈리포니아의 물 부족은 지난 2015년 당시 제리 브라운 주지사가 가정용 물 사용량을 25% 감축할 것을 명령했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프로젝트 넥서스(Project Nexus)'라고 명명한 이 사업은 캘리포니아 센트럴 밸리의 운하에 우선 적용될 예정이다. 총 구간은 2.6km로 폭 6~33m 사이에, 1.5~4.5m 높이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다. 캘리포니아주는 물이 부족한 만큼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땅도 부족한 현실에서 태양광 운하가 일석이조의 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태양광 운하 설치 사례는 인도에서 찾을 수 있다.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는 2015년 나르마다강 운하 750m에 태양광 운하를 건설한 후 설치를 늘리고 있다. 현재 총 40km 구간에 태양광 운하가 설치됐다. 구자라트주 전기 공사는 주 전체 8만 km의 운하의 30%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면 1만 8,000메가와트(MW)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태양광 운하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태양광 운하는 땅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것보다 많은 비용이 든다. 물로 인한 부식을 막기 위해 패널에 아연 도금을 해야 한다. 태양광 패널은 크기가 규격화된 반면 운하의 폭과 높이는 일정하지 않다. 때문에 충분한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수 있는 위치를 찾는 것이 쉽지 않다. 패널 설치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 정비가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비용이 발생하며 경우에 따라 정비가 불가능할 때도 있다.
패널 유지관리도 어려움이 있다. 태양광 패널에 먼지가 쌓이면 전력 생산량이 감소한다. 정기적인 청소가 필요한데 운하 위 패널은 지상보다 이런 작업을 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단점보다는 장점이 큰 상황. 무엇보다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재생 에너지 전환이 시급한 시점에서 경제성 문제로 태양광 운하 설치를 미룰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태양광 운하 설치를 요구하는 구체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 생물다양성센터와 그린피스 등 100여개 기후 관련 단체가 미국 정부에 태양광 운하 설치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넥서스 프로젝트가 큰 성과를 거둔다면 태양광 운하 설치 확대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으로 태양광 패널 유지보수 기술이 발전한다면 머지 않아 세계 곳곳에서 태양광 운하를 볼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