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살리는 기술들]③친환경 '중력 에너지' 사용 가능하게 만드는 '중력 배터리'
[지구를 살리는 기술들]③친환경 '중력 에너지' 사용 가능하게 만드는 '중력 배터리'
  • 김도연 기자
  • 승인 2023.04.05 1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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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곳에서 하강할 때 '중력 에너지' 발생...중력 에너지 친환경에 사실상 무제한 '강점'
중력 에너지 활용 위해 '중력 배터리' 개발 한창...폐탄광 해법으로 향후 성장 기대

[편집자 주] 지구 온난화로 세계 곳곳에서 이상 기후가 나타나고 있다. 짙어진 온실가스와 도시개발로 인한 서식지 파괴, 무분별한 벌목 등으로 훼손된 지구는 연일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다. 전 세계 국가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아직은 구호에 그치며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일수록 기대를 갖게 하는 건 기술이다.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고 지구를 건강하게 되돌릴 유망 기술들을 소개한다.

[데일리원헬스=김도연 기자]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에너지 생산 시스템의 전면적인 전환이 요구되면서 태양열과 수력,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가 주목받고 있다.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고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화석연료 대안으로 꼽히지만 효율을 높이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여러 문제가 있지만 태양과 바람 등 자연현상을 이용하는 특성상 발전량을 완벽히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날씨가 좋거나 바람이 많이 불면 수요보다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반대의 경우에는 충분한 전력을 만들지 못한다. 해법은 잉여 생산이 발생하는 날 이를 활용해 전력 생산이 적은 날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재 중력 에너지를 활요한 '중력 배터리' 기술 개발이 한창이다.

중력 배터리를 이해하기 위해선 우선 중력 에너지를 알아야 한다. 중력 에너지는 태양열과 바람처럼 무한대의 친환경 에너지로 꼽힌다. 중력 에너지는 이름 그대로 중력을 활용해 에너지를 만드는 것을 말한다. 대전제는 간단하다. '올라간 것은 반드시 내려온다'라는 것이다. 중력은 서로를 끌어당기는 힘이다. 인위적으로 올라간 물체는 인위적인 힘을 제거하면 아래로 떨어진다. 이때 물체는 질량에 비례해 일정 가속도로 자유낙하한다. 이렇게 높은 곳에서 아래로 떨어질 때 위치 에너지가 운동 에너지로 전환된다. 이 운동 에너지를 활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것이 중력 에너지다.

2개 댐으로 이뤄진 양수 발전소 모습.
2개 댐으로 이뤄진 양수 발전소 모습.

중력 에너지는 이미 전력 생산에 널리 쓰이고 있다. 양수 발전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양양과 청평, 무주, 예천 등에 양수 발전소가 운영 중이다. 양수 발전은 일반적인 수력 발전과 달리 상부와 하부 2개의 댐으로 구성된다. 하부 댐에서 모터를 이용해 물을 상부 댐으로 보내면 상부 댐이 물을 아래로 흘려 보내며 발전하는 방식이다. 

중력 에너지 사용의 핵심은 배터리다. 위치 에너지를 운동 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해 물체를 높은 곳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이렇게 높은 곳으로 이동해 아래로 떨어지면서 에너지를 만드는 물체를 배터리라고 부른다. 

영국의 스타트업 '그라비트리시티'는 지난 2021년 4월, 50톤 규모의 중력 배터리를 지상 15m로 높이로 끌어올렸다 떨어뜨리면서 발전기를 가동하는 시험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약 750가구가 잠시 동안 사용할 수 있는 0.33kW의 전력을 생산했다.

에너지 볼트가 설치한 20층 높이 중력 배터리(이미지 출처 - 에너지 볼트 홈페이지)

스위스의 중력 배터리 개발 업체 '에너지 볼트'는 스위스 남부의 한 계곡에 강철과 콘크리트를 소재로 한 20층 높이의 중력 배터리를 만들었다. 인공지능을 통해 잉여 에너지가 발생하면 크레인이 배터리를 들어올리고 전력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면 크레인이 하강하며 전력을 생산한다.

친환경에 수요와 공급 상황을 고려해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중력 에너지 사용이 확대되지 않은 이유는 배터리 설치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배터리 설치를 위해선 일정 수준 이상의 높이를 확보해야 하는데 이 같은 물리적 조건을 충족하는 곳을 찾기 힘들고 시설 설비에도 큰 비용이 든다.

중력 배터리 설치 공간으로 부상하고 있는 폐탄광

하지만 이 같은 제약도 곧 극복 가능할 전망이다. 버려진 폐탄광이 해답이 되고 있다. 탄광에는 배터리를 떨어뜨리는 데 사용할 수 있는 깊은 갱도가 있다. 중력 배터리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최소 300m의 낙하 공간이 필요한데 탄광 상당수가 이 조건을 충족한다.

국제응용시스템분석연구소(IIASA)가 최근 국제 학술지 '에너지스(Energies)'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전 세계 폐탄광을 중력 에너지 생산에 활용하면 7~70테라와트시(TWh)의 전력 생산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1TWh는 1시간 동안 1조 와트의 전력 출력을 의미한다. 최대 70TWh의 전력은 전 세계 하루 전력 소비량과 맞먹는다.

그라비트리시티는 현재 체코의 폐탄광 한 곳에서 중력 배터리 설치를 진행 중이며 이르면 오는 2024년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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