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등 포유류 AI 감염 사례 늘어 ...각국 모니터링 강화 필요
[데일리원헬스=김도연 기자] 세계 주요 보건기구들이 조류 인플루엔자(AI)의 지속 확산을 막기 위해 각국 정부의 감시 강화를 촉구하고 나섰다고 식품 전문매체 푸드인그레이언츠퍼스트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의 AI 감염 사례가 늘어나며 자칫 심각한 공중보건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온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세계동물보건기구(WOAH),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등은 각국에 AI 확산을 억제하기 위한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AI 사태가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12월부터 북미와 유럽 등에서 이어지고 있는 AI 사태로 지난해에만 약 1억 3,100만 마리의 가금류가 폐사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2021년 12월 이후 현재까지 미국에서 살처분한 가금류는 5,879만 마리에 이른다. 유럽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유럽에서는 2021년부터 2022년까지 AI가 2,467건 이상 발병해 4,800만 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됐다. 가금류 발생 건수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대규모 AI 발병과 살처분이 이어지면서 계란값이 폭등하는 이른바 '에그플레이션(Eggflation)' 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올초 계란 가격이 정점을 찍었지만 여전히 몇몇 국가에서는 전례없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유럽의 계란 가격은 전년 대비 평균 18.5% 상승했다. 계란값 폭등세가 절정에 달했던 2021년 11월부터 2022년 11월까지의 상승률은 69.3%였다. 스페인과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등 일부 국가의 계란값은 여전히 AI 사태 이전의 5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가금류에만 전파되던 AI가 사람을 포함한 포유류에게 옮겨지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스페인 양식 밍크와 칠레 물개 등 26개 포유류종에서 AI 감염이 확인됐다. 최근에는 폴란드에서 고양이가 감염되기도 했다.
WHO에 따르면 지금까지 AI가 사람에게 전염된 사례는 총 8건이다. AI에 감염된 사람들은 대부분 조류와 오염된 환경에 노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WHO 등은 바이러스가 어떻게 진화해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를 더 쉽게 감염시킬 수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
그레고리오 토레스 WOAH 과학부 책임자는 "최근 AI의 생태와 역학에 대한 페러다임이 바뀌면서 새로운 지역 확산은 물론 이례적인 야생 조류 대규모 폐사와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 감염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라며 "이는 공중보건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문제가 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WHO는 AI 바이러스의 인간 전염 위험을 대중과 보건 종사자에게 적극 알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가금류를 취급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아프거나 죽은 조류와의 접촉을 피하고 당국에 신속하게 신고할 것을 경고했다.
실비 브리앙 WHO 전염병 및 팬데믹 대비 및 예방 책임자는 "지금까지 확인한 정보에 따르면 AI 바이러스의 사람 전파는 쉽게 이뤄지지는 않으나 그 사례가 계속 보고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라며 "바이러스의 변형을 막기 위한 경계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모든 국가가 AI 바이러스를 모니터링하고 인간 감염 사례를 빠르게 탐지하는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