밍크, 밀집 사육에 취약...바이러스 변종 숙주 위험 커
[데일리원헬스=김도연 기자] 모피 농장이 새로운 팬데믹 발생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특히 밍크 농장 위험이 높아 공중보건과 동물복지 강화를 위해 밍크 농장을 모두 폐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영국의 바이러스 학자 웬디 바클레이와 토마스 피콕은 최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밍크 사육이 미래 팬데믹 위험을 초래한다'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모피 산업이 향후 새로운 팬데믹 발생의 위험을 높이고 있으며 특히 밍크가 다른 어떤 동물보다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밍크는 모피 생산을 위해 가장 많은 나라에서, 다른 어떤 동물보다 많이 사육되는 동물이다. 다른 많은 동물들이 그렇듯이 밍크 역시 밀집된 열악한 환경에서 사육된다. 작고 더러운 케이지에서 가둬 사육하다 모피 생산을 위해 도살하는 방식은 동물복지 측면에서 큰 문제가 돼 왔다.
연구팀은 원래 해안과 습지에서 군집이 아닌 독립 생활하는 밍크의 본성이 새로운 팬데믹 발생 위험을 키운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1~6km에 이르는 여러 개의 땅굴에서 생활하는 밍크가 밀집된 사육 환경에선 병원균에 더 쉽게 감염되고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를 만드는 숙주 역할을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네덜란드와 미국, 이탈리아 등 여개 국가의 밍크 농장에서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보고됐다. 2020년 11월 덴마크에서는 200여개 밍크 농장에서 코로나19 감염이 발생해 밍크 1,700여 마리를 살처분하기도 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밍크를 통해 새로운 변종이 만들어 지고 이 변종이 다시 사람이나 다른 동물에게 전염되는 사례도 보고됐다. 이 때문에 네덜란드는 국가 차원에서 밍크 생산을 금지했다.
밍크는 생물학적 구성상 팬데믹 잠재력을 가진 바이러스 병원체에 더 취약하다. 예를 들어 밍크는 코로나19를 유발하는 SARS-CoV-2에 특히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밍크에서 발견되는 SARS-CoV-2 균주 상당수가 인간에게 존재하지 않았다. 이는 밍크의 SARS-CoV-2 변종 진화 속도가 인간보다 빨라 새로운 변종이 만들어졌다는 의미로 연구팀은 밍크를 '잠재적인 시한폭한'이라고 묘사했다. 연구팀은 "지난 2009년 대유행한 돼지 H1N1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출현한 상황이 지금과 매우 유사하다"라며 "새로운 바이러스 출현으로 또 다시 전 세계적인 팬데믹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돼지독감이라고 부르는 H1N1 인플루엔자는 돼지의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였지만 변형이 일어나며 인간에게도 전염이 되기 시작해 2009~2010년 전 세계적으로 많은 독감 환자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세계보건기구(WHO)는 H1N1 인프루엔자를 팬데믹으로 선언했고 2010년 8월 팬데믹 종식 이후에는 계절성 독감 바이러스로 관리하고 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밍크를 비롯한 모피를 생산하기 위해 동물을 밀집 사육하는 농장에 대한 생물보안을 강화하고 엄격한 모니터링을 시행해야 한다"라며 "각국 정부가 팬데믹 대비를 위해 모피 농장, 특히 밍크 농장을 없앨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