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살리는 기술들]④친환경적인 죽음을 맞이하는 방법 '물 화장'
[지구를 살리는 기술들]④친환경적인 죽음을 맞이하는 방법 '물 화장'
  • 김도연 기자
  • 승인 2023.07.25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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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화장, 매장·화장 대안으로 부상...에너지 사용량·탄소 배출량 크게 낮아
현재, 美·캐나다·남아공 등에서 시행...우리나라는 동물 장례만 허용

[편집자 주] 지구 온난화로 세계 곳곳에서 이상 기후가 나타나고 있다. 짙어진 온실가스와 도시개발로 인한 서식지 파괴, 무분별한 벌목 등으로 훼손된 지구는 연일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다. 전 세계 국가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아직은 구호에 그치며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일수록 기대를 갖게 하는 건 기술이다.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고 지구를 건강하게 되돌릴 유망 기술들을 소개한다.
 

[데일리원헬스=김도연 기자] 사람이 죽으면 보통 땅에 매장하거나 화장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지구상의 거의 모든 국가가 마찬가지다. 시신을 매장하거나 화장하는 것이 그 자체로 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매장은 땅을 오염시키고 화장은 그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킨다. 기후변화의 시대 조금이라도 환경에 주는 부담을 줄이기 위한 시도가 장례 분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영국 장례업체 '코업 퓨너럴케어'이 도입한 물 화장 기기(이미지 출처 - 코업 퓨너럴케어 홈페이지)

대안으로 꼽히는 방법은 '물 화장(Water Cremation)'이다. '알칼리 가수분해', '수(水)분해장'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물 화장은 일반 화장과 달리 환경오염 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방식으로 시신의 유골을 액체화한다. 물 95%와 알카리성 용액 5%로 채워진 기계에 시신을 담그고 150℃로 가열하는 방식이다. 알칼리 가수분해를 통해 시신의 부패 속도를 빠르게 만드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시신을 매장했을 때 수십 년간 진행되는 부패가 불과 90분 만에 이뤄진다. 살은 아미노산, 펨타이드, 당분 등으로 분해돼 뼈만 남으며 DNA 흔적은 모두 사라진다. 이렇게 남은 뼈들을 다시 120℃로 여러번 가열해 씻어낸다. 총 4시간 가량 물 화장이 진행되고 최종적으로 남은 뼈는 화장과 비슷하게 빻아 유골함에 넣어 가족에게 전달된다. 

물 화장의 장점은 무엇보다 친환경적이라는 것이다. 전통적인 화장은 한 번에 약 245kg의 탄소를 배출한다. 이는 스마트폰을 2만 9,000회 이상 충전하는 것과 맞먹는 양이다.

전통적인 매장은 시신 방부 처리 과정에 사용된 화학물질이 누출돼 주변 토양과 수로를 오염시킬 수 있다. 우리나라같이 국토가 좁은 국가에서는 계속해서 매장 토지를 마련하는 것도 문제다.

물 화장은 화장 대비 5분의 1의 에너지를 사용하며 탄소 배출량은 7분의 1 수준에 그친다. 네덜란드 연구팀이 화장과 매장, 물 화장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비용으로 산출한 결과 시신 한 구당 매장은 64유로, 화장은 48유로로 계산됐다. 물 화장은 3유로에 그쳤다. 

물 화장은 현재 미국과 캐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일부에서 시행되고 있다. 지난 2021년 별세한 남아공 흑인 인권운동의 대부 고(故) 데스몬드 투투 대주교가 물 화장으로 장례를 치뤄 현지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영국은 최근 현지 최대 장례업체 '코업 퓨너럴케어(Co-op Funeralcare)'가 올해 말부터 물 화장 장례를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이밖에 벨기에와 네덜란드는 물 화장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는 인간을 대상으로 한 물 화장은 허용하지 않고 있지만 동물 장례에는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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