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묶어서 싸게 팔지마"...스위스,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칼 빼들었다
"고기 묶어서 싸게 팔지마"...스위스,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칼 빼들었다
  • 김도연 기자
  • 승인 2022.12.08 12: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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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연방정부, 유통업체에 육류 묶음 할인 판매 중단 요청...음식물 쓰레기·육류 소비 절감 목적
육류 제품을 판매 중인 스위스 취리히의 한 슈퍼마켓 모습
육류 제품을 판매 중인 스위스 취리히의 한 슈퍼마켓 모습

[데일리원헬스=김도연 기자] 스위스 정부가 음식물 쓰레기 배출과 육류 소비를 줄이기 위해 육류 묶음 할인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다.

유로피언 슈퍼마켓 매거진(ESM)의 7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스위스 연방의회는 주요 유통업체에 육류 묶음 할인 판매를 금지를 요청했으며 유통업체도 연방의회 요청에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 연방의회가 유통업체에 협조를 요청하고 유통업체가 이에 동의하는 형식을 취했지만 연방의회는 유통업체의 이행이 부족할 경우 추가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을 가졌다. 이에 따라 유통업체는 묶음 판매 대신 제품을 냉동해 유통기한을 늘리고 최종적으로 판매가 어려운 제품은 지역사회에 기부할 방침이다.  

유통업체에서 대량 판매를 위해 제품을 묶음 판매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도 흔한 일이다. 특히 유통기한이 정해져 있는 신선식품의 경우 기한 내 판매를 위해 큰 폭의 할인률을 적용한 묶음 판매가 빈번하다. 묶음 판매에 따른 할인으로 소비자는 싼 값에 제품을 구매할 수 있고 유통업체는 대량 판매로 재고 부담과 유통기한 경과에 따른 제품 폐기 위험을 덜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묶음 판매로 소비자가 필요 이상으로 제품을 구입, 결국은 음식물 쓰레기로 배출돼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스위스 연방의회의 판단이다. 

실제 스위스 연방 기술연구기관(ETH)의 2019년 발표에 따르면 스위스에서는 연간 280만 톤의 음식물 쓰레기가 배출되고 있다. 식품 생산과 소비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의 25%가 음식물 쓰레기와 연관돼 있다. 스위스 연방의회는 오는 2030년까지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을 지난 2017년 대비 절반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번 육류 묶음 판매 중단 요청도 이 같은 배경에서 이뤄졌다.

이번 묶음 판매 중단 요청 대상은 육류 제품만 해당된다. 육류 묶음 판매 금지가 음식물 쓰레기는 물론 육류 소비 절감으로 이어져 육류 생산을 줄이고 결과적으로 국민건강 증진과 동물복지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는 탄소중립을 위해 육류 소비를 줄이려는 유럽 내 많은 국가들의 정책 기조와 일치한다. ETH는 생산 과정에서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제품으로 육류와 커피콩, 코코아콩, 버터류 등을 꼽은 바 있다.

스위스 유통업체들은 연방의회 요청에 호응해 육류 묶음 판매 중단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 중 하나인 미그로스(Migros)는 소량 및 단일 판매하는 육류 제품에 대해서도 묶음 판매 제품과 동일한 할인률을 적용하고 있다. 덴너(Denner) 역시 묶음 판매 제품 수를 줄이고 소량 및 단일 판매 제품을 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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