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옥의 숲과 사람 이야기]⑤친환경 제품 구매 전에 조심해야 할 '그린워싱'
[권성옥의 숲과 사람 이야기]⑤친환경 제품 구매 전에 조심해야 할 '그린워싱'
  • 오피니언
  • 승인 2022.09.2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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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을 마케팅에 이용하는 '그린워싱' 기업 주의해야
장기적 계획·기업 운영 전반에서 친환경 실천·투명한 정보 공개 여부에 주목해야
기업 친환경 활동 관심 갖는 소비자 모이면 가짜 친환경 기업 살아남을 수 없어
권성옥 FSC 코리아 대표

최근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 위기 때문에 친환경 제품 소비로 환경에 기여하려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소비자의 이런 변화는 매우 바람직하고 실제로 환경을 개선하는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불필요한 포장을 줄이고, 플라스틱에서 종이로 포장 소재를 바꾸고, 출처 모를 일반 종이를 지속 가능한 산림의 FSC 인증 종이로 교체하는 등, 최근 많은 기업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바람직한 변화는 소비자의 관심이 없었다면 일어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기업이 친환경과 공정무역, 지속 가능성 등 소비자를 유혹하는 마케팅에는 집중하면서 실제는 환경과 무관하거나 오히려 환경을 파괴하는 '그린워싱(greenwashing)'을 자행하고 있다. 그린워싱은 녹색, 친환경을 뜻하는 'green'과 세탁을 뜻하는 'white washing'이 더해진 말로 친환경 경영과 무관한 기업들이 말로만 녹색경영을 내세우는 것을 말한다.

석유 생산 기업이 탄소중립과 풍력발전을 내세우면서 정작 석유 생산량 감소 계획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 것이나, 패스트패션 브랜드가 저가의 리사이클 폴리에스터 의류를 판매할 때 친환경 소재를 강조해 소비를 조장하는 것, 그래서 결과적으로 더 많은 쓰레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 그린워싱의 대표적이 예다.

그린워싱이 아니더라도 어떤 기업이 진정성을 가지고 환경과 사회에 기여하려는 회사인지, 아니면 매출 증대를 위한 도구로 친환경을 이용하는 회사인지, 소비자는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기업들을 판단해야 할까? 다음 세 가지 기준에서 기업을 살펴보면 옳은 판단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첫째, 장기적인 계획이 있는가?

지속 가능성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없다. 시작은 있어도 완성했다고는 말할 수 없는 여정이다. 지금까지 기업은 지속적인 이윤 창출만으로 경쟁에서 살아남았지만 이제는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 사회와 환경에 유익하고 도움이 되면서 이윤을 창출해야 한다. 따라서 일회성, 단편적인 친환경 소재 사용이나 활동은 무의미하다.

지속 가능성을 실천하고자 하는 기업은 먼저 현재 상태를 정확하게 판단하고 개선을 위한 중장기적 계획을 수립하고 단계적으로 이루어 가야 한다. 현재 성적표가 초라해도 조금씩 발전하고 약속을 지켜간다면 소비자의 신뢰를 얻을 것이다.

유럽 기업들은 오는 2025년, 2030년까지의 계획을 발표하고 지속 가능 보고서에 성과를 공개한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 기업들은 홍보성 뉴스나, 연례 보고서가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둘째, 기업 운영 전반에서 친환경을 실천하는가?

어떤 회사는 보이는 부분, 이슈가 되는 부분에서만 친환경을 도입하고 그 이상은 알려고도 하지 않고 개선하기 위해 큰 신경을 쓰지도 않는다. 수출업체의 경우 바이어의 오더를 받기 위해 친환경 인증을 받는 업체가 많다. 타의로 시작했더라도 이를 계기로 기업 경영 전반을 지속 가능하게 바꾸어 가면 좋으련만 오더 받는 것 이상에는 관심이 없는 기업이 상당히 많다.

반면 매출을 일으키는 상품을 친환경 소재와 방식으로 만들어가는 것뿐 아니라 기업 내부에서 소비하는 제품도 친환경 제품으로 바꾸려는 회사, 여기에 거래처까지 변화시키려고 노력하는 기업들이 있다. 진정성이 있기 때문이다.

회사 지분을 모두 환경단체에 기부한 이본 쉬나드 파타고니아 회장
회사 지분을 모두 환경단체에 기부한 이본 쉬나드 파타고니아 회장

얼마 전 파타고니아 회장이 4조 원 규모 회사 지분 전액을 환경단체에 기부한 뉴스가 화제를 모았다. 아웃도어 의류 브랜드인 파타고니아는 유기농 면과 친환경 소재만 쓰고 직원 복지에 막대한 투자를 하며, 친환경 원칙을 지키는 협력사와만 거래해온 회사다.

 

셋째, 소비자에게 투명하게 정보를 공유하는가?

친환경에 대한 광고 홍보성 메시지가 아니라 구체적인 데이터, 심사 보고서, 소비자가 판단할 수 있는 내용을 홈페이지에 공유하고 업데이트하는 노력을 하는 회사여야 한다. 친환경에 대한 제3자 인증이 있다면 적어도 그 부분에 대해선 기업을 신뢰하는데 도움을 준다.

홈페이지 내 지속가능성 페이지가 있어 기업이 어떻게 사회에 유익하고 환경에 해를 안 끼치며 운영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가능한 많은 정보를 공유해야 하고 문의에도 적극적으로 답변해야 한다.

주식도 기업에 대해 모르고 투자했다 낭패를 보듯이 친환경 제품이나 기업을 판단하는 것도 잘못하면 의도한 바가 무색해진다. 조금 더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지속 가능성에 대한 지식을 쌓고 관심 있는 기업의 홈페이지나, 관련 뉴스, 정보를 살펴본다면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현명한 소비자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소비자가 모인 사회에서 가짜 친환경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권성옥 FSC 코리아 대표 s.kwon@fsc.org

[필자 소개] 권성옥 대표는 서울대 의류학과에서 박사를 취득했고, 친환경 섬유회사인 오스트리아 렌징사 한국 지사에서장기간 근무했다. 3년 전부터 국제산림협의회(Forest Stewardship Council, FSC)의 한국 대표로 일하고 있다. 산림에서 나온 친환경 섬유 텐셀 시장을 개척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들과 협업해 지속 가능한 산림의 중요성을 알리고 FSC인증제품의 수요를 확대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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