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옥의 숲과 사람 이야기]⑩나무 심기보다 산림복원이 더 중요하다
[권성옥의 숲과 사람 이야기]⑩나무 심기보다 산림복원이 더 중요하다
  • 오피니언
  • 승인 2023.03.13 17: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다수 나무 심기 프로젝트 실패 확률 커...나무 수에만 초점 맞춰 숲 되지 못해
나무 심기보다 장기적인 산림 복원이 더 중요...UN도 훼손된 숲 복원 강조
산림 복원 위해 관리자 인센티브 필요...기업이 후원하는 산림복원 확대해야
권성옥 FSC 코리아 대표출처 : 데일리원헬스(http://www.dailyonehealth.com)
권성옥 FSC 코리아 대표

생물 다양성 손실 및 물 부족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환경 위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나무 심기가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나무를 심자'라는 메시지는 간단하면서도 호소력 있게 환경을 생각하는 이들에게 전달된다. '한 장의 옷' 또는 '1달러'를 기부하면 나무 한 그루를 심는다는 홍보 문구에 많은 소비자들이 캠페인에 동참한다. 그들은 나무 심기를 하면 숲이 많아져서 기후 문제가 완화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현재 추진되는 대부분의 나무 심기 프로젝트는 식재하는 나무의 수에만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숲이 되지 못하고 실패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지난 2012년 필리핀의 맹그로브 나무 심기가 대표적인 실패 사례다. 폭풍과 밀물에 의한 해안 침식을 막기 위해 해안선을 따라 맹그로브 숲을 만들려는 목적으로 백만 그루의 묘목을 심었다. 단시간에 가장 많은 나무를 심어 기네스북에도 올랐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현재 98%의 나무는 죽거나 유실됐다고 한다. 나무를 심은 해안가 위치는 폭풍과 큰 파도에 노출되었고, 묘목들은 만조 때 지속적인 침수로 씻겨 나가거나, 너무 오랜 시간 물에 잠겨 있어 산소 부족으로 자라지 못했다.

지난 2019년 터키에서도 대통령 주도로 터키 전역에 1,1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어 성과를 자랑했으나 2개월 후 전국 산림조합원들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90%가 고사한 것으로 보고됐다. 터키 정부는 이를 부인하지만 이에 대한 독립적 감사가 수행되지 않아 터키 정부의 발표를 그대로 믿을 수 없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이유로 수많은 세계 곳곳에서 진행된 조림 프로젝트 실패 사례가 있다. 이유는 다양하다. 숲이 아니었던 지역에 나무를 심었거나, 질병에 취약한 단일 종의 나무 심거나, 토지를 다른 용도로 전환하려는 요구 때문에 묘목이 자라나기도 전에 개발되기도 했다. 혹은 묘목을 꾸준히 관리하지 않고 방치돼 고사하는 경우 등이다.

이렇게 실패한 나무 심기 프로젝트는 엄청난 노력과 비용을 헛되게 한다. 때문에 후속 조치가 없고 지속적인 관리가 되지 않는 나무 심기 프로젝트는 정부나 기업 이미지를 홍보하기 위한 그린워싱이라 할 수 있다.

불법 개간으로 황폐화된 아마존 산림의 모습

나무 심기는 그 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나무가 숲을 이루고 생태계를 이롭게 하는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해야만 성공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나무를 심을 때 현지 조건을 고려해 시기, 장소, 수종을 면밀히 검토하고, 이후에도 어느 정도 성장하기까지는 농작물을 키우듯 꾸준한 관리와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

따라서 일회성에 그치는 나무 심기 보다 장기적인 산림 복원이 훨씬 중요하다. 실제로 UN은 2021년부터 2030년까지를 'UN 생태계 복원 10년'으로 선언할 정도로 훼손된 숲과 생태계를 복원하는 것이 시급함을 강조하고 있다.

숲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먼저 산림 파괴 원인을 찾아 제거해야 하고, 모든 이해관계자 및 복원된 숲과 함께 생활해야 하는 지역 주민들과 함께 나무 심기와 같은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한지 판단해야 한다. 산림 생태학자들은 자연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드는 것이 나무를 심는 것보다 숲을 복원하는 더 나은 접근 방식이라 한다. 즉, 토지를 보호하고 숲이 스스로 재생되는 자연 산림 재생이 가장 저렴하고 효과적일 수 있다.

어떤 방법을 택하든 산림 복원은 관리자에 대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정부에서 주도하는 생태계 직불제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기업이 후원하는 방법도 산림복원을 확대하고 가속화하는데 효과적이다.

이런 측면에서, FSC는 기존 인증 제도에서 한발 더 나아가 산림 복원을 위한 생태계 서비스 인증을 도입했다. 산림 관리자와 후원 기업을 매칭해 산림 복원에 기여하도록 돕기 위해서다. 기업 후원을 통해 산림 관리자들은 산림 복원에 힘쓰고 그 결과 산림이 주는 무형의 가치인 탄소, 물, 토양, 생물 다양성, 휴양의 기능 등 생태계 서비스 가치가 더욱 증대된다. 기업은 이러한 긍정적 결과를 수치화해 고객들에게 알릴 수 있다. 이렇게 관리되는 숲에 나무를 심는다면 지속적으로 관리되고 모니터링 되기 때문에 나무 심기 이벤트로 끝나는 실패를 막을 수 있다.

유럽 기업들을 중심으로 생태계 서비스 후원이 점차 확대되고 있지만 아직 국내에는 FSC 생태계 서비스 인증을 받은 숲이 없다. 향후 국내에서도 기업들의 후원을 통해 복원되는 숲이 증가하기를 기대한다.

권성옥 FSC 코리아 대표 s.kwon@fsc.org

[필자 소개] 권성옥 대표는 서울대 의류학과에서 박사를 취득했고, 친환경 섬유회사인 오스트리아 렌징사 한국 지사에서 장기간 근무했다. 3년 전부터 국제산림협의회(Forest Stewardship Council, FSC)의 한국 대표로 일하고 있다. 산림에서 나온 친환경 섬유 텐셀 시장을 개척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들과 협업해 지속 가능한 산림의 중요성을 알리고 FSC인증 제품의 수요를 확대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