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옥의 숲과 사람 이야기]⑥환경과 사회에 이롭게 천연고무를 생산하려면
[권성옥의 숲과 사람 이야기]⑥환경과 사회에 이롭게 천연고무를 생산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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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10.31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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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년간 고무 수요 급증...고무 생산 증가로 산림 파괴·주민 퇴거 등 부작용 발생
소규모 산림주 대상 FSC인증 도입...인증 적용으로 환경 복원·농가 수입 증대 효과 커
전 세계 고무 재배 면적의 4%만 FSC 인증받아...고무 농가 대상 FSC 인증 확대 적극 나서야
권성옥 FSC 코리아 대표
권성옥 FSC 코리아 대표

편리함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소재 중의 하나가 고무이다. 고무는 모든 이동 수단의 바퀴에 사용돼 우리를 빠르게 움직이게 하고, 의류의 편안함과 활동성을 증가시켜주고, 장갑, 장화가 되어 신체를 보호하고, 스포츠 용품 등의 소재 및 헤드폰, 이어폰 등 전자제품에 사용돼 여가를 즐기도록 해준다.  

화석원료로 만드는 합성고무와 달리 천연고무는 열대지역 숲의 고무나무에서 채취되는 대표적인 '비목재 임산물(Non Timber Forest Product)'이다. 천연고무는 주로 동남아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과 남아프리카 등에서 생산된다. 전 세계적으로 약 1,100만 헥타르(㏊)의 고무 재배 산림이 있는데, 이 중 200만 헥타르 이상이 지난 10년간 조성되었을 만큼 최근 고무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

고무나무에서 라텍스를 채취하는 작업자(이미지 제공 : FSC)

현재 생산되는 연 1,400만 톤의 고무 85% 이상이 가족 단위의 소규모 재배지에서 생산된다. 이들은 새벽 3시에 숲으로 나가 고무나무의 껍질을 벗겨 고로쇠 수액을 채취하듯 나무에 통을 달아 라텍스(Latex)를 채취한다. 날이 밝아지면 라텍스가 응고되기 때문에 고무를 오래도록 채취하려면 일찍 일을 해야 하는 것이다. 예전 우리의 부모님들이 농사를 지어 자식들 공부시키며 생계를 유지했듯이 이들도 매일 고단한 작업을 통해 숲에서 얻은 소득으로 가족의 생계를 꾸려 나간다. 

이렇듯 고무 생산은 개발 도상국의 약 6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소득 기반을 제공하고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무분별한 개발로 숲, 지역사회, 작업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규모 농장을 건설하기 위해 숲을 파괴하거나, 토질이 악화되고, 지역 주민이 강제로 퇴거 되며, 동·생물의 서식지가 사라지는 것 등이 그 예이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고무 재배 산림이 FSC인증을 받도록 하면, 환경과 사람을 위할 뿐 아니라 산림자원을 경제적 가치를 높여 지속 가능한 고무 재배가 가능하게 된다. 그러나 FSC인증은 절차가 까다로워 규모가 작은 산림주가 인증을 받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웠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FSC는 최근 5핵타르 미만의 소규모 산림주를 위해 간소화된 인증을 적용해 이들이 쉽게 인증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다. 

한 사례로 태국에서는 한 판넬 제조사가 FSC인증 고무 목재를 확보하기 위해서 수천 명의 고무 재배자를 독려해 그룹 인증을 받도록 도왔다. 재배자들은 FSC기준에 대한 교육을 받고 이를 실천하고 있다. 고무나무만 심던 농장에 파인애플 등 여러 가지 식물을 함께 재배하니 병충해가 줄고 파인애플로 부수입도 생겼다. 관습적으로 사용해왔던 독성 높은 살충제를 사용하는 대신 자연에 해롭지 않은 방법으로 병충해를 줄여 토양을 되살리고 있다.

FSC 기준이 요구하는 대로 재배 지역의 10%는 자연 그대로 보존해 생물 다양성도 확보했다. 그러자 고무 재배에 사용된 살충제가 강물에 유입돼 물고기가 사라졌던 강에 다시 물고기가 돌아오기 시작했다. FSC인증을 적용해 산림을 관리하니 라텍스 생산량이 늘고, 환경이 살아나고, 재배자가 좀 더 많은 소득을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전 세계 천연고무 생산량의 약 70%를 소비하는 타이어 제조업체도 지속 가능한 천연고무를 사용해야 하는 과제가 있지만 그동안 생산처를 추적하기가 거의 불가능했었다. 고무는 생산 업자의 손을 떠나 7단계의 유통업자를 거쳐 타이어 제조업체 손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산림을 해치는 고무 원료를 사용하지 않기 위한 최선의 방안은 FSC인증 고무를 사용하는 것이다.

BMW에 장착된 최초의 FSC인증 받은 피랠리의 타이어
BMW에 장착된 최초의 FSC인증 받은 피랠리의 타이어

소규모 산림 단체 인증이 생겨난 지 얼마 안 되었기에 아직 전 세계 고무 재배 면적의 4%만이 FSC 인증을 받았다. 그러나, FSC 산림 관리 원칙 및 기준은 천연고무 재배 지역의 환경 및 사회적 전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향후 보다 넓은 고무 재배지가 FSC 인증으로 적절하게 관리된다면, 천연 고무는 빈곤 완화, 경관 복원 및 녹색 경제 건설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권성옥 FSC 코리아 대표 s.kwon@fsc.org

[필자 소개] 권성옥 대표는 서울대 의류학과에서 박사를 취득했고, 친환경 섬유회사인 오스트리아 렌징사 한국 지사에서장기간 근무했다. 3년 전부터 국제산림협의회(Forest Stewardship Council, FSC)의 한국 대표로 일하고 있다. 산림에서 나온 친환경 섬유 텐셀 시장을 개척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들과 협업해 지속 가능한 산림의 중요성을 알리고 FSC인증제품의 수요를 확대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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