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옥의 숲과 사람 이야기]②숲을 보호하기 위한 도구, 인증제도
[권성옥의 숲과 사람 이야기]②숲을 보호하기 위한 도구, 인증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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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6.30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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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SC 인증 제품 사용으로 효과적으로 산림 보호할 수 있어
권성옥 FSC 코리아 대표
권성옥 FSC 코리아 대표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숲을 잘 관리하고, 보호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이다. 불법 벌목으로 산림이 훼손되거나 산불로 동물들이 서식처를 잃고 서성이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고 슬프지만, 이 아픔을 해결할 직접적인 방안은 찾기 힘들다. 산림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은 산에 가서 나무를 심을 수도 없고 산불 현장에 달려갈 수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접적이긴 해도 아주 효과적으로 산림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FSC(국제산림관리협의회) 인증 마크가 있는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소비자로서 일상에서 책, 종이, 화장지, 포장지, 상자 등의 여러 산림 제품을 사용한다. 이런 제품이 만약 천연림을 훼손해 동식물의 멸종을 초래해가며 만들어진 것을 알고도, 가격만 저렴하면 상관없이 구매하는 소비자가 많다면 산림보호는 실현되기 어렵다.

산림을 파괴하고 얻은 원료로 상품을 제조해 얻는 경제적 이득이 훨씬 큰 현실에서 판매자는 굳이 소비자가 관심도 없는 환경 문제를 알릴 이유가 없다. 그리고 이로 인해 산림파괴 수요는 계속 증가한다.

다행히 최근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그동안 구매 기준에 고려되지 않았던 원료 출처를 소비자에게 알리는 생산자가 늘고 있다. 관건은 소비자가 산림 원료 출처에 대한 정보를 알기 쉽고, 신뢰할 수 있게 제공하는 것이다. 

원료 출처에 대한 정보를 가장 쉽게 제공하는 방법은 인증 마크를 제품에 표시하는 것이다.

산림 제품에 대해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인증은 FSC 인증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보편화됐고 최근 국내에서도 기업의 ESG 경영이 강조되면서 FSC 인증 제품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최근엔 어렵지 않게 화장품 상자, 쇼핑백, 택배상자 등에서 FSC 라벨을 볼 수 있다. 이 인증 마크가 있는 제품은 숲, 사람, 야생동물을 돌보는 지속 가능한 숲의 원재료로 만들어졌음을 의미한다. 

FSC 인증 마크가 표시된 포장재

인증 마크의 신뢰성을 보장하는 것도 중요하다. 인증제도는 이미 보편적으로 여러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식품의 안전성을 보장하는 HACCP 라벨이 있는 제품은 소비자가 안심하고 구매한다.

그러나 만약 제조사가 가짜 인증 마크를 찍어 제품을 판매한다면, 소비자는 속을 수밖에 없을까? FSC 인증의 경우 다행히 쉽게 인증 진위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로고와 인증 번호이다.

FSC 라벨에는 로고와 함께 부여된 6자리 번호가 있는데, 이 번호를 info.fsc.org에서 검색하면 인증의 유효함과 업체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어떤 제품에 FSC 로고만 있다면 그것은 오용된 것이다.

간혹 FSC 인증 종이를 사용했다는 것만으로 인증제품이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또한 잘못된 것이다. 종이를 취급하는 인쇄소가 인증 받지 않았다면 정말로 인증 종이를 제품에 사용했는지 제3자가 확인할 수 없다. 인쇄소에서 비인증 종이와 뒤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품에 인증 마크가 표시되려면 산림에서부터 최종 제품이 되기까지 제조, 유통에 참여한 모든 업체가 인증을 받아야 하고, 인증 원료로 제조를 해야만 가능하다. 

인증 마크는 단순해 보이지만 이렇듯 여러 회사가 참여해야만 획득 가능하다. 중간 제조 업체는 인증 비용에 대한 부담과 번거로움으로 인증에 소극적이었지만 최근 변화된 소비자 요구를 수용하려는 브랜드나 유통회사의 요구로 인증에 참여하는 업체 수가 늘어나고 있다. 

모든 변화의 출발점은 소비자에게 있다. 보다 많은 소비자가 지속 가능한 산림 출처의 제품에 대해 알고, 인증 제품을 선택한다면, 기업은 이에 부응하기 위해서 지속 가능한 제품을 생산하게 된다. 또 이 수요를 맞추기 위해 지속 가능한 산림 규모가 점차 확대돼, 결과적으로 전 세계 숲이 책임 있게 관리되는 세상이 찾아오게 될 것이다.

권성옥 FSC 코리아 대표 s.kwon@fsc.org

[필자 소개] 권성옥 대표는 서울대 의류학과에서 박사를 취득했고, 친환경 섬유회사인 오스트리아 렌징사 한국 지사에서장기간 근무했다. 3년 전부터 국제산림협의회(Forest Stewardship Council, FSC)의 한국 대표로 일하고 있다. 산림에서 나온 친환경 섬유 텐셀 시장을 개척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들과 협업해 지속 가능한 산림의 중요성을 알리고 FSC인증제품의 수요를 확대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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