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옥의 숲과 사람 이야기]④세계 산림보호를 위해 K팝이 나선다
[권성옥의 숲과 사람 이야기]④세계 산림보호를 위해 K팝이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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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8.23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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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옥 FSC 코리아 대표
권성옥 FSC 코리아 대표

[데일리원헬스=오피니언 ] 최근 필자는 유럽에서 한국 문화의 영향력을 체감했다. 홍콩, 대만 등 아시아에서의 인기는 이미 실감하고 있었지만 푸른 눈의 젊은 동료들이 K팝 아티스트와 드라마 등 문화 콘텐츠에 열광하고, 함께 공감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 경험하니 한국인으로서 뿌듯하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K팝 아티스트의 인기가 전 세계를 아우르면서 엔터테인먼트 매출은 급상승했다. 그러나 그 화려함 뒤엔 막대한 양의 앨범 쓰레기 배출로 인한 환경 오염이라는 어두운 이면이 존재한다.

블랙핑크나 BTS 등의 앨범 판매량은 수백만 장을 쉽게 넘어선다. 'K팝포플래닛(지구를 위한 K팝)'에 따르면, 지난해 K팝 앨범 총 판매량은 2,600만 장이다. 팬들은 사인회나 원하는 멤버의 포토 카드를 얻기 위해 수십 개의 앨범을 구매하지만 요즘 CD로 음악을 듣는 사람이 거의 없어, 상당수 포장지와 CD가 바로 버려진다. 플라스틱 소재의 CD는 생분해가 불가능하고, 코팅된 종이도 재활용이 쉽지 않다. 

앨범 판매로 수많은 쓰레기를 생산한다는 비난에 친환경 앨범을 제작하고자 최근 주요 엔터테인먼트사들은 FSC 인증 용지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YG가 지난해 발매한 리사의 포토북, 송민호의 솔로 정규 3집 ‘투 인피니티’, 올해 6월 발매한 위너의 음반, SM이 올해 3월 발매한 NCT 앨범에는 FSC 인증 마크가 있다.

이 마크가 인쇄된 앨범은 환경을 책임 있게 돌보는 산림에서 나온 나무를 사용했음을 보장한다. 그러나 FSC 인증이 종이의 친환경적인 공정 과정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기에 제작사들은 추가적인 친환경 공정, 즉 쉽게 자연 분해되는 콩기름 잉크를 사용해 인쇄하거나, 휘발성 유기 화합물 배출이 없는 자외선 코팅을 사용해 친환경성을 높이고 있다. 

이러한 공정은 두꺼운 코팅, 반짝이고 선명한 색감 등, 심미적인 기준만 고려한다면 부적합하다. 그러나 환경에 미치는 영향 최소화라는 기준을 우선시하기에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지속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았던 과거에 비해 엄청난 발전이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지속 가능한 원료의 종이로 앨범을 제작하는 것보다 지구 살리기에 더 크게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은 K팝 영향력을 통해 팬들에게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해 행동할 것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동참을 유도하는 것이다.

숲이 줄어든다면 깨끗한 공기와 맑은 물, 생물의 서식지가 사라지게 되고, 우리 자식 세대는 지금 보다 훨씬 잦은 물난리, 폭염, 혹한 등의 기후변화로 고통받을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대중의 인식을 바꾸고 행동을 이끌어 내야 하지만 단 시일 내에 세계인의 인식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환경을 보호하자는 메시지는 누구나 공감하지만 새롭거나, 재미있는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는 제도와 규제로 통제할 수 있고, 기업은 광고와 마케팅으로 착한 소비를 권유할 수 있지만 대중의 자발적인 관심과 동참을 유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대중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셀럽들이 기후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알리고 산림 보호를 위해 앞장선다면 대중은 기꺼이 움직이고 행동할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바꾸는 부드럽고 강한 힘, 이것이 문화와 예술의 기능이 아니던가.

지난해 블랙핑크가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 홍보대사로 제작한 동영상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영어, 태국어, 한국어로 대중이 공감하기 쉬운 내용으로 소개했고, 1,200만 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영국 총리가 감사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어떤 광고나 홍보보다 막대한 영향을 끼친 것이다. 

1985년, 에티오피아 빈민 구호를 위해 미국에서 제작된 '위아더월드(We are the world)' 앨범에 마이클잭슨을 비롯한 45명의 뮤지션이 참여해 2,000만 장 이상이 팔려 나가고 세계적 관심이 주목된 것처럼 한국의 뮤지션이 함께 또는 제각각 숲의 중요성을 알린다면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고 기후 위기 문제는 생각보다 쉽게 풀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국제산림관리협의회와 YG 엔터테인먼트 양해각서 체결식(이미지 제공 : FSC 코리아)
국제산림관리협의회와 YG 엔터테인먼트 양해각서 체결식 모습(이미지 제공 : FSC 코리아)

아무리 세계인의 사랑받는다 해도 인기는 유한하다. 인기의 정점에 있을 때 그 영향력을 대의를 위해 진정성 있게 사용한다면 그보다 보람되고 가치 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최근 한국의 주요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YG 엔터테인먼트, SM 엔터테인먼트, 하이브가 FSC 인증 종이를 사용하는 것에서 한 걸음 나아가, 산림 보호의 의미와 가치를 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알리고자 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화려한 K팝 산업을 이끄는 기업과 산림을 보호하는 단체와의 컬라보레이션, 숲을 보호하고 지구를 살리는 일에 합심하기로 한 이들의 연합과 행보에 희망과 기대를 품게 된다.
 

권성옥 FSC 코리아 대표 s.kwon@fsc.org

[필자 소개] 권성옥 대표는 서울대 의류학과에서 박사를 취득했고, 친환경 섬유회사인 오스트리아 렌징사 한국 지사에서장기간 근무했다. 3년 전부터 국제산림협의회(Forest Stewardship Council, FSC)의 한국 대표로 일하고 있다. 산림에서 나온 친환경 섬유 텐셀 시장을 개척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들과 협업해 지속 가능한 산림의 중요성을 알리고 FSC인증제품의 수요를 확대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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