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아프리카돼지열병 기승…바이러스와 싸우는 글로벌 양돈업
겨울철 아프리카돼지열병 기승…바이러스와 싸우는 글로벌 양돈업
  • 박진영 기자
  • 승인 2022.01.26 21: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태국, ASF 발병 첫 인정...돼지고기 가격 33%↑
라트비아·헝가리·이탈리아·독일 등 유럽 내 ASF 바이러스 확산 지속
韓,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 입법예고...ASF 놓고 정부·업계 갈등

[데일리원헬스=박진영 기자] 바이러스 확산 속도가 빨라지는 겨울이 되면서 세계 곳곳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병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전까지 ASF 바이러스가 발병하지 않았던 국가에서도 발병이 이어지면서 전 세계 양돈업계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세계 각 국가가 ASF 통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글로벌 양돈업계가 ASF 통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태국, ASF 첫 발생...돼지고기값 급등세

지난 11일 태국 정부는 니콤파톰주 도축장에서 채취한 표본에서 ASF 양성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태국에서 공식적으로 ASF 발병을 인정한 첫 사례다.

태국은 12개 농장과 도축장을 대상으로 혈액 및 표면 표본을 채취해 ASF 검사를 진행했다. 수집한 309개 검체 중 단 1개만 양성 판정을 받았다. 당국은 양성 판정을 받은 곳의 반경 5km 내에 있는 양돈장의 돼지 이동 제한을 시행했으며, 대량 살처분 역시 고려하고 있다.

공식적인 발병 확인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그동안 태국 정부가 ASF 발병을 의도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지난 1년간 태국 56개 주에서 돼지 집단 폐사가 일어났지만 태국 정부는 다른 바이러스를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ASF 발병을 부인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일반 가정집에서 폐사한 소형 애완돼지를 부검하는 과정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되면서 논란이 커졌다. 결국 태국 축산당국은 일부 양돈장과 도축장을 대상으로 표본 채취를 진행했고, ASF 발생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ASF 확산 여파로 태국의 돼지고기 가격은 지난 2일 기준 kg당 105바트로 1년 전보다 약 33% 비싸졌다.

◆이탈리아 ASF 발병으로 수입길 막혀...유럽 ASF 확산 '공포'

유럽에서도 ASF 바이러스 확산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는 라트비아에서 ASF에 감염된 멧돼지 6마리 사체가 발견됐다고 밝했다. 헝가리에서도 ASF에 감염된 멧돼지 폐사체 9마리가 잇달아 발견되면서 ASF 바이러스가 동유럽 전역으로 확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럽연합(EU)에서 7번째로 큰 돼지고기 생산국인 이탈리아에서도 ASF 확산 소식이 이어졌다. 이탈리아 보건당국은 지난 7일 북부 산악지역인 오바다에서 멧돼지 사체 검사를 진행한 결과 ASF 양성 반응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보건당국은 인근 지역인 리구리아와 피에몬테의 숲 및 공원에 일반인 접근을 금지하는 한편, 해당 지역 양돈장에 대한 즉각적인 도축과 6개월간의 재입식 금지 조치를 시행했다.

ASF 발생으로 중국, 일본, 대만, 쿠웨이트가 즉시 이탈리아 돼지고기 수입 중단을 선언했다. 연간 15억 유로(약 1조 8,000억 원)에 달하는 이탈리아 돼지고기 수출량 중 3분의 1이 EU 외 지역에서 발생하고 이탈리아 양돈업의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탈리아 보건당국이 야생 멧돼지 접촉을 차단하기 위해 피에몬테 산악 지역 접근을 막으면서 트러플(송로버섯) 채집 또한 제동이 걸렸다. 통상 최고급으로 평가받는 화이트 트러플 채집은 이달 말 종료되지만, 블랙 트러플 채집은 3월까지 이어져 수확량에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야생 멧돼지로 인한 ASF 확산을 막기 위한 이탈리아 정부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유럽 내 야생멧돼지 폐사체에서 ASF 바이러스가 확인되고 있다.

◆獨, ASF 지속으로 양돈산업 타격...돼지 개체수 25년래 최저 기록

유럽 내 최대 돼지고기 생산국이었던 독일은 2020년 9월 ASF 발생 이후 바이러스 확산이 지속되면서 양돈업이 침체기를 맞았다.

독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양돈장 돼지 수는 약 245만 마리로 전년 대비 9.4% 감소했다. 같은 기간 양돈장 수는 1만 8,800개로 역시 전년 대비 7.8% 줄어들었다. 지난해 독일의 돼지 개체수는 25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고, 양돈을 포기하는 농장도 늘고 있다.

독일산 돼지고기 최대 수입국이었던 중국은 2020년 9월 독일 ASF 발생 이후 현재까지 독일산 돼지고기 수입을 중단한 상태다. 중국 외 아시아 국가를 비롯해 유럽의 인근 국가들까지 독일산 돼지고기 수입 금지 조치를 유지하고 있다.

독일 내부에서도 ASF 감염이 확인된 멧돼지 수가 2021년 말 기준 3,000마리에 달하는 등 바이러스 확산세가 잦아들지 않고 있어 독일의 돼지고기 수출 재개 시점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ASF 발생 주의를 알리는 독일의 양돈장 모습

독일 내 돼지고기 가격 또한 하락세다. 2021년 12월 기준, 돼지고기 가격은 kg당 1.23유로다. ASF가 발생하기 전인 2020년 9월에는 kg당 1.47유로였던 것과 비교해 16.3% 하락했다. 독일 양돈업계는 스페인 등 인근 유럽 국가에 돼지고기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지 않도록 정부가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韓, 가축전염병예방법 두고 정부-축산업계 갈등 

국내에서도 ASF 확산 위험이 지속되면서 바이러스 차단 대책에 두고 방역 당국과 축산업계 갈등이 커지고 있다. 방역 당국은 지난해 발견된 ASF 감염 멧돼지만 총 1,974건인 만큼 대책이 시급하다는 입장이지만, 축산업계는 개인 양돈농가에 방역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8대 방역 시설을 전국 농장에 의무화하고, 방역 조치 위반 시 가축사육 제한과 폐쇄까지 강제하는 가축전염병예방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ASF 발생 지역 등 위험 지역에만 적용됐던 8대 방역시설(외부울타리, 내부울타리, 입출하대, 방역실, 전실, 물품반입시설, 방조·방충시설, 폐사체 보관실)을 전국에 의무화하고, 이행하지 않으면 최대 사육장 폐쇄 조치까지 강행하는 것이 골자다.

축산업계는 이번 방역 대책이 양돈농가에 희생을 강요하는 무리한 대책이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전까지 ASF 차단을 명목으로 예방적 살처분, 휴지기 시행 등 양돈농가에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해 온 것처럼, 이번에도 축산농가만 희생하는 방역 정책이라는 주장이다.

정부는 태백산맥을 따라 ASF 양성 멧돼지 개체가 발견되면서 바이러스가 점차 남하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양돈농가를 대상으로 한 방역 시설 강화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는 개정안에 대한 입법예고 기간인 다음 달 3일까지 축산업계와 소통을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