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 전염병의 계절 '겨울'...질병 확산 막는 최신 애그테크 기술 주목
가축 전염병의 계절 '겨울'...질병 확산 막는 최신 애그테크 기술 주목
  • 송신욱 기자
  • 승인 2021.11.29 11: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닭 질병 바이러스, 냄새 농도로 확인...질병 조기 포착 가능
젖소 절뚝거림 인공지능으로 감지...한 마리당 우유 400달러 더 생산
돼지 기침소리로 호흡기질병 판단...항생제 사용량 절감 효과

[데일리원헬스=송신욱 기자] 겨울은 사람뿐만 아니라 가축도 질병에 걸리기 쉬운 계절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과 조류인플루엔자(AI) 등 가축의 질병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는 기온이 낮아지면 생존력이 강해지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 적절한 환기 시설 없이 밀식 사육을 하는 농장 사육 환경도 가축의 면역력을 떨어뜨려 가축 질병을 확산시키는 요인 중 하나다.

가축 질병은 농장의 생산성 저하는 물론, 가축 항생제 사용량 증가로 이어져 항생제 내성 등 사람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최근 해외에서는 소, 닭, 돼지 등 각 축종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가축의 질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축산테크 스타트업이 나서고 있다.

로보사이언티픽에서 개발한 휘발성 유기 화합물(VOC) 농도 측정기 (이미지 출처 : Roboscientific)
로보사이언티픽에서 개발한 휘발성 유기 화합물(VOC) 농도 측정기 (이미지 출처 : Roboscientific)

소형가축인 닭은 농장에서 대규모로 사육하기 때문에 맨눈으로 닭의 질병 증상을 조기에 포착하기 매우 어렵다. 영국의 생명공학 스타트업 로보사이언티픽은 육계 농장에서 닭의 질병 바이러스 냄새를 포착해 질병 감염 여부를 신속하게 판단하는 장치를 개발했다.

이 장치는 냄새를 구성하는 휘발성 유기 화합물(VOC)의 농도를 10억분의 1단위로 분석한다. 서로 다른 VOC 농도 사이의 패턴을 분석해 이상 수치가 검출되면 농부에게 정확히 어떤 질병 바이러스가 검출되었는지 알려준다. 하루 두 번, 1시간 동안 공기의 VOC를 수집해 정확도가 100%에 가깝다는 주장이다. 로보사이언티픽은 젖소의 결핵, 돼지의 바이러스성 질병 등 다양한 축종의 질병 냄새를 감지하는 서비스도 개발에 나섰다.

 

인공지능으로 젖소의 움직임을 분석하는 캐틀아이 (이미지 출처 : CattleEye)
인공지능으로 젖소의 움직임을 분석하는 캐틀아이 (이미지 출처 : CattleEye)

낙농업에서 젖소의 발굽 질병은 농장의 생산성을 크게 떨어뜨리는 3대 질병 중 하나이다. 영국 애그테크 스타트업 캐틀아이는 인공지능으로 젖소의 절뚝거림 증상을 조기에 감지하는 기술로 낙농업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테리 캐닝 캐틀아이 최고경영자(CEO)에 따르면, 캐틀아이 인공지능은 맨눈으로 확인하는 것보다 절뚝거림 증상을 더 정확하게 감지한다.

캐틀아이 서비스는 카메라 밑으로 이동하는 젖소의 행동을 분석해 활동성 점수와 절뚝거림 정도에 대한 알림을 농장주에게 전송한다. 무늬를 바탕으로 각 젖소를 인식하기 때문에 누적 데이터를 활용해 언제부터 이상 증상을 보였는지 추적할 수 있다. 농장주는 캐틀아이 서비스를 통해 젖소 발굽 질병을 조기에 치료하면서 젖소 한 마리당 약 400달러의 우유를 더 많이 생산했다는 설명이다.

현재 캐틀아이는 영국의 대형 유통기업 테스코와 마크앤스펜서의 계약 농장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250만 달러(약 30억 원)의 시드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하면서 캐틀아이 서비스를 시장에 정식 출시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마이크가 내장된 사운드토크는 천장에 설치되어 돼지 기침 소리를 분석한다 (이미지 출처: SoundTalks)
마이크가 내장된 사운드토크는 천장에 설치되어 돼지 기침 소리를 분석한다 (이미지 출처: SoundTalks)

벨기에에서는 돼지 기침 소리를 수집해 질병을 감지하는 애그테크 스타트업이 등장했다. 사물인터넷(IoT) 기기 ‘사운드토크’는 돼지의 기침 소리가 단순한 기침인지, 호흡기질병으로 인한 기침인지 분석해 농장주에게 알려준다.

마이크가 내장된 사운드토크 기기는 축사 위에 설치돼 돼지 기침 소리를 24시간 듣는다. 수집된 소리를 바탕으로 기침 횟수와 호흡기질병 감염 여부를 분석해 농장주에게 알림을 전송한다. 장치 아래쪽의 표시등을 통해서도 질병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빨간색 경고등이 표시되면 해당 돈사의 돼지는 호흡기질병에 이미 감염되어있을 확률이 높아 당장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드라이 버크만스 사운드토크 최고경영자(CEO)는 사운드토크로 호흡기질병 확산을 예방해 항생제 비용 절감 효과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 멕시코, 중국 등에 진출한 사운드토크는 지난 2019년 520만 유로(약 70억 원)의 투자금을 글로벌 제약회사 보링거 인겔하임으로부터 유치하기도 했다. 또한, 2022년에는 닭의 소리로 질병을 감지하는 서비스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