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때문에...이주 동물 5종 중 1종 이상 멸종 위기 놓여
인간 때문에...이주 동물 5종 중 1종 이상 멸종 위기 놓여
  • 김도연 기자
  • 승인 2024.02.14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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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 동물 22% 멸종 위기 직면...44%는 개체 수 감소
인간의 서식지 파괴·과도한 착취가 원인...개체 수 회복 위해 국제사회 협력 필요
유엔환경계획 세계보전모니터링센터가 발표한 '세계 이동성 종 현황' 보고서(이미지 출처 : 유엔환경계획)

[데일리원헬스=김도연 기자] 먹이를 찾고 번식을 하기 위해 서식지를 주기적으로 옮기는 이주 동물 상당수가 멸종 위기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5종 중 1종 이상이 멸종 위기에 처했다.

유엔환경계획 세계보전모니터링센터는 13일(현지시간) 발표한 '세계 이동성 종 현황' 보고서에서 유엔 생물다양성 조약인 야생동물 이동성 종 보존 협약(CMS)에 따라 국제적 보호가 필요하다고 인정된 1,189종 중 22%가 현재 멸종 상태에 놓였으며, 44%는 개체 수가 감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CMS에 포함되지 않은 399종의 이주 동물도 마찬가지로 멸종 위기에 처했다고 덧붙였다.

이주 동물은 이동 과정에서 사람을 포함한 다른 종에게 이로운 영향을 미친다. 식물에 수분을 주고, 씨앗을 퍼뜨리거나 해충을 제거한다. 혹등고래처럼 탄소를 몸 속에 격리해 지구의 기온 상승을 막는 역할을 하는 이주 동물도 있다. 이에 따라 유엔환경계획은 CMS에 포함된 이주 동물들의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이번에 처음으로 이주 동물 현황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0년 동안 대초원 독수리, 이집트 독수리, 야생 낙타 등 70종의 이주 동물이 추가로 멸종 위기종에 포함됐다. 가장 상황이 심각한 것은 어류였다. 비단상어를 비롯해 CMS 목록에 오른 어종의 무려 97%가 멸종 위기에 처했다.

이주 동물 상당수가 멸종 위기에 직면한 가장 큰 이유는 인간의 활동 때문이다. 인간의 서식지 파괴와 포획 등 과도한 착취가 주요한 원인으로 나타났다. 

도시 팽창과 농지 확대, 국경을 따라 설치된 울타리와 벽은 이주 동물들의 이동을 가로막고 번식과 먹이 찾기, 추위를 피하기 위한 서식지 마련을 방해한다. 사냥과 낚시로 수많은 이동 동물이 포획된다.

멸종 위기에 처한 푸른바다거북

예를 들어, 모래사장에서 부화한 새끼 푸른바다거북은 달빛과 별빛을 이용해 바다로 돌아가는 길을 찾는데 근처의 인공 불빛의 방해로 상당수가 바다에 이르지 못하고 죽는다. 기후변화 영향도 크다. 해수면 상승과 침식으로 해변이 사라지고 넓어진 방파제로 바다거북의 서식지가 줄어들고 있다.

다행인 점은 상황이 심각하지만 멸종 위기 종들의 개체 수 회복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불법 조류 그물망이 91% 감소한 키프로스의 지역 보존 노력을 예로 들었다. 또, 카자흐스탄의 성공적인 통합 보존 및 복원 작업으로 멸종 위기에서 사이가 영양을 되살린 사례도 제시했다. 사이가 영향은 밀렵과 질병의 영향으로 지난 2006년 개체 수가 5만 마리 미만으로 줄었지만 카자흐스탄 정부가 나서 서식지를 복원하고 밀렵을 막으면서 개체 수가 2022년 130만 마리로 회복됐다.

보고서는 이주 동물의 멸종 위기를 막기 위해 이들의 여정에 포함된 모든 국가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우선순위 중 하나로 이주 동물의 번식과 먹이 획득,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하는 중요 지역을 지정하고 이곳을 중심으로 보호 조치를 취하는 것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이주 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주요 생물다양성 지역 1만 곳을 강조했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이 아무런 보호 지정이 없는 곳이다. 

잉거 앤더슨 유엔환경계획 전무이사는 "보고서는 지속 불가능한 인간의 활동이 지구의 복잡한 생태계 기능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이주 동물들의 미래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는 걸 분명히 보여준다"라며 "이주 동물들의 상황을 고려할 때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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