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빼미 살리려고 올빼미 죽인다? 美 올빼미 대량 살처분 논란
올빼미 살리려고 올빼미 죽인다? 美 올빼미 대량 살처분 논란
  • 김도연 기자
  • 승인 2024.04.04 13: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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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FWS, 멸종 위기종 점박이 올빼미 보호 위해 줄무늬 올빼미 47만 마리 살처분 제안
줄무늬 올빼미, 점박이 올빼미 서식지 칩입...점박이 올빼미 멸종 위기 놓여
 멸종 위기종 점박이 올빼미(왼쪽)와 대량 살처분 위기에 놓인 줄무늬 올빼미

[데일리원헬스=김도연 기자] 멸종 위기종 점박이 올빼미(Spotted owl)를 보호하기 위해 약 50만 마리의 줄무늬 올빼미(Barred owl)를 죽인다? 올빼미를 보호하기 위해 올빼미를 죽이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미국에서 큰 논란을 부르고 있다.

미국의 비영리 독립언론 NPR의 2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미 어류·야생동물관리국(USFWS)이 제안한 점박이 올빼미 보호를 위해 47만 마리의 줄무늬 올빼미를 죽이는 방법에 찬반이 갈리고 있다. USFWS는 점박이 올빼미 보호를 위해 엽총으로 줄무늬 올빼미 47만 마리 이상을 제거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향후 30년에 걸쳐 워싱턴, 오리건, 캘리포니아에서 줄무늬 올빼미를 살처분한다는 계획이다.  

줄무늬 올빼미 대량 살처분을 제안한 이유는 줄무늬 올빼미 개체 수를 줄이지 않으면 워싱턴과 오리건 일부 지역에서 점박이 올빼미가 멸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줄무늬 올빼미는 번식 속도가 빠르고, 어디서나 서식이 가능하며, 점박이 올빼미보다 크고 공격적이다. USFWS의 환경영향평가서에 따르면 줄무늬 올빼미가 점박이 올빼미 서식지에 칩입하면서 멸종 위기종인 점박이 올빼미 개체 수는 지난 20년 동안 약 75% 감소했다. 점박이 올빼미와 줄무늬 올빼미가 제한된 먹이를 놓고 경쟁하며 몸집이 작고, 공격성이 덜한 점박이 올빼미가 자연 도태되고 있는 상황이다.

USFWS는 지난 5년 동안 태평양 북서부 숲의 5개 지역에서 줄무늬 올빼미 살처분 전략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알아보는 실험에 자금을 지원했다. 지난 2021년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약 2,485마리의 줄무늬 올빼미를 엽총으로 제거했고, 해당 지역 점박이 올빼미의 생존율이 10% 더 높게 나타났다.

데이비드 위엔스 미 지질조사국 야생동물 생물학자는 "줄무늬 올빼가 점박이 올빼미 서식지로 들어와 빠르게 자리 잡고 개체 수를 늘리고 있다"라며 "점박이 올빼미가 줄무늬 올빼미와의 먹이 경쟁에서 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점박이 올빼미와 줄무늬 올빼미는 구분이 쉽지 않다. 같은 속에 속하는 두 올빼미 모두 창백한 얼굴과 갈색과 흰색의 얼룩덜룩한 털을 가지고 있다. 20세기 이전에는 줄무늬 올빼미는 미국 동부, 점박이 올빼미는 미국 서부 숲에 서식해 거주 지역이 두 올빼미를 구분하는 주요 기준이었다. 

오랜 고목에서 서식하는 점박이 올빼미를 보호하기 위해 지난 1990년 대 이후 점박이 올빼미 서식지가 보호 지역으로 관리돼 온 반면 줄무늬 올빼미 서식지는 무분별한 벌목과 개발로 훼손됐다. 서식지가 줄어든 줄무늬 올빼미가 점박이 올빼미 거주지로 이동하면서 문제가 촉발됐다.

생물학자이자 USFWS 전략 책임자인 로빈 브라운은 "줄무늬 올빼미의 잘못이 아닌 이들의 서식지를 빼앗은 우리의 잘못이다"라며 "하지만 줄무늬 올빼미를 관리하지 않으면 점박이 올빼미의 미래에 없다"라고 말했다.

USFWS의 제안에 대해 야생동물 보호 및 동물복지 단체들의 의견은 갈리는 모양새다. 반대 목소리가 크지만 찬성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지 75개 야생동물 보호 및 동물복지 단체들은 최근 뎁 핼랜드 내무부 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무모한 계획을 철폐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멸종 위기종과 경쟁한다는 이유만으로 줄무늬 올빼미를 대량 살처분하는 것은 윤리적이지 않다"라며 "두 올빼미 모두를 보호하기 위한 적절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현지 동물보호단체 '동물복지 행동'의 웨인 파셀 대표는 "30년 동안 줄무늬 올빼미를 줄여나간다는 계획은 사실상 실행 불가능하다"라며 "줄무늬 올빼미의 빠른 번식력을 감안할 때 효과 또한 미지수"라고 말했다.

반면,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 대학교 보존 생물학센터의 카메론 배로우 연구원은 "줄무늬 올빼미의 침입을 늦추기 위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은 사실상 줄무늬 올빼미가 점박이 올빼미보다 더 중요하다고 인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라며 "점박이 올빼미를 보호하기 위한 선택지가 많지 않다"라는 말로 USFWS의 제안을 지지했다.

USFWS는 현재 줄무늬 올빼미 살처분에 공개 의견 수렴을 진행하고 있으며 여론을 고려해 올 여름 최종 제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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