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럼피스킨병’으로 또 대량 살처분, 악순환 끊을 대안은 없나?
‘럼피스킨병’으로 또 대량 살처분, 악순환 끊을 대안은 없나?
  • 김도연 기자
  • 승인 2023.11.09 1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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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단체 “예방적 살처분은 보여주기식 방역...건강한 동물까지 죽음으로 몰아넣어”
사육 환경 개선∙가축 면역력 향상해 질병 예방하고 동물복지 높일 수 있어

[데일리원헬스=김도연 기자] 소 바이러스 감염병 '럼피스킨병'이 전국으로 확대되면서 5천 마리에 달하는 소가 살처분된 가운데 동물보호단체들이 동물복지를 위협하는 살처분을 즉각 중단하라고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전염병 확산을 막는다는 목적으로 발병한 농가의 일정한 반경 이내 가축을 모두 도살하는 방역대책. 죽지 않아도 될 멀쩡한 수많은 가축까지 죽음으로 몰고 가는 것은 아닌지, 그 논란은 이미 오래 전부터 시작돼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한국동물보호연합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럼피스킨병 방역을 위한 살처분 중단을 촉구하는 모습(이미지 출처 : 한국동물보호연합)

한국동물보호연합은 지난 30일 럼피스킨병 살처분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럼피스킨병 방역을 위해 행하는 살처분은 동물복지를 심각하게 저해하는 보여주기식 방역에 불과하다"라며 "럼피스킨병은 인간에게 전염되지 않으며 폐사율은 10%에 불과해 병에 걸린 소를 격리해 치료해야 한다"라는 목소리를 냈다. 예방적 살처분은 건강하고 멀쩡한 동물까지 죽이는 행위로, 인도적인 방법으로 방역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방역을 위한 가축 살처분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조류인플루엔자(AI), 구제역 등 가축 전염병 유행으로 가축 대거 살처분이 진행될 떄마다 동물보호단체, 환경시민단체 등은 과도한 살처분을 지양하고 전염병을 예방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해왔다.

살처분을 대체하기 위해 이들이 제시하는 방안은 '사육 환경 개선'이다. 좁은 면적에서 여러 마리 가축을 밀집해 기르는 공장식 사육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밀집 사육 환경은 가축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특정 질병과 바이러스에 노출되기 쉬워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원인이 된다는 주장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국내 가축질병의 주요 원인으로 공장식 축산을 지적한 바 있다. OECD는 지난 2017년 '한국 가축질병 관리상 농업인 인센티브' 보고서에서 한국이 높은 인구 밀도와 토지 부족으로 가축을 집약적으로 생산한 것이 전염병에 열악하게 된 구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주목받는 것이 동물복지축산농장이다. 동물복지축산농장은 높은 수준의 동물복지 기준에 따라 인도적으로 동물을 기르는 농장에 대해 국가에서 인증한 곳으로 가축 건강 관리, 사육 시설 및 밀도, 환경 등이 주요 평가 기준이 된다. 가축 신체 훼손을 금지하며 질병이 없는 경우 항생제, 성장촉진제, 호르몬제 등을 투여하지 않고 가축이 보다 넓은 공간을 누리며 본래 습성대로 자라도록 해 동물복지를 실현한다.

동물복지 축산농장으로 닭을 자연방사해 기르는 충주 황실토종닭농장 모습(이미지 출처 : 충주 황실토종닭농장)

'가축 면역력 향상'도 질병을 예방하고 살처분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꼽힌다. 면역력이 높은 가축은 전염병 등 질병 발생률이 낮아지고 질병이 발생해도 자체 면역력을 이용해 질병저항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가축 면역력을 높이기 위한 스마트 축산 솔루션도 각광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한국축산데이터의 가축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 '팜스플랜'은 질병 발생 후 대응이 아닌 예방에 초점을 뒀다.

농장주 한 명이 농장을 수시로 방문하며 많은 가축을 일일이 살피기 어려운 한계점을 보완해 CCTV를 통해 24시간 가축 상태를 모니터링한다.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는 인공지능(AI)이 분석해 가축의 이상 징후를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다. 채혈 등을 통한 수의사의 정기 검진도 이뤄진다. AI가 분석한 데이터와 수의사의 소견을 종합해 평상시에 가축 건강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한국축산데이터의 팜스플랜이 적용된 돼지농장(이미지 출처 : 한국축산데이터)

가축 역시 사람처럼 스트레스를 받으면 면역력이 떨어진다. 특히 돼지는 스트레스로 급사하는 돼지 스트레스 증후군이 있을 정도로 스트레스에 민감하다. 항생제를 투여할 때 스트레스가 극대화돼 면역력 관리를 통해 항생제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팜스플랜은 가축 면역력 강화를 통해 가축에 스트레스가 되는 주요 원인인 항생제 등 약품 사용량을 65% 줄인다. 가축이 평상시 높은 면역력을 유지하도록 함으로써 항생제 투여를 최소화하고 질병을 예방해 폐사율은 67% 감소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를 통해 가축이 받는 고통을 줄이고 건강하게 길러 동물복지를 높인다.

경노겸 한국축산데이터 대표는 "앞으로의 가축방역은 사후 대응보다 예방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라며 "평소 가축 면역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해 질병 발생률을 최대한 낮춤으로써 살처분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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