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상의 인간과 가축전염병]④미래 가축전염병 대응 '원헬스'적 접근이 필요하다
[유한상의 인간과 가축전염병]④미래 가축전염병 대응 '원헬스'적 접근이 필요하다
  • 오피니언
  • 승인 2022.11.16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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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신·변종 가축전염병 발생 증가...인간-동물-환경 조화로운 공존이 미래 가축전염병 예방 대명제
원헬스 개념, 현재의 사람-동물-환경에서 사회·경제·정치·문화 아우르는 넓은 의미로 확장돼야
전염병 관리체계, 발생 가능성·전파 양상 예측 및 예방대책 수립으로 발전해야...미래 가축전염병 예방 위한 원헬스적 접근 필요
유한상 서울대 수의과대 교수
유한상 서울대 수의과대 교수

최근 서울 모처에서 수많은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태가 발생했다. 이번 사태는 오랫동안 누적돼온 여러 가지 사회현상을 잘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전염병 발생 역시 이처럼 다양한 사회현상과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고 있고, 관련 정도에 따라 파급효과가 다양하게 나타난다. 가축전염병 발생도 이러한 현상과의 연관성에서 예외일 수 없다.

원헬스(One Health)는 인간-동물-환경의 관계에서 관련 현상들을 잘 이해하고, 어떻게 이러한 사고의 발생을 예방하고, 만약 발생 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전염병학적 관점, 좀 더 넓게는 질병 관점에서 생각하는 것이다. 즉, 인간-동물-환경은 다양한 연결고리를 통해 서로 밀접하게 관련돼 있고,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다양한 요소의 복잡한 관계 속에서 서로의 건강한 생존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된 요소, 현상은 시대에 따라 시시각각 변할 수 있다.

이에 미래의 원헬스는 인간-동물-환경의 관계에서 변화하는 주변 요소들과 얼마나 효율적으로 소통하고, 조율하며, 상호 협력해 서로 상승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어야 한다. 특히, 경제발전에 따른 사회 현상 변화는 외형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내부적인 변화에 대해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이 없으면 항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모양새가 될 수밖에 없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신·변종 가축전염병 발생이 증가, 확산하고 있다. 이는 경제적인 발전에 따른 인류, 사회학적인 변화에 기인한다. 인간-동물-환경의 공존이라는 개념 없이 인간 위주의 자의적 해석에 따라 발생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더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앞으로 어떻게 행동하고, 서로 간에 조화를 이루어 나가야 하는 걸까를 고민하는 것이 미래 가축전염병 예방을 위한 대명제라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다양한 가축전염병 즉, 아프리카돼지열병,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구제역 등 국가재난형 질병뿐만 아니라, 소 바이러스 설사병, 요네병, 소 백혈병 등 만성·소모성 전염성 질병 발생으로 임상학적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커다란 위협에 직면해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관련 산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으며, 이는 인간 건강과 삶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관계를 상호 우호적인 방향으로 개선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기다.

가축전염병 발생은 다양한 요소들 중 인간 행동과 가장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고 있고, 이에 따라 질병 전파 양상, 확산 정도, 피해 정도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가축전염병의 발생 및 확산이 사람 이동과의 관련성은 역사 속에서뿐만 아니라, 최근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럼피스킨병, 가성우역 발생에서도 볼 수 있다. 즉, 과거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만 발생하는 풍토병으로 알려져 있던 이 질병들이 중동, 동유럽 지역을 거쳐 현재는 아시아 대륙의 대부분의 국가들, 특히 동남아시아 여러 국가에서 발생해 경제적으로 큰 피해를 주고 있다.

지난번 기고에서 언급했듯이 우리 주변 학문들은 날로 발전해 새로운 영역을 구축하고 주변 학문과의 융복합으로 새로운 영역 구축과 미래 지향적인 산업을 구축하고 있다. 현재 국내 축산업이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 중 가장 위협적인 요소는 신·변종 가축전염병 발생이다. 이러한 당면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주변 학문들과 소통을 통한 협력 방안을 구축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IT, NT(Nano Technology), ET(Envrionmental Technology), 바이오(Bio) 등 주변 관련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 수준과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에 원헬스 개념을 사람-동물-환경의 좁은 개념에서 사회·경제·정치·문화를 아우르는 넓은 의미로 확장해 가축전염병 예방을 위해 적용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기다.

이러한 관점에서 가축 질병관리, 특히 전염병 관리체계는 과거와는 매우 다른 형태로 변해야 한다. 현재까지는 전염병이 발생한 후 원인 분석 및 이에 대한 대응책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진행됐다면, 앞으로는 주변 가축 사육환경, 기후·기상 변화, 주변국 전염병 발생 양상 등 다양한 관련 정보를 습득해 국내에서 가축전염병 발생 가능성 및 전파 양상을 예측하고 이를 바탕으로 예방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이를 지원할 정부와 지자체의 대응체계 구축, 예산 및 인력 확보, 후속 세대 양성 등 필요한 부분을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미래지향적인 예방대책이고, 향후 가축전염병 예방을 위한 효율적이고, 원헬스적인 접근 방향이라고 생각된다. 특히 소홀하기 쉬운 만성소모성질병들에 대해서도 이러한 원헬스적 접근 방법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다.

유한상 서울대 수의과대 교수 yoohs@snu.ac.kr

[필자소개] 유한상 교수는 서울대 수의과대학 졸업 후 미국 미네소타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수의과학연구소(현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근무한 후 1997년부터 서울대 수의과대학 전염병학 교수로 재직 중에 있다. 가축의 전염병, 원헬스, 인수공통 감염병 등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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