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상의 인간과 가축전염병]⑤미래 시대에 적응하는 수의학 모습이 필요하다
[유한상의 인간과 가축전염병]⑤미래 시대에 적응하는 수의학 모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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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12.26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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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가축 전염병 사례 통해 현재 상황 분석 후 미래 방역대책 강구해야
가축 전염병, 사육환경과 밀접한 관련성 가져...발전된 데이터 기술 적극적 활용해야
미래 가축 전염병 방역 인재 양성해야...전문가 양성 위한 지원 절실
유한상 서울대 수의과대 교수
유한상 서울대 수의과대 교수

올해에도 반갑지 않은 손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다수 발생해 가축방역당국을 괴롭히고 있다. 안타깝게도 당분간 발생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도 처음 발생한 이후 멧돼지 발생 증가뿐만 아니라, 사육돼지 발생과 함께 발생 지역도 확산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위와 같은 신종 국가재난형 질병과 함께 소결핵, 브루셀라의 지속적인 발생, 소바이러스설사병, 소백혈병, 소요네병, 돼지 설사병, 돼지 호흡기 및 번식 장애 질병 등 만성 소모성 질병이 만연해 많은 축가 농가가 커다란 경제적 피해를 입고 있다.

국내 가축 전염병 발생 양상은 지난 2000년을 기점으로 전혀 다른 형태를 보이고 있다. 돼지열병, 돼지전염성 위장염, 일본뇌염, 뉴캐슬병, 탄저 등 고전적인 가축 전염병은 그동안 많은 연구로 방역체계를 갖춘 반면, 구제역,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아프리카돼지열병 등 신종 전염병의 지속적인 발생 증가로 축산업계 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가 효과적인 방역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현실은 어떠한가? 

모든 전염병은 발생 예측이 매우 어렵다. 그러나 지금까지 발생 사례를 잘 분석하면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기존의 병원체들이 변이로 새로운 발생 양상을 나타내거나, 같은 병원체가 여러 사회적 요인으로 급격하게 확산했다. 지난 3년 동안 전 세계에 커다란 고통 주었던 SARS-CoV2나, 국내에서 문제 되고 있는 구제역,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이 좋은 예다. 방역사(防疫史)에서 과거와 현재에 유사점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과거와 현재에 신·변종 가축 전염병 발생 양상이 유사하다면 왜 이러한 현상들이 시대를 바꿔가면서 지속되는 것일까? 이점을 깊이 있게 분석해 향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가축은 대부분 일정한 구역 내에서만 생활해 전염병 발생의 많은 부분이 가축 전염병 전파의 매개체가 될 수 있는 외부 요인과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신종 가축 전염병은 사람이나 사람과 연관된 물품들에 의해 전파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과거에는 이러한 것들에 대한 추적이 매우 어렵고, 많은 시간이 필요했지만, 현재는 기술의 발달로 사람이나 물건의 이동을 어렵지 않게, 짧은 시간 내에 추적하고 분석할 수 있다.현시점에서는 과거 가축 전염병 발생을 되짚어보고, 현재 상황을 분석해 미래의 방역대책을 강구해야 하는 것이 가축 전염병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미래지향적인 방역대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첫째, 과거를 정확하게 되짚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즉, 현재까지 국내에서 발생했던 가축 전염병의 특성을 파악하고, 현재 상황에서 병인학적, 역학적 특성 및 방역대책에 대해 시대 상황과 맞춰 분석하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미래 수의사 양성을 위한 교육 자료로 활용돼야 한다.

두 번째는 주변 학문과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가축 전염병은 가축의 사육환경과 매우 밀접한 관련성을 가진다. 특히 현재 국내 축산은 곡물 사료를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곡물 재배 지역의 기후 및 질병 발생 상황 또한 매우 중요하다. 이처럼 전염병 발생은 국내외적으로 연계돼 있어 관련 자료들을 잘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데이터 활용 관련 분야의 발전된 기술을 활용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세 번째는 미래 가축 전염병의 방역을 책임질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다. 위의 모든 것이 관련 분야 전문가들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즉, 과거 자료를 분석 및 해석하고, 현재 상황을 냉정하게 판단하며, 이를 미래 방역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전문가 양성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최근 많은 젊은 수의사들이 지망하는 분야는 가축 전염병 방역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미래 가축 전염병 방역을 위해서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작지만 치밀하고 전문적인 노력으로 전 세계의 가축을 전염병에서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전문가 양성이 절실하다.

마지막으로 미래 가축방역정책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전문가 양성을 위한 제도적 장치와 경제적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수의학 선진국에서는 이미 많은 지원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우리도 이러한 지원정책의 빠른 도입이 절실히 요구된다.

미래를 예측하기는 매우 어렵다. 과거를 되짚어보고, 현재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해 취할 것과 버릴 것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지향적인 수의학 교육을 통해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이렇게 할 때 가축전염병 방역에서 과거의 전철(前轍)을 다시 밟지 않을 것이다.

유한상 서울대 수의과대 교수 yoohs@snu.ac.kr

[필자소개] 유한상 교수는 서울대 수의과대학 졸업 후 미국 미네소타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수의과학연구소(현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근무한 후 1997년부터 서울대 수의과대학 전염병학 교수로 재직 중에 있다. 가축의 전염병, 원헬스, 인수공통 감염병 등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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