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상의 인간과 가축전염병]②기본에 충실한 미래지향적 수의학 교육이 필요하다
[유한상의 인간과 가축전염병]②기본에 충실한 미래지향적 수의학 교육이 필요하다
  • 오피니언
  • 승인 2022.09.06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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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수의학 교육, 반려동물 관련 비중 높아져...수의학 기본인 산업동물 분야 등은 비중 축소
최근 인수공통감염병 창궐로 사회·경제적 악영향...수의방역정책 교육 비중 축소 '우려'
동물 건강·복지 증진 통한 인류 보건 향상 체계 갖춰야...다양한 학문 융복합 통한 미래지향적 수의학 교육 필요
유한상 서울대 수의과대 교수
유한상 서울대 수의과대 교수

모든 학문은 인류 역사에 따라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양성해 사회적 요구를 충족시키면서 시대에 적응·발전하고, 학문 영역을 확대함으로서 인류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기여해 왔다.

이런 개념에서 수의학의 기본은 동물 질병의 예방과 치료를 통해서 인류 보건 향상에 기여하는 것이다. 이는 시대적 상황에 따라 사회가 필요로 하는 수의학적 지식과 기술을 제공해야 한다는 의미다. 즉, 수의학적 지식의 전달 및 확대 개편을 통한 적용 분야 개척은 미래지향적인 교육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

모든 학문이 그러하듯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지식의 개념과 범위가 지속적으로 변해 왔다. 수의학도 과거 선사시대와 농경시대, 산업화 시대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사회가 요구하는 학문의 범위가 바뀌어 왔다. 이러한 과정에서 시대에 따라 수의학 관련 대상 동물, 응용범위, 종사자 분포 등에 커다란 차이가 생겼다.

약 300여 년 전 유럽에서 근대 수의학 교육이 시작됐고, 우리나라도 근대 수의학 교육을 도입한지 한 세기가 지나고 있다. 국내에 근대 수의학이 도입된 이후 우리나라는 급격한 산업 발달로 소득이 증대되면서 축산식품 수요가 급증했다. 이에 따라 초기에는 축산식품 생산성 증대에 초점이 맞춰졌으나, 이후에는 품질, 특히 안전성 확보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에는 고령화, 1인 가구 수 증가 등으로 반려동물을 통한 교감이 증가하면서 반려동물과 관련해 다양한 수요가 늘고 있다. 이처럼 시대적으로 요구되는 수의학적 지식은 동물 자체의 변화보다 인간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변화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고등전문교육을 받은 사람이 그 지식을 사회에서 활용하기 위해서는 약 10~15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에 고등전문교육의 내용은 미래 통찰을 바탕으로 구성돼야 한다. 이러한 통찰력은 주변의 다양한 학문 분야와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서 인류사회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을 바탕으로 형성된다.

그러면, 현재 우리나라 수의학 교육은 어떤가? 국내 수의학 정규교육과정이 개설된 이후 근 반세기 동안 소 등 산업동물 위주의 수의학 교육이 이뤄져 왔다. 즉 고기, 우유, 계란 등의 생산성 증가와 안전성 확보가 주된 내용이었으나, 최근 사회적 변화로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한 수의학적 지식과 기술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이와 관련된 교육 비중이 매우 높아졌다.

반면, 수의학의 기본이라고 생각되는 소 등 산업동물 분야, 축산물 안전분야, 수의방역정책 분야 등에 대한 비중은 낮아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분야의 사회적 중요성은 변화가 없고, 오히려 감당해야 할 분야는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현재의 교육은 이러한 착시적인 현상을 오해하고 이러한 분야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새로운 영역의 확장이 아니라, 기본 개념을 잃고 회생불능의 절름발이 수의학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무엇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사람과 동물에서 신종·변종의 각종 감염병이 발생해 사람과 동물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으로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감염병의 약 60~70%가 동물에서 유래한 것임을 감안할 때 현재 수의학 교육의 방향성이 미래지향적인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현재 대부분의 학문은 충실한 기본 바탕 위에 타 학문 분야와 융복합 협력을 통한 새로운 영역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는 쏠림 현상 없이 발전을 거듭할 수 있고, 항상 새로운 분야와 협력할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하는 것이다.

그러면, 현재 우리나라 수의학 교육은 어떠할까? 현재 국내 수의학 교육은 너무 시대적 조류(潮流)에 휩쓸려 고유의 특성과 사회적 임무를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크다. 그러면 향후 바람직한 수의학 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 우선 수의학 교육의 기본적·사회적 요구인 동물의 건강, 복지증진을 통한 인류 보건 향상을 도모할 수 있는 교육 내용과 체계를 갖춰야 한다. 또, 자연과학, 공학, 보건학, 의학 뿐만 아니라, 인문, 사회과학, 예술 등 주변 학문과의 적극적인 교류를 통한 화학적 결합으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즉, 수의학의 기본 근간인 산업동물 분야의 육성 노력과 함께 시대적 요구인 반려동물 분야, 감염병 대응, 안전한 축산식품 공급 등 공중보건 향상, 의학, 약학 등 관련 학문과의 교류를 통한 대체·중계 의학 등의 방향을 깊게 고민해야 한다.

미래 수의학 교육은 자연과학, 농학, 공학뿐만 아니라, 인문, 사회과학, 예술 분야까지 흡수해 최적의 화학적 결합을 이룰 때 사회적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진정한 수의사를 양성할 수 있을 것이다.

유한상 서울대 수의과대 교수 yoohs@snu.ac.kr

[필자소개] 유한상 교수는 서울대 수의과대학 졸업 후 미국 미네소타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수의과학연구소(현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근무한 후 1997년부터 서울대 수의과대학 전염병학 교수로 재직 중에 있다. 가축의 전염병, 원헬스, 인수공통 감염병 등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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