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상의 인간과 가축전염병]③신·변종 가축전염병, 발생 예측 통한 예방대책 마련이 핵심이다
[유한상의 인간과 가축전염병]③신·변종 가축전염병, 발생 예측 통한 예방대책 마련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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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10.05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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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번한 인적·물적 이동, 새로운 전염병 발생 원인 돼...새로운 병원체 출연으로 위험 노출
향후 가축전염병 대비, 발생 예측 통한 예방대책 수립 필수...변이 특성·유발 요인 철저한 분석 필요
인간·동물·환경에 바탕 둔 원헬스 넘어 ESG에 기초해 전염병 대비해야
유한상 서울대 수의과대 교수
유한상 서울대 수의과대 교수

인류는 지금까지 수많은 전쟁, 기근, 전염병의 발생으로 새로운 시대적 전환을 이루면서 역사를 써왔다. 이중에서도 전염병의 발생은 시대 전환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중세 유럽에 발생했던 페스트는 유럽 근대화의 시발점이 되었으며, 19세기 콜레라의 반복적 발생은 유럽의 도시위생 환경 변화 개선의 시발점이 됐다. 지난 3년 동안 전 세계 인류에게 고통을 주었던 코로나19(COVID19)는 정치, 경제, 사회 및 기술의 모든 면에서 새로운 세상으로 변화시켰다.

이러한 변화는 가축 전염병 발생으로도 나타났다. 중세 유럽에서 우역의 발생, 과거 '돼지 콜레라'로 부른 돼지열병(Classical swine fever) 등의 발생은 축산업뿐만 아니라, 인류에도 막대한 경제적, 사회적, 기술적인 변화를 만들었다. 특히 인수공통전염병의 발생은 이러한 변화를 가속화했다.

반면 인류 사회 문명의 발달로 확산된 가축전염병 발생의 예도 많다. 특히 최근 우리나라 양돈업에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Africa swine fever)이 대표적이다. 지구촌 저편, 먼 나라의 토착 질병이라고 여겼던 것이 어느새 우리 속에 들어와 있다. 산업사회 발달로 경제적 풍요와 축산물을 포함한 인적, 물적 이동 증가가 이러한 질병 발생의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사 질병 발생 위협은 항상 우리 곁에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무엇보다 새로운 가축전염병의 유입은 그 질병에 대한 면역이 형성되어 있지 않아 급속한 확산으로 이어져 해당 지역 가축에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모든 생물체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하여 무한 변이(變異)를 한다. 이러한 변이는 크기가 작고, 생명주기가 짧은 생물체일수록 자주, 쉽게 일어나며 때에 따라 매우 위협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특히 병원성이 커지게 되면 새로운 감염 유발로 팬데믹(pandemic)이라는 결과를 낳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변이 발생은 우연이 아닌, 주변 환경 변화에 의해서 유발된다. 이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사람과 가축 전염병의 발생 요인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잘 나타난다.

현재 우리는 지구상에 분포하고 있다고 추정되는 미생물(병원체 포함)의 극히 일부만을 알고 있고, 이중 극소수만을 분리, 배양 등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즉, 지구상의 많은 미생물들의 특성을 현재 과학기술로는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언제, 어디서, 어떠한 병원체가 출현해 인류 사회에 감염병을 유발할지 모르고, 그에 대한 대책도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변이에도 규칙이 있고, 뚜렷한 유발 요인들이 있다. 즉, 이러한 규칙과 요인 분석을 바탕으로 예측이 가능하고, 충분한 대비를 할 수 있다.

앞으로 가축전염병에 대한 대비는 완전히 다른 패러다임(paradigm)으로 접근해야 한다. 발생 후 처방이 아닌, 발생 예측을 통한 예방대책을 수립하는 것이다. 발생 예측은 생물체 변이의 특성과 유발 요인들의 철저한 분석을 통해서 가능하다. 이는 기후변화에 따른 대기의 특성 변화, 생물체의 분포 변화와 이를 분석할 수 있는 ICT 기술 등 최근 날로 발전하고 있는 첨단 기술의 적극적인 활용을 바탕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산업화 이후 경제적인 소득 증가로 많은 인적·물적 자원들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이동해 인류의 생활 형태가 변화했다. 이 또한 전염병 전파의 중요한 요소다. 즉, 사회·경제적인 요인들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주변의 작은 변화에 의해서도 나타날 수 있는 새로운 생물체 예측은 쉽지는 않지만 앞으로 신·변종 전염병 예방을 위해서는 가야만 할 길이다. 이를 위해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큰 숙제는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기본적인 데이터의 수집과 분류 및 활용이다.

지금까지의 전염병 대응이 발생한 이후에 병원체 뒤를 따라가는 방식이었다면, 앞으로는 다양한 분야의 자료와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병원체 발생을 예측하고, 이에 대한 예방대책을 수립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COVID19 교훈으로 전 세계는 모든 면에서 재편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전염병 발생 양상 변화에 가장 큰 요인이 될 수 있다. 앞으로 사회과학에 바탕을 둔 자연과학의 모든 기술을 활용할 때 인류에 큰 재앙이 될 수 있는 신·변종 전염병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러한 노력은 사람, 가축의 전염병은 물론 사람과 가축이 동시 감염될 수 있는 인수 공통감염병에 대해서 더욱더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인간·동물·환경에 바탕을 둔 원헬스의 개념을 넘어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개념을 기초한 전염병 대비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유한상 서울대 수의과대 교수 yoohs@snu.ac.kr

[필자소개] 유한상 교수는 서울대 수의과대학 졸업 후 미국 미네소타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수의과학연구소(현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근무한 후 1997년부터 서울대 수의과대학 전염병학 교수로 재직 중에 있다. 가축의 전염병, 원헬스, 인수공통 감염병 등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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