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탄소배출권시장 커진다...월스트리트 기업들 시장 진출 '박차'
자발적탄소배출권시장 커진다...월스트리트 기업들 시장 진출 '박차'
  • 김도연 기자
  • 승인 2023.12.12 14: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발적탄소배출권시장 1조 달러 규모 평가...COP28 계기로 활성화 기대감↑
골드만삭스·시티 등 거대 금융기업들 시장 진출 본격화

[데일리원헬스=김도연 기자]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를 계기로 자발적탄소배출권시장(VCM) 활성화가 기대되는 가운데 월스트리트와 런던의 거대 금융기업이 시장 선점을 위해 발빠른 움직임을 시작했다고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1조 달러(약 1,316조 원)로 평가되는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VCM은 기업이나 비영리기관이 산림 조성이나 저탄소 연료 전환 등의 자발적인 탄소 감축 프로젝트를 이행하고, 제3의 기관 승인을 얻어 획득한 탄소 크레딧을 거래하는 시장이다. 풍력 발전이나 나무심기 등의 활동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 1톤(t)을 줄이거나 제거하면 탄소 크레딧이 생성되고 이를 탄소 거래소에서 판매할 수 있다. 기업은 이 크레딧을 구매해 탄소배출량을 상쇄할 수 있다.

VCM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은 최근 열린 COP28에서 구체화됐다. COP28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현실성 있는 방안으로 VCM이 거론됐고, 주요 기업들은 시장 활성화를 위해 투명성을 제고하고 포괄적인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우리나라 기업 SK그룹도 11개 기관 다자간 업무협약을 통해 아시아 최초의 VCM 연합 구축을 발표하기도 했다.

여기에 파생상품 시장을 규제하는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가 COP28에서 탄소배출권 선물 거래에 대한 기준을 발표했다. 이를 바탕으로 유엔이 탄소배출권 파생상품 시장에 대한 규칙을 확정하면 VCM 활성화가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그동안은 VCM에 대한 국제 표준이 없어 시장 신뢰가 부족했다. 최근에는 탄소배출권 프로젝트 개발사들의 그린워싱 문제가 드러나면서 민간 거래소의 탄소배출권 가격이 지난 1년 사이 80% 가량 급락하기도 했다.

VCM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면서 거대 금융기업들도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표 기업은 골드만삭스 그룹과 시티 그룹, JP모건 체이스, 바클레이즈 등이다. 이들은 탄소 격리 프로젝트 개발에 자금을 지원하고, 탄소거래 크레딧을 거래하고, 기업 고객 대상 크레딧 구매 컨설팅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또, 현재 사업을 확장할 재정적 여력이 부족한 신흥 시장의 현지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자금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해 가즈프롬 임원 출신을 탄소배출권 거래 담당으로 영입한 골드만삭스는 탄소와 재생에너지, 기타 초기 환경 제품 등 지속 가능한 상품 전반에 걸쳐 거래 및 금융 솔루션을 확대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JP모건은 올해 초 자발적 탄소배출권 거래를 위해 첫 트레이더를 고용한 후 탄소배출권 거래 기능을 추가했다. JP모건 대변인은 "탄소배출권 거래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라고 밝혔다.

시티 그룹은 현재 런던 본사에 VCM을 담당하는 트레이더 4명과 영업 인력 4명으로 구성된 탄소 시장팀을 꾸렸다. 바클레이즈도 탄소배출권 거래를 위해 고위 임원을 채용하고 팀 구성에 들어갔다.

소니아 배킷 시티그룹 탄소배출권 글로벌 책임자는 "많은 탄소배출 프로그램 운영사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며 "이러한 자금 조달 격차를 해소하고 프로젝트에 자금을 공급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바로 시티 그룹 같은 은행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현지 투자사 그로스파트너스의 리치 길모어 최고경영자(CEO)는 "적극적인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곧 고품질의 탄소 크레딧 공급 부족이 심각해질 것이 분명하다"라며 "VCM에 대한 환경 변화와 시장 성장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아직 미성숙한 시장인 만큼 월스트리트 거대 금융기업들이 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지고 본격 진출 시기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