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기업·언론 등 제대로 된 정보 제공 안 해...시민 스스로의 노력도 '부족'
[데일리원헬스=송신욱 기자] 기후변화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위기감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시장조시기간 입소스(Ipsos)가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31개국 2만 4,220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우리나라 응답자 500명 중 88%가 '향후 10년 이내 기후변화가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31개 조사국 평균 71%를 훌쩍 뛰어 넘는 것으로 칠레(86%)와 멕시코(85%), 브라질(85%) 등 최근 이상 고온과 가뭄, 폭우 등의 피해가 집중된 중남미 국가들보다도 높았다.
기후변화 영향을 미래가 아닌 현재로 느끼는 국민도 많았다. '현재 심각한 기후변화 영향을 겪고 있다'라는 응답이 71%로 나타났다. 이는 31개 조사국 중 5번째로 높은 수치로 31개국 평균 57%를 훌쩍 뛰어 넘는 것이다. '기후변화로 향후 25년 이내에 현재 거주 지역을 떠나야 할 것'이라는 응답은 39%로 현재와 미래 기후변화의 영향을 우려하는 것에 비해 낮았지만 31개 조사국 평균 38%보다는 조금 높았다.
기후변화에 대한 높은 우려감 속에 기후변화 위기 대응과 관련한 우리 정부의 노력도 부족하다는 의견이 높았다. 우리나라 응답자 63%가 '기후변화 위기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고 있다'라는 의견을 밝혀 31개국 평균 56%를 상회했다. 반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라는 응답은 30%로 31개국 평균 36%를 밑돌았다.
정부는 물론 기업과 언론의 기후변화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 역시 부족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우리나라 응답자 중 67%가 '정부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라고 답해 전체 평균인 59%를 웃돌았다. 기업의 노력 역시 마찬가지로 평가해, 응답자 70%가 '기업이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이는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치다.
기후변화 위기에 대한 언론의 보도 역시 비슷했다. 응답자 40%가 '언론이 기후변화 영향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언론이 균형에 맞게 보도하고 있다'라는 응답은 26%, '기후변화 영향을 과대포장하고 있다'라는 응답은 23%였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시민들의 노력도 부적하다는 의견이 높았다. 우리나라 응답자 중 63%가 '기후변화 대응에 관한 시민들의 노력이 부족하다'라고 답했다. '시민들의 대응이 충분하다'라는 의견은 30%였다.
기후변화에 대한 우리나라 국민의 높은 불안감은 최근 발표된 예일대 연구팀의 보고서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 동향, 2023(International Public Opinion on Climate Change, 2023)'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예일대 연구팀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글로벌 SNS 기업 메타와 협력해 전 세계 110개국 페이스북 사용자 13만 3,136명을 대상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 태도, 정책 선호도 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우리나라는 푸에르토리코와 함께 국민들의 기후변화에 대한 불안감이 가장 높은 국가로 분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