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가격에 포함하면 어떤 상품이 얼마나 오를까?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가격에 포함하면 어떤 상품이 얼마나 오를까?
  • 송신욱 기자
  • 승인 2023.08.03 1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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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유통업체, 탄소 라벨링 적용...육류·유제품 9개 제품 가격 인상
동물성 식품 가격 인상폭 커...식물성 식품은 인상폭 낮거나 오히려 가격 하락
일부 상품에 탄소 라벨링을 도입한 독일의 유통업체 '페니'
일부 상품에 탄소 라벨링을 도입한 독일의 유통업체 '페니'

[데일리원헬스=송신욱 기자] 우리가 현재 슈퍼마켓에서 쉽게 구매하는 상품 가격이 환경 부담을 고려해 조정되면 어떻게 될까? 제품이 생산되고 유통되는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부담을 판매 가격에 포함에는 이른바 '탄소 라벨링'이 적용되는 상품은 무엇이고 어떤 상품이 얼마나 오를까? 독일의 한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일부 상품에 실제로 탄소 라벨링을 적용했다.

독일 전역에서 2,20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인 페니(Penny)는 최근 제품 생산 및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은 물론 토양과 물 사용량 등을 반영해 육류와 유제품 9개 가격의 가격을 인상했다. 2,150여 개 페니 매장에 적용된 탄소 라벨링은 제품 소매 가격이 실제 기후 및 건강에 미치는 비용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페니의 기존 실험 결과에 따른 것으로 실험과 탄소 라벨링 작업에는 현지 뉘른베르크 공과대학과 그레이프스발트 대학 연구진이 참여했다.

탄소 라벨링에 따른 가격 재산정으로 육류와 유제품 상품의 가격이 올랐지만 인상폭은 기존 동물성 기반 제품과 식물성 기반 제품의 차이가 컸다.

마스다머 치즈는 94% 인상된 4.84유로, 바이너 소시지는 88% 인상된 3.19~6.01유로, 모짜렐라는 74% 인상된 1.55유로, 과일 요구르트는 31% 인상된 1.19~1.56유로로 소매가가 상승했다. 가격 인상 요인으로는 메탄 및 탄소 배출 비용, 집약적 농업 및 동물 사료 생산으로 인한 토양 손상, 농약 사용 및 농약이 농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 비료 사용으로 인한 지하수 오염 등이 포함됐다.

반면 비건 슈니첼은 가격 상승률이 5%에 불과했다. 이는 기존 육류와 식물성 대체 식품의 기후 비용 차이를 반영하는 것이다. 대체육 등 식물성 기반 제품은 기존 육류와 유제품에 비해 탄소 배출, 수질 오염, 토지 이용 등에 미치는 영향이 75% 적은 것으로 산정했다.

페니가 탄소 라벨링을 적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0년 아우크스부르크 대학과 협력해 다진 고기의 소매 가격이 3배, 우유 소매 가격이 2배 인상된 제품 가격을 제시한 바 있다. 다만, 당시에는 인상된 가격을 표시만 했을 뿐 실제 가격을 올려 받지는 않았었다.

아우크스부르크 대학의 또 다른 연구 결과에 따르면 탄소 라벨링 반영 시 식물성 식품, 유제품, 동물성 식품의 가격 인상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났다. 과일과 채소는 25% 인상되는 반면, 육류는 146% 유제품은 91%로 인상폭이 훨씬 가팔랐다. 반면 유기농으로 생산된 육류와 유제품, 식물성 식품의 가격은 각각 71%. 40%, 57% 하락했다. 

기존 방식으로 생산된 육류와 유제품을 소비하는 것이 환경에 큰 부담을 주는 행위지만 실제 이를 제대로 인식하는 소비자는 많지 않다. 지난 5월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40%가 '육류를 적게 먹어도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없다'라고 답했다. 반면 '육류 소비를 줄이면 탄소 배출량도 함께 줄일 수 있다'라는 응답은 34%에 그쳤다.

페니는 탄소 라벨링이 소비자가 특정 제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방법이라는 입장이다. 페니의 이번 탄소 라벨링 적용에 참여한 가우글러 박사는 "탄소 라벨링 적용은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하고 소비자에게 제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기 위한 노력"이라며 "탄소 라벨링 적용으로 수집한 데이터가 소비자 구매행동 패턴 분석에 귀중한 인사이트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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