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옥의 숲과 사람 이야기]⑬기후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에겐 더 많은 숲이 필요하다
[권성옥의 숲과 사람 이야기]⑬기후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에겐 더 많은 숲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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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7.03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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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로 구상나무 5년새 1200그루 고사...나무 고사 전 세계적 현상
지구 온도 상승 제한하려면 2050년까지 수십억 헥타르 숲 필요
산림 면적 현재의 30% 확대하면 대기 중 이산화탄소 100년 전으로 돌릴 수 있어
산림 가꾸기에 개인의 지속적 관심 필요...지속 가능한 산림 제품 구매로 개인 영향력 확대해야
권성옥 FSC 코리아 대표출처 : 데일리원헬스(http://www.dailyonehealth.com)
권성옥 FSC 코리아 대표

제주 한라산 백록담 정상 주변에는 구상나무 자생 군락지가 있다. 크리스마스 나무로 사용되는 구상나무는 우리나라가 원산지로 한라산과 지리산, 덕유산 등 고지가 높은 산악지대에서 살아가는 세계적으로 희귀한 침엽수 종이다. 이렇듯 귀한 구상나무가 지난 5년 사이 1200그루 이상 고사됐다. 구상나무의 고사는 지난 2012년 볼라벤 등 제주를 강타한 태풍과 이듬해 찾아온 가뭄 등 기후 온난화가 원인인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 옥스퍼드대 환경 변화 연구소 연구에 따르면 지난 35년간 호주 및 열대지방 나무 고사율은 두 배 증가했다. 네이처의 Forest Forecast에 개제된 논문에서도 온난화와 강수량 감소로 침엽수 치사율이 증가한다고 보고됐다.

호주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을 진화하는 소방관의 모습
호주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을 진화하는 소방관의 모습

최근 빈번한 대형 산불 원인도 기온 상승에 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더워진 봄, 더 길어진 여름 건기, 건조한 토양 및 초목 등의 영향으로 많은 지역에서 산불이 더 자주 일어나고, 기간도 길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지구온난화와 다른 여러 요인들로 숲이 빠르게 사라져가고 있다. 그러나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서는 우리에겐 더 크고, 건강한 숲이 필요하다.

기후 변화에 관한 유엔의 정부 간 패널(the UN’s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이 제시한 미래 시나리오에 따르면, 기온 상승을 섭씨 1.5℃로 제한하려면 에너지 사용이나 운송 등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급격히 줄이는 것과 별개로 오는 2050년까지 수십억 헥타르(㏊)의 숲이 필요하다.

‘사이언스’(Science)에 개재된 '세계 나무 복원 가능성(The global tree restoration potential)' 연구에 따르면 산림 면적을 현재의 30%가량 확대할 경우 숲이 인간 활동으로 배출된 3,000억 톤의 탄소 가운데 2,050억 톤을 저장할 수 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거의 100년 전 수준으로 되돌릴 수 있는 셈이다. 현재 산림 면적의 30%는 약 12억㏊에 해당한다. 산림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현실에서 이것이 과연 실현 가능할까?

위 연구에서는 숲이 복원될 가능성이 있는 러시아(1억 5100만㏊), 미국(1억 300만㏊), 캐나다(7800만㏊), 호주(5800만㏊), 브라질(5000만㏊), 중국(4000만㏊) 등 6개국에 산림 복원을 추진해 필요한 면적의 절반 정도의 숲을 울창하게 조성하고, 현재 도시가 있거나 농경지로 사용되지 않는 인간 활동이 적은 지역 가운데 17~18억㏊에 나무를 다시 성장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해 숲 복원이 필요하다. 자신은 소나무숲의 모습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해 숲 복원이 필요하다. 사진은 울창한 소나무숲의 모습

우리 모두는 숲 복원이 기후 변화를 막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는 과학적으로 이해하지 못했다. 이 연구는 산림 면적 정량적 확대로 온실가스를 포집하고 기후 위기를 해결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는 제안을 해줬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새로운 숲이 성숙해 이런 가능성을 실현하려면 수십 년이 걸리므로, 우리는 지금 바로 행동해야 한다.

지구 온난화를 막는데 큰 역할을 할 정도로 우리나라 국토는 넓지 않다. 그렇다면 지구촌의 일원으로 산림을 확대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력은 무엇일까? 한국은 작은 나라지만 경제나 기술력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이고, K-Culture로 세계인이 선망하는 나라다.

산림은 정부가 가꾸는 것이라는 기존의 인식에서 벗어나, 개개인이 산림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숲의 중요성에 대하여 알리고자 노력해야 한다. 이와 함께 지속 가능한 산림 제품 구매를 늘려 간다면, 이를 기업과 정부가 알게 돼 보다 큰 변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어느 선진국 못지않게 의식 있는 소비자로 모범을 보이고 영향력을 확대해 나간다면, 세계 산림의 확대를 통한 기후 문제에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권성옥 FSC 코리아 대표 s.kwon@fsc.org

[필자 소개] 권성옥 대표는 서울대 의류학과에서 박사를 취득했고, 친환경 섬유회사인 오스트리아 렌징사 한국 지사에서 장기간 근무했다. 3년 전부터 국제산림협의회(Forest Stewardship Council, FSC)의 한국 대표로 일하고 있다. 산림에서 나온 친환경 섬유 텐셀 시장을 개척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들과 협업해 지속 가능한 산림의 중요성을 알리고 FSC인증 제품의 수요를 확대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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