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옥의 숲과 사람 이야기]⑧우리나라 숲을 보다 잘 관리하려면
[권성옥의 숲과 사람 이야기]⑧우리나라 숲을 보다 잘 관리하려면
  • 오피니언
  • 승인 2023.01.02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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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재생 가능 자원...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경제적 이득과 환경에 도움
충분히 성장한 나무 자원 활용 위해 지속 가능한 산림경영시스템 도입 필요
KFCC 도입으로 우리나라 FSC 인증 숲 크게 감소...전체 산림의 1%도 안 돼
인증 간 경쟁보다 KFCC·FSC 인증 동시 보유 필요...관련 기관 협조 절실
권성옥 FSC 코리아 대표
권성옥 FSC 코리아 대표

우리는 지금껏 나무를 심어 숲을 울창하게 가꾸는 것만 중요하다고 생각했지, 산림 자원인 나무를 경제적으로 활용하는 부분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숲을 보호하기 위해서 나무를 절대 베면 안 되고 숲은 그저 건드리지 않아야 좋은 것으로 생각한다. 목재를 많이 사용할수록 숲이 사라져갈 거라고 염려한다. 얼마 전 산림청이 오래된 나무를 베어 활용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하자 여러 환경단체의 반발에 부딪친 사례는 벌채에 대한 대중의 우려가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대규모의 무분별한 벌목은 환경 파괴 주범이기에 그런 우려가 합당하나, 장기적인 경영 계획을 가지고 산림을 관리하는 활동 범위 내에서의 벌목은 경우가 다르다. 나무는 심으면 다시 자라나는 재생 가능한 자원이고 우리가 적절히 활용한다면 경제적인 이득을 줌과 동시 환경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숲이 건강하려면, 나무가 너무 밀집돼도 안 된다. 적당한 간격을 두어야 더 잘 자라므로 간벌이 필요하기도 하다. 이렇게 벌채된 나무는 숲속에 버려두면 안 되고 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

보호하겠다고 그저 놔두는 것이 아니라 책임 있는 관리가 중요하다. 숲을 돌보는 과정에서 산림자원인 임산물을 판매하고, 경제적 이윤을 창출해서 지속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산림 인증이 추구하는 것이다.

물론 백두대간처럼 건드리면 안 되고 보존만 해야 하는 숲이 있다. 우리나라 산림 면적 630만 헥타르 중 27%에 해당하는 높은 보존 가치(High Conservation Value)를 지닌 숲,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산림지역 (Intact Forest Landscape)은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 하지만 그 외의 준 보전 산지나 임업용 산지에서는 목재나 버섯, 잣, 산나물 등 기타 임산물을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관리해 경제적 가치를 얻는 것은 친환경 자원이 중요한 현시점에서 특히 더 필요하다.

나무를 잘 키우기만 하는 것은 마치 산속에 금을 묻어두는 것과 같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숲이 주는 가치는 큰데, 혜택의 일부만 받는 셈이다. 충분히 성장한 나무를 자원으로 활용해야 하며, 이를 위해 지속 가능한 산림경영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국제산림관리협의회(FSC)의 목표는 전 세계 숲을 잘 관리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 높은 수준의 관리 요건을 충족한 숲에 인증을 부여한다. 전 세계 2억 헥타르가 넘는 산림이 FSC 인증을 받아 관리되고 있으며, 그 면적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한국의 사정은 다르다.

전체 산림 면적 중 5% 정도인 30만 헥타르의 국유림을 중심으로 가지고 있었던 FSC 인증 숲이 지난 2018년 한국산림인증제도(KFCC)의 도입 이후 10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현재는 홍천의 국유림과 무림제지 기업림 2곳만 FSC 산림 인증을 보유하고 있어 전체 산림 면적의 1%도 되지 않는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시장에서 FSC 인증 제품을 찾는 수요는 지난 3년간 2배 이상 증가해 현재 700개에 가까운 제조 유통사인증 업체가 있고, 홍보 라이선스 계약을 한 브랜드와 유통사도 최근 3년 동안 10배 이상 늘었다.

FSC 인증 라벨

과거에는 임산물 수출을 하려는 업체들이 인증을 받았다면 이제는 내수 소비자를 위해 지류, 포장 업체들이 인증을 받고 있다. 이렇듯 시장의 요구는 증가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FSC 인증 목재가 전혀 생산되고 있지 않다. 때문에 이를 방치할 경우 목재 자급률은 갈수록 낮아질 것이고 현재 80%가 넘는 수입 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이는 목재 자급률을 높이고자 하는 정부 계획과도 상반된다.

한국산림인증제도의 궁극적인 목적도 우리나라 숲을 지속 가능하게 관리하는 것이다. 즉 친환경적으로 숲을 관리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다만 두 인증의 다름은 기준과 평가 항목에 있다.

두 인증을 두고 가치를 비교하거나 서로 경쟁을 하는 것은 산림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 세대가 풀어야 할 절체절명의 환경 문제는 아무리 유능해도 한 국가나, 기업, 단체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같은 뜻을 가진 수많은 조직이 협력해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인데, 같은 목표를 갖고 있으면서도 방법적인 차이, 이해관계로 협업하지 않는다면 문제 해결은 요원할 것이다.

해결 방법은 KFCC 인증과 FSC 인증을 동시에 보유하는 것이다. 두 인증을 받게 하기 위해서는 산림청의 정책과, 인증기관 및 산림 관리자의 협조가 필요하다. 쉽지 않지만 협심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현재 늘어나는 FSC 인증 제품 수요를 국내 산림에서 얻을 수 있다면 임산물 수입 의존도를 낮출 수 있을 뿐 아니라 임산물 이동에 소요되는 탄소 발자국을 줄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새로운 고용 기회가 창출되고, 이를 통해 한국의 산림 르네상스를 열고자 하는 산림청의 목표 또한 실현될 것이다.

전쟁 이후 피폐한 산림을 가장 단시간에 푸르게 만든 우리나라가 산림인증의 적극적 도입으로 지속 가능한 산림 경영의 모범 국가가 될 날을 기대해 본다.

권성옥 FSC 코리아 대표 s.kwon@fsc.org

[필자 소개] 권성옥 대표는 서울대 의류학과에서 박사를 취득했고, 친환경 섬유회사인 오스트리아 렌징사 한국 지사에서 장기간 근무했다. 3년 전부터 국제산림협의회(Forest Stewardship Council, FSC)의 한국 대표로 일하고 있다. 산림에서 나온 친환경 섬유 텐셀 시장을 개척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들과 협업해 지속 가능한 산림의 중요성을 알리고 FSC인증제품의 수요를 확대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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