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옥의 숲과 사람 이야기]⑪숲과 바다를 지키는 단체가 함께 힘을 합친 이유는?
[권성옥의 숲과 사람 이야기]⑪숲과 바다를 지키는 단체가 함께 힘을 합친 이유는?
  • 오피니언
  • 승인 2023.04.1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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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로 자연을 해치거나 돌볼 수 있어...자연 파괴하는 기업 제품 소비 말아야
사회적·환경적으로 책임 있게 관리된 원료로 만든 제품 구매가 환경 보호로 연결돼
산림관리협의회·해양관리협의회·수산양식관리협의회 연대해 소비자에게 책임 있는 자원 중요성 알려
권성옥 FSC 코리아 대표
권성옥 FSC 코리아 대표

국토부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 약 5,100만 명 중 92%가 전체 국토의 약 17%에 해당하는 도시에서 살고 있다. 이들은 삶의 대부분을 도시 안에서 지내기에, 자연의 중요성을 크게 인식하지 못한다. 가끔 산 또는 바다로 휴가를 갈 때는 자연을 온전히 느끼고 감사하곤 하지만, 일상에서는 도시 안에서 얻는 편리함에 취해 자연을 잊고 살아가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산과 바다가 주는 혜택이 없다면 도시의 삶은 하루도 유지될 수 없다. 맑은 공기를 내뿜고 이산화탄소를 품어 주는 산과 바다의 혜택이 피상적이라 직접 와닿지 않는가? 그렇다면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산과 바다에서 얻어낸 자원으로 만든 수많은 제품들을 생각해 보자.

임산물을 원료로 한 휴지, 종이, 택배 상자, 가구, 고무, 버섯, 산나물, 잣 등을 비롯해서 바다의 산물인 각종 해산물과 그 원료로 만든 가공식품 등이 필요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렇게 직간접적으로 우리 삶에 혜택을 주는 숲과 바다가 위험에 처해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일례로, 인구증가로 늘어난 식량 수요로 산림의 용도 전환, 불법 벌목으로 푸른 숲이 사라져 가고 있다. 바다는 생물 멸종을 야기하는 불법 어획과 플라스틱 쓰레기, 폐그물에 병들어가고 있다.

도시에 살아가는 개개인은 자연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쉽다. 산과 바다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불법적인 벌목이나 낚시를 하지 않아 자연에 해를 입힐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 또, 자연을 돌보는 일도 직접 나서서 실천하기는 어렵다고 여기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도시인이 소비하는 물건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연에 엄청난 부담을 주기 때문에, 우리 모두는 소비를 통해 간접적으로 자연을 해치거나 반대로 돌보는 일을 할 수 있다. 산림을 파괴하거나 해양 생태계를 고갈시키면서 만들어낸 제품을 사는 소비자는 결국 잘못된 기업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셈이다.

기업들은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사회적, 환경적으로 책임 있게 관리되는 숲과 바다에서 나온 원료로 만든 제품을 적극적으로 구매한다면, 궁극적으로 자연을 돌보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제품이 책임 있게 관리된 자원으로 만들어진 것일까? 산림 자원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면 FSC 인증이 있고, 해양자원이라면 MSC 또는 ACS 인증 마크가 있는 제품이다.

세계 산림을 관리하는 단체는 산림관리협의회(Forest Stewardship Council)이고, 바다를 관리하는 단체는 해양관리협의회(Marine Stewardship Council)와 수산양식관리협의회(Aquaculture Stewardship Council)가 있다. 해양 자원 관리에 있어서는 MSC가 자연산 수산물을 관리하고, 양식 수산물에 대한 관리 단체는 ASC가 담당한다.

이들 3 단체의 이름에는 공통적으로 '스튜어드십(Stewardship)'이라는 다소 생소한 단어가 들어 있다. 우리에게 스튜어디스 혹은 스튜어드는 항공기 승무원을 지칭하는 단어로 친숙하지만 그 의미에 대해서는 낯선 것이 사실이다. 스튜어드십은 책임감을 가지고 주의와 의무를 다해서 무엇인가를 보살피는 행동을 말한다.

이들 단체는 스튜어드십으로 전 세계 산과 바다를 보살피는 공통된 사명을 가지고 있다. 그 방법으로 임산물과 수산물에 대한 제3자 인증이라는 도구를 사용해 소비자 선택을 이끌어내고 이를 통해 시장을 변화시키려 하고 있다.

FSC 인증은 종이, 포장재 등의 임산물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고, MSC 인증 마크는 고등어, 갈치, 참치 등의 해산물과 가공품, ASC 인증 마크는 연어, 전복, 김, 등의 수산양식물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인증 마크가 없는 제품이 훨씬 많고, 이러한 인증의 필요성에 대해 잘 모르는 기업이 많은 실정이다.

최근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이들 단체의 한국 지부들이 세계자연기금(WWF Korea)과 함께 책임 있는 자원관리 협의체를 구성했다. 개별 단체가 각각 활동하는 것보다, 연대해 기업과 소비자들에게 책임 있는 자원의 중요함을 알리는 것이 빠르고 효과적으로 동참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들의 연대를 통해 빠르게 지속 가능한 제품이 시장을 주도하게 되길 바라며 그 결과 본연의 모습을 되찾은 산과 바다가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는 미래에도 아낌없이 풍요로운 먹거리와 자연의 혜택을 제공해 주리라 기대한다.

권성옥 FSC 코리아 대표 s.kwon@fsc.org

[필자 소개] 권성옥 대표는 서울대 의류학과에서 박사를 취득했고, 친환경 섬유회사인 오스트리아 렌징사 한국 지사에서 장기간 근무했다. 3년 전부터 국제산림협의회(Forest Stewardship Council, FSC)의 한국 대표로 일하고 있다. 산림에서 나온 친환경 섬유 텐셀 시장을 개척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들과 협업해 지속 가능한 산림의 중요성을 알리고 FSC인증 제품의 수요를 확대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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