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열의 순환경제 이야기]③일회용 범람 : 가벼운 절망에서 무거운 희망의 사회로
[홍수열의 순환경제 이야기]③일회용 범람 : 가벼운 절망에서 무거운 희망의 사회로
  • 오피니언
  • 승인 2023.06.15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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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소비 대중화와 함께 일회용 포장재 사용 급증...전 세계 플라스틱 소비의 30%가 일회용 포장재에서 나와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가 인간 건강 위협...나노 플라스틱 문제 심각
일회용 플라스틱 문제 해결 위해 재사용 프로그램 도입 필요...플라스틱 재사용 소비 비율 높여야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

1955년 미국 라이프 매거진 잡지 표지는 공중에서 쏟아지는 일회용품을 향해 환호하는 일가족 사진이 장식했다. 1950년대 이후 일회용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인 사진이다. 다수의 대중이 물건을 한 번 쓰고 버리는 이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고 존재하지도 않았던 소비의 대전환이 일어났다.

플라스틱 소비 대중화와 맞물려 일회용 비닐봉지, 일회용 컵과 용기, 페트병 등 일회용 포장재 사용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편리함과 새로움, 위생에 대한 욕구는 일회용 물티슈, 일회용 수세미, 일회용 도마, 일회용 앞치마 등 새로운 일회용품 소비문화를 끊임없이 만들어 내고 있다. 전 세계 플라스틱 소비의 3분의 1이 일회용 포장재 사용 때문이다.

환경을 오염시키는 플라스틱 쓰레기들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백만 톤 이상의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재 쓰레기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5년 전과 비교하면 20% 이상이 증가한 수치다. 페트병의 경우 20년이 되지 않는 시간 동안 무려 3배 이상이 증가했다.

위생을 생각한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는 오히려 인간의 건강을 위협한다. 최근 속속 발표되는 나노 미세 플라스틱 연구 결과를 보면 식품과 접촉하는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재나 일회용품 사용이 우리 몸속으로 들어오는 나노 플라스틱의 주요 배출원이다.

2022년에는 종이컵에 뜨거운 음료를 담을 경우 비닐 코팅에서 mL 당 10억 개의 나노 플라스틱이 배출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는데, 올해는 페트병 생수에 mL 당 1억 개의 나노 플라스틱이 들어있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종이컵 음료와 페트병 생수가 문제가 된다면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서 배달되는 음식이나 플라스틱 포장재가 사용되고 있는 모든 음료 및 식품이 나노 플라스틱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위생을 생각해서 일회용 플라스틱을 소비하면 할수록 나노 플라스틱 위협이 증가하는 심각한 플라스틱 패러독스가 발생하고 있다.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증가로 인한 쓰레기 문제, 온실가스 배출 문제, 미세 플라스틱 문제를 모두 해결하려면 다시 재사용 유리병의 시대로 돌아가야 한다.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려고 일회용 유리병으로 단순 대체한다면 미세 플라스틱 문제 대응은 되겠지만 쓰레기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온실가스 배출 문제는 오히려 더 심각해진다. 유리 제조 및 운반 과정 탄소 배출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500mL 용량의 일회용 유리병은 같은 용량의 페트병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오히려 1.4배 높다. 반면 20번 반복해서 재사용할 경우 유리병 1개 생산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페트병의 10%에 불과하다. 따라서 다양한 환경문제를 종합적으로 해결하려면 반복 재사용이 가능한 유리병 사용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2023년 5월 말 파리에서 개최된 플라스틱 국제 협약을 위한 제2차 정부 간 협상 위원회(INC)를 앞두고 플라스틱 문제 해결 방안을 제시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해당 보고서에서 유엔환경계획은 플라스틱 문제의 본질적 해결을 위해서 강력한 재사용 프로그램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2040년까지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이 4억 2천만 톤으로 2016년 대비 두 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일회용 포장재 재사용을 통해서 22%(9천만 톤)의 플라스틱 사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생산자가 빈 용기를 세척해서 재사용하거나 소비자가 리필용기를 사용하는 다양한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2024년 말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는 플라스틱 국제 협약에서도 협약 참여 국가의 핵심 의무 중 하나로 플라스틱 재사용이 논의되고 있다.

EU는 2023년 11월 발표하는 포장재 법률 개정안에서 오는 2030년 이후부터 테이크아웃 음료나 음식, 음료 및 주류 용기 대상으로 일정 비율 이상으로 재사용해야 하는 의무를 사업자에게 부여할 계획이다. 독일은 지난 1월부터 소비자가 원할 경우 다회용기 테이크아웃이 가능한 서비스를 의무적으로 제공하도록 하고 있고, 프랑스는 2027년부터 10% 이상 재사용 용기를 사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정부 규제가 아니더라도 코카콜라는 2030년까지 재사용 용기 비율을 25% 이상 높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재사용을 위해 수거된 유리병들
재사용을 위해 수거된 유리병들

우리나라도 소주 병과 맥주병을 재사용하고 있고, 한살림은 조합원 대상 식품 유리병을 재사용하는 캠페인을 하고 있다. 전국의 제로웨이스트 매장을 통해 리필 소비가 확산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시장에서 재사용 소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매우 낮고, 재사용 유리병 확산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다.

재활용도 중요하지만 재활용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일회용 문화를 재사용 문화로 전환시켜 자원 소비와 탄소 배출, 쓰레기 배출량을 절대적으로 줄여야 한다. 일회용을 탐닉하는 가벼운 절망의 시대를 벗어나 재사용 유리병이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무거운 희망의 시대로 가야 한다. 다시 유리병의 시대로 가기 위한 규제 강화 및 기업들의 공정 전환, 소비자의 관심이 필요하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 waterheat@hanmail.net

[필자 소개] 홍수열 소장은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석사학위, 박사과정 수료 후 2001년부터 (사)자원순환사회연대에서 정책팀장으로 12년간 활동했다. 2014년부터 현재까지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으로 활동하며 쓰레기 관련 대중 강의, 컨설팅 등을 하고 있다. 서울환경운동연합 쓰레기위원회 위원장,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위원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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