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열의 순환경제 이야기]①순환경제, 물질 소비 전환의 거대한 기획
[홍수열의 순환경제 이야기]①순환경제, 물질 소비 전환의 거대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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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4.03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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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이후 자원 소비 폭발적 증가...주요 자원 100년 이내 고갈 전망
기후위기 대응 위한 에너지 전환이 또 다른 자원 고갈 및 생태계 파괴 문제 야기
2000년 이후 '순환경제' 대두...자원 반복해서 쓰는 구조로 전환이 핵심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

요즘은 정말로 미래가 섬뜩하다. 당연하다고 여기는 현대 문명의 여러 혜택이 사라졌을 때 우리는 과연 견딜 수 있을까? 최근 난방비 폭탄이 떨어졌다고 모두들 화들짝 놀라 난리 법석이었다. 우리는 여전히 전기나 가스는 부담 없이 원하는 만큼 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우리 시대 앞뒤로 조금만 살펴보면 전에도 그런 일은 없었고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지 장담하지 못한다. 지구의 자원은 유한할 뿐만 아니라 화석연료 같은 자원은 쓰면 쓸수록 지구 기후 시스템을 망가뜨린다.

1950년대 이후를 거대한 가속의 시대라고 한다.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는 기술의 발전과 산업 시스템으로 자원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1900년 전 세계 자원 소비량이 70억 톤이었는데 100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1,000억 톤으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시멘트, 플라스틱, 석유, 천연가스 등은 100배 이상 증가했고, 알루미늄이나 전기 사용량은 1,000배 이상 증가했다. 지금과 같이 자원을 소비한다면 주요 자원은 향후 100년 이내에 고갈될 수 있다. 자원 탐사 및 채굴기술 발달로 시한을 조금 더 늦출 수는 있겠지만 고갈될 것이라는 운명은 변하지 않는다.

전 세계 곳곳에서 자원 채굴을 위해 자행되는 생태 학살 문제는 심각하다. 아프리카 콩고의 콜탄 및 코발트 광산의 아동 노동과 고릴라 서식지 파괴, 인도네시아 팜농장 조성으로 인한 밀림 화재와 오랑우탄 서식지 파괴, 중국 희토류 광산 노동자의 방사능 피폭 등 그 사례를 헤아릴 수 없다.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서 재생에너지 설비와 전기자동차 보급을 늘리고 있는데 에너지 전환에 따른 리튬 등 희소 광물자원 채굴은 앞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에너지 전환은 또 다른 자원 고갈 및 생태계 파괴 문제를 야기한다.

거대한 가속은 6번째 지구 생물 대멸종을 향해 가는 거대한 폭주가 되고 있다. 이미 지구 시스템이 위험 한계선을 돌파해 붕괴하고 있다는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금은 욕망 충족을 위한 가속 페달이 아니라 지구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거대한 전환이 필요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의 물질 소비가 초래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0년대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대두되기 시작한 개념이 바로 순환경제다.

선형경제와 순환경제 비교

순환경제는 자연의 물질 흐름처럼 자원을 끊임없이 반복해서 사용함으로써 자원 고갈 및 생태계 파괴,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자원을 한 번 쓰고 버리는 현재의 낭비적인 선형경제 시스템에서 탈피해 자원을 반복적으로 돌려쓰는 구조로 전환하자는 것인데, 먹고 싸기만 하는 미성숙한 애벌레 경제에서 양방향으로 자원이 순환하는 우아한 나비 모양 경제로의 전환이라고도 한다.

순환경제는 물질 소비 전환의 거대한 기획이다. 순환경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세 축의 전환이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 먼저 물질 소비의 총량이 줄어들어야 한다. 물질 소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면 재활용을 통해 얻은 재생자원만으로 필요한 자원을 조달할 수 없다.

둘째, 재활용률이 100%에 가까운 수준으로 높아져야 한다. 쓰레기로 줄줄 새는 바늘만 한 구멍도 막아야 한다.

셋째, 재생자원의 품질이 천연자원을 대체할 수 있을 정도로 높아져야 한다. 재생자원 품질이 높지 않다면 한두 번 재활용한 다음 결국 쓰레기로 버려야 한다. 무한 반복 순환이 가능한 고품질 재생원료를 만들 수 있는 시스템과 기술이 구비돼야 한다.

그런데 과연 우리의 소비는 줄어들 수 있을까? 쓰레기로 버려지는 양을 줄일 수 있을까? 천연자원 수준의 깨끗한 재생원료를 만드는 것이 가능할까? 당장 현실의 소비 추세와 쓰레기 처리 현실을 생각하면 불가능에 가까운 어려운 과제다. 그렇다고 그 길을 가지 않을 수도 없다. 앞으로 순환경제 전환을 위한 과제와 노력 등에 대해서 주제별로 차근차근 짚어보면서 파국을 피할 수 있는 희망이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 waterheat@hanmail.net

[필자 소개] 홍수열 소장은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석사학위, 박사과정 수료 후 2001년부터 (사)자원순환사회연대에서 정책팀장으로 12년간 활동했다. 2014년부터 현재까지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으로 활동하며 쓰레기 관련 대중 강의, 컨설팅 등을 하고 있다. 서울환경운동연합 쓰레기위원회 위원장,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위원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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