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열의 순환경제 이야기]②탈(脫)플라스틱 사회는 가능할까?
[홍수열의 순환경제 이야기]②탈(脫)플라스틱 사회는 가능할까?
  • 오피니언
  • 승인 2023.05.09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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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미세 플라스틱 문제 심각...플라스틱 쓰레기 지속 증가 전망
문제 많지만 플라스틱 안 쓸 수 없어... 플라스틱 문제 해결한 '탈(脫) 플라스틱 사회'로 발전해야
불필요한 플라스틱 사용 줄이고 재활용 늘려야...분명한 목표 아래 플라스틱 순환경제 완성해야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

인류가 직면한 다중 위기 중 하나가 플라스틱 문제다. 기존에 환경호르몬과 다이옥신이 플라스틱 사용 및 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중요 문제였다면 지금은 여기에 미세 플라스틱 문제가 더해져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

미국인 대다수 몸에서 환경호르몬이 검출됐다는 지난 1972년 워싱턴포스트 기사의 첫 문장은 “인간이 조금씩 플라스틱이 되어가고 있다”로 시작한다. 좀 호들갑스러운 과장된 표현이었으나 50년이 지난 지금 플라스틱 자체가 인간의 몸에 쌓이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매우 사실적인 표현이 되었다. 일주일마다 신용카드 한 장 크기의 미세 플라스틱이 몸에 흡수되고 있다는 연구는 너무 과장된 것으로 밝혀졌지만 우리가 먹는 식품과 숨 쉬는 공기를 통해서 미세 플라스틱이 들어오고 있고, 이 중 일부가 우리 몸에 흡수돼 체내에 잔류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세계 플라스틱 쓰레기 처리 현황 및 전망(이미지 출처 - OECD 2022, Global Plastics Outlook : Policy Scenarios to 2060)
세계 플라스틱 쓰레기 처리 현황 및 전망(이미지 출처 - OECD 2022, Global Plastics Outlook : Policy Scenarios to 2060)

1950년대 연간 200만 톤에 불과했던 플라스틱 소비량은 2019년 4억 6000만 톤으로 70년 만에 무려 230배나 증가했다. 202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60년에는 12억 3000만 톤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매년 3억 5000만 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생하고 있는데 2060년에는 10억 1000만 톤으로 증가할 것이다. 플라스틱 쓰레기 중 재활용되는 비율은 9%에 불과한데, 2060년이 돼도 여전히 17%에 불과할 전망이다. 재활용률이 소폭 높아지더라도 쓰레기 발생량이 크게 증가하면서 소각 및 매립, 투기되는 쓰레기의 양은 오히려 더 증가한다.

매년 수계로 유입되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양은 600만 톤이며 이 중 최종적으로 바다로 유입되는 양은 170만 톤인데, 2060년이 되면 각각 1160만 톤과 400만 톤으로 증가할 것이다. 플라스틱 문제에 대해서 우리는 나름대로 노력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플라스틱 문제는 앞으로 점점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게 OECD 보고서의 우울한 전망이다.

플라스틱의 장점으로 칭송했던 것들이 이제는 비수가 돼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석유를 원료로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은 기후 위기 앞에서 석유를 퇴출해야 한다는 사실에 퇴색되고 있다. 오랫동안 변하지 않는다는 장점은 분해 되지 않는 쓰레기라는 악명을 얻었으며, 인간의 다양한 욕망을 충족시키고 있는 다재다능한 물성의 복잡성은 가장 재활용 되지 않는 쓰레기라는 불명예가 되었다.

그렇지만 문제가 있다고 플라스틱을 무조건 쓰지 말자고 할 수는 없다. 이미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왔고 플라스틱이 주는 유용함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무조건 배척할 수 없다. 탈(脫) 플라스틱 사회로 가자는 것은 플라스틱이 전혀 없는 사회로 가자는 이상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한 사회, 즉 플라스틱과 우리 문명이 공존할 수 있는 해법을 찾자는 것이다.

불필요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려는 노력은 당연히 우선되어야 한다. 일회용품 및 일회용 포장재 사용 자체를 줄이고, 종이 등 다른 재질로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재질 대체를 해야 한다. 미세 플라스틱 위협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식품과 접촉하는 일상의 플라스틱 사용은 피하는 것이 좋다. 플라스틱 사용량이 통제되는 상황에서 재활용을 통해 재생원료 사용량이 증가해야 한다. 재활용이 어려운 제품은 판매를 금지하고, 분리수거 및 선별 체계를 섬세하게 구축하고 첨단 재활용 기술이 개발되어야 한다. 재생원료 사용 의무 규제 확대로 재활용 산업 발전을 촉진해야 한다. 이런 노력으로 장기적으로 석유 원료 사용은 줄이고 식물 원료 사용은 늘리면서 투기 및 소각, 매립되는 쓰레기는 제로가 되는 플라스틱 순환경제를 차근차근 완성해 나가야 한다.

플라스틱 순환경제의 완성된 모습

식물 원료로 석유 원료를 모두 대체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단계적 과정을 밟지 않고 일시적으로 바이오 플라스틱 사용이 확대될 경우 식물 원료 조달로 인한 생태계 파괴 문제가 오히려 더 불거지게 된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어구나 농업용 비닐처럼 비의도적 투기가 쉽게 일어나는 제품을 우선으로 대체하는 게 바람직하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모든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할 것처럼 과장할 필요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

탈 플라스틱 사회는 기적처럼 한순간에 오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의 끊임없는 노력과 두드림 속에 전환의 실마리가 보일 것이다. 목표를 분명히 하고 차근차근 만들어가야 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 waterheat@hanmail.net

[필자 소개] 홍수열 소장은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석사학위, 박사과정 수료 후 2001년부터 (사)자원순환사회연대에서 정책팀장으로 12년간 활동했다. 2014년부터 현재까지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으로 활동하며 쓰레기 관련 대중 강의, 컨설팅 등을 하고 있다. 서울환경운동연합 쓰레기위원회 위원장,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위원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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